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더하기 하나는 넷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92
페페 마에스트로 지음, 네레아 페레스 그림, 유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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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더하기 하나는 넷》 | 페페 마에스트로 글, 네레아 페레스 그림

검정색과 흰색뿐인데도 상상 속에서는 온갖 색깔이 펼쳐진다. 이 책은 모든 장면과 이야기를 친절하게 보여주는 대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놀이를 제안한다. 그다음은 독자의 몫이다. 책장을 넘기며 박쥐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를 읽는 사람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림책 속 박쥐 세 마리와 책을 펼친 독자 한 명. 셋 더하기 하나는 넷이라는 제목처럼 둘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비로소 완성된다. 작가가 준비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무엇을 상상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같은 책을 100명이 읽으면 100개의 이야기가 탄생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박쥐들과 바다를 여행하고, 누군가는 달빛 아래서 잠들고, 또 누군가는 전혀 다른 모험을 떠날 것이다. 검정과 흰색으로 그려진 단순한 그림이 상상력을 만나 다채로워지는 것처럼 책이 남겨둔 빈자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책의 마지막은 ‘달님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비추어 준다면’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야기를 모두 설명하는 대신 독자에게 다음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 읽는 사람마다, 같은 사람이어도 읽을 때마다 다른 이야기가 무한히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이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위 도서는 지양어린이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양어린이 #셋더하기하나는넷 #그림책 #어린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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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교양
후지하라 유타카 지음, 조성웅 옮김 / 벤치워머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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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교양》 | 후지하라 유타카 지음, 조성웅 옮김

매일 입는 청바지에도 이렇게 깊고 넓은 세계가 있다니! 《데님 교양》은 청바지를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닌 역사와 취향이 쌓인 문화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청바지가 원래 노동자를 위한 워크웨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부터 흥미로웠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만들어진 청바지가 오랜 세월을 견뎌 빈티지 시장에 다시 등장하고, 누군가는 그 한 벌을 얻기 위해 발품을 판다. 지금은 흔하게 입는 옷이지만 만들어진 시대와 세월의 흔적에 따라 특별한 가치를 얻는다는 점이 신기했다.

나 역시 회사에서 트레이닝복 착용을 제한한 뒤로 주 5일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청바지를 입고 일하는 노동자라는 점에서 묘한 동질감도 느꼈다. 하지만 빈티지 데님을 향한 애호가들의 열정은 차원이 달랐다. 원하는 워싱과 아름다운 색 빠짐을 만들기 위해 스쿼트까지 한다니! 운동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타인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떻게 깊이 좋아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책 날개에 적힌 “벤치워머스는 푸른숲의 취미• 실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모두가 환호를 받을 순 없습니다. 벤치워머스는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독자들의 즐거운 일상을 위한 책을 펴냅니다.”라는 소개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청바지 한 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랜 역사를 품은 보물이 될 수 있다. 남의 취향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가 미처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벤치워머스에서는 앞으로 또 어떤 사람들의 흥미로운 관심사를 만나게 될까 기대가 된다.

*위 도서는 푸른숲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푸른숲 #벤치워머스 #데님교양 #후지하라유타카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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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우리 4 - 세상을 구하려면 꼭 알아 둬야 할 것 ㅣ 멈출 수 없는 우리 4
유발 하라리 지음, 리카르드 사플라나 루이스 그림, 김명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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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우리 4》 | 유발 하라리 지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어린이를 위해 직접 쓴 인류 이야기의 마지막 권. 과학혁명부터 인공지능까지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책이 던지는 질문은 어른에게도 깊이 다가온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는 모른다’는 인정에서 출발하는 태도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했기에 질문하고 탐구할 수 있었고, 인류는 그렇게 세상을 바꾸어 왔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것과 무엇이 옳은지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기술은 더 큰 힘을 주지만, 그 힘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일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수도 있는 시대에 더욱 절실한 질문이다.

어려운 역사와 과학을 흥미로운 이야기와 기발한 비유로 풀어내면서도 핵심 질문을 놓치지 않는 점도 좋았다.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한다고 해서 생각할 거리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단순하게 설명해 주는 정답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주고, 어른에게는 미래를 향한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하라리가 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썼을지 궁금했다. 기사를 찾아보니 어린 시절 자신이 읽고 싶었던 책을 직접 쓰고 싶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어른이 된 내가 직접 쓰는 기분은 어떨까. 그 마음을 상상해 보니 이 책이 한층 더 좋아진다.


*위 도서는 김영사주니어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김영사주니어 #멈출수없는우리 #멈출수없는우리4 #유발하라리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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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없는 여름 ㅣ 상상 동시집 41
문신 지음, 도원 그림 / 상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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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없는 여름》 | 문신 글, 도원 그림

그림책은 좋아하지만 동시를 읽는 건 초등학교 이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엉뚱하고 귀여운 상상력부터 묵직한 사회적 주제까지 담겨 있어 좋았다.

「헌 그림자 사요」는 찌그러지고 버려진 그림자를 산다는 발상이 따뜻했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에도 눈길을 주는 마음이 좋았다. 「괴」에서는 고양이의 옛말인 ‘괴’에서 ‘괴물’을 떠올리는 발상이 귀여웠다. 익숙한 말 하나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기발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동시집은 상상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차별과 전쟁, 노동을 다룬 시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표제작 「여름이 없는 여름」이 마음에 남았다. 피부색과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아이의 이야기는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여름이라는 계절의 밝고 푸릇한 이미지와 시의 분위기가 대비되어 여운을 남긴다.

오랜만에 읽은 동시집에서 엉뚱한 즐거움과 묵직한 질문을 함께 만났다. 동시는 어린이만을 위한 시가 아니라는 것, 짧은 시도 어른의 시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책이다.

*본 리뷰는 출판그룹 상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출판그룹상상 #여름이없는여름 #문신 #도원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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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로 읽는 101가지 철학 - 왕따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ㅣ 탐구 왜요? 시리즈
배진시 지음 / 탐구당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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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로 읽는 101가지 철학》 | 배진시 지음

올해 장애 관련 책을 읽다가 푸코라는 철학자를 알게 되었다. 그의 사상이 궁금해 더 찾아보고 싶었지만, 철학은 여전히 어렵고 멀게 느껴졌다. 그런 내게 이 책은 푸코의 철학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좋은 출발점이었다.

이 책은 101가지 질문을 통해 푸코의 철학을 소개한다. 질문 하나당 두세 페이지 정도로 설명이 이어져 부담 없이 읽고 생각하기 좋다. 무엇보다 질문들이 현실과 맞닿아 있어 추상적인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누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가, 사회의 규범은 우리를 어떻게 통제하는가. 푸코는 권력이 단순히 누군가를 억압하는 힘에 그치지 않고, 무엇이 정상이고 옳은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학교와 병원, 감옥 같은 제도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 스며든 감시와 규율을 살펴보다 보면, 개인의 문제라고 여겼던 일들에도 사회적 기준과 권력의 작용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 후반부에 마르크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흥미로웠다. 최근 마르크스와 자본을 다룬 책을 읽었던 터라, 서로 다른 책에서 만난 사상들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어 반가웠다.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관심이 또 다른 독서로 이어지는 경험은 언제나 즐겁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기준은 정말 당연한 것일까. 푸코의 철학은 그 기준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안에서 작동하는 권력을 되묻게 한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부터 의심해 보는 것. 어쩌면 철학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서평은 모도(@knitting79books)서평단 자격으로 저자 배진시 (@montaignedebate)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탐구당 #푸코로읽는101가지철학 #배진시 #모도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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