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푸들》 | 우신영 지음이전에 독서모임에서 어떤 분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면 악마와 계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블랙 푸들》을 읽으며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우수가 악마와 계약하는 이유를 따라가다 보니, 단순히 ‘최고가 되고 싶어서’라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수가 정말 원했던 것은 수현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일이었으니까.열일곱 살 우수에게는 공부도, 피아노도, 외모도 자신보다 뛰어난 친구 수현이 있다. 엄마의 관심마저 수현에게 향하는 상황에서 수현은 친구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존재다. 청소년기에는 친구가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만큼,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친한 친구일수록 비교하게 되고, 비교하다 보면 때로는 그 사람이 미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수의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그런 우수 앞에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가 무시무시한 모습이 아니라 검은 푸들이라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파우스트》의 일부를 가져오면서도 이야기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겪는 경쟁과 인정 욕구로 옮겨온다. 메피스토가 건네는 초록색 알약은 ‘남보다 잘하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우수의 믿음을 눈앞의 선택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캐릭터마다 성격이 뚜렷해서 인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래현처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주변의 기준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점이 좋았다. 아이들이 서로 부딪히고 질투하면서도 결국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읽고 나니 나 역시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내가 부러워했던 것이 정말 그 사람의 재능이나 외모였을까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 사람이 받는 사랑과 인정이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블랙 푸들》은 결국 ‘최고가 되는 법’이 아니라 남을 따라가느라 나를 잃지 않는 법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길을 잃어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위 도서는 래빗홀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래빗홀 #블랙푸들 #우신영 #소설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