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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평점 :
인터뷰집의 매력은 뭘까? 질문을 던지는 사람과 답을 전하는 사람. 사람의 생애는 단 한 번이기에, 내가 살아내지 못한 삶을 생생하게 전달받는 느낌 때문일까? 또는 ‘이런 삶도 있구나.’ 내가 직접 찾아볼 생각은 못 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면 그것 역시 흥미롭게 읽게 되기 때문일까?
《의젓한 사람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목사님부터 예술가, 배우, 정치인, 경제학자, 의사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책의 시작을 여는 김기석 목사님의 인터뷰부터 인상적이었다. 집안이 기독교이고 나도 성경 공부를 좋아해서 성경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욥기는 읽을 때마다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김기석 목사님이 이야기하는 욥을 따라가다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모든 것을 잃고도 계속 나아가는 욥의 모습과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단순히 성경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목사님은 행복에 대한 제레미 리프킨의 수식을 말한다. ‘행복=자본/욕망’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나 역시 행복은 자본에서 온다고 믿는 편이라 과연 내 욕망을 줄일 수 있을까? 꽤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마크 맨슨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의 한국에 대한 영상은 이전에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외국인 인터뷰이에 비해 한국에 대한 그의 시선이 꽤 날카롭고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쩌면 한국의 내면을 가장 정확하게 들여다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는 경쟁과 비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유교적 수치심과 자본주의적 물질주의가 한국인의 삶을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서 오래 생각하게 했다.
양희은, 박정민, 나태주 시인처럼 평소에도 알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중 박정민 배우의 인터뷰는 특히 소탈해서 좋았다. 오랫동안 늘 주연으로만 주목받았던 배우는 아니지만, 주인공 옆에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임팩트 있는 장면을 만들어온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읽고 나니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왔다는 게 오히려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꼭 큰 역할을 맡아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양희은 선생님의 이야기에서는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의 단단함이, 나태주 시인님의 이야기에서는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의젓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의젓하다’는 말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점잖고 어른스러운 사람을 떠올렸는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힘든 순간에도 자기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의젓한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위 도서는 양양하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모임 후 작성된 주관적인 도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