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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 혹은 멀의 세계 - 인간이 몹시 궁금한 '자아 장착' AI의 생존 분투기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9월
평점 :
《멀 혹은 멀의 세계》 |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공보경 옮김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7》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신작 《멀 혹은 멀의 세계》도 반가운 마음으로 펼쳤다. 《미키7》이 복제인간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자아를 가진 AI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들여다본다.
배경은 2065년. 주인공 멀(Mal)은 인간이 아니라 고정된 몸이 없는 AI다. 드론이나 보안 카메라 같은 하드웨어를 옮겨 다니며 인간들이 벌이는 전쟁을 구경하던 멀은 어느 날 죽어가는 사이보그의 몸에 들어갔다가 인포스페이스와 연결이 끊기고, 전쟁터 한복판에 갇힌다.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케일리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과 만나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던 멀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흥미로운 건 그 변화의 방향이다. 인간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휴머니스트들이 오히려 잔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반면, 인간이 아닌 멀은 누군가를 걱정하고 약속을 지키며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까지 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경험은 없었던 멀이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인간답다는 것은 인간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는 걸까.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2065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가 상상했던 2001년은 이미 지나갔고, 영화 《Her》가 그렸던 2025년도 현실이 되었다. AI가 사람의 일상에 들어와 있는 지금을 살고 있어서인지, 소설 속 기술과 사회의 모습이 마냥 허무맹랑한 미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39년 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어떤 부분을 보고 “이것도 결국 현실이 됐네”라고 생각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나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위트를 좋아한다. 이번 소설에도 멀의 엉뚱하고 뻔뻔한 태도, 인물들 사이의 거친 대화, 곳곳에 등장하는 블랙유머 덕분에 전쟁과 AI라는 무거운 소재도 꽤 유쾌하게 읽힌다. 웃으면서 책장을 넘기다가도 어느 순간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작가의 매력인 것 같다.
미래를 상상하며 읽었지만 결국 내가 생각하게 된 것은 지금의 인간이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과 AI의 경계가 흐려진다면, 그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멀 혹은 멀의 세계》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으면서도, 꽤 재미있는 방식으로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SF 소설이었다.
*위 도서는 문학수첩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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