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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 - 엑셀만 하던 대기업 김 사원, 왜 마트를 창업했을까?
김경욱 지음 / 왓어북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대기업 정유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사표를 쓰고 군산에 내려가서 마트를 창업한 어느 청년의 이야기이다. 커피나 닭, 편의점도 아니고 마트라니? 게다가 서울이 아닌 중소도시 군산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합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이 책은 카카오 브런치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연재된 글을 묶어서 책으로 낸 케이스인데 낮에는 마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손님이 떠난 매장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총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초보 창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제, 경영서에 들어가겠지만 주인공인 저자가 겪는 마트 창업 고군분투기로 보면 에세이에 가깝다. 처음해 본 창업, 그것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자신이 이름부터 짓고 모든 것을 제로에서 시작한 동네 마트를 운영하며 겪은 단짠단짠 일기 같은 글이다. 저자의 경험은 솔직해서 공감이 가고 왜 하필 마트 창업이었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간다. 저자는 엑셀, 통계에 능숙하고 무척 이성적인 사람이다. 퇴사 전에 끝전까지 따져가며 한달 사는데 최소비용이 얼마인지,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회사를 나와도 생존이 가능한지 모든 경우의 수를 철저히 계산했고 왜 회사를 나와야 하는지 퇴사 전에 깊이 고민했다.
그는 성과를 직접 볼 수 있는 일, 확실히 돈이 되는 일, 보고서에 찍힌 숫자보다 직접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마트를 선택했다고 한다. 유통업이 돈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아무리 불경기에도 사람들이 꼭 써야 하는 게 생필품이니 마트에 안 가는 사람은 없다. 그는 각종 데이터를 뽑아 보수적으로 매출을 계산해보고, 마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어머니가 계신 군산, 그 중에서도 핵심 산업단지가 있는 산복동에서 동네 마트를 시작하기로 한다.
하지만 마트라는 게 편의점이 아니다. 아무리 지방이어도 무려 300평이면 초기비용이 만만치않다. 저자 역시 가족에, 친척들 돈까지 투자를 받아 시작한 사업이기에 부담감이 상당히 컸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었다. 그는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각종 데이터에 능했고, 가격 할인 정책, 경품 이벤트 등 마케팅 비용도 공격적으로 사용했으며, 문자 광고 역시 글재주를 살려서 남과 다르게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친절은 물론이고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 과일, 수산물까지 마트로써 구색맞추는 것은 기본으로 깔고 갔다.
옛날 장터처럼 동네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리들마트'를 연 그는 십시일반 프로젝트, 고사리 희망장터 등 기부문화 확산과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일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사실 마트에서 무슨 이벤트를 하건말건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그저 더 많은 손님을 모으고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겠거니 했고 대기업 마트에서 하는 행사라는 게 대개가 할인이나 추첨 등 경품행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마트 기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후반부에 지방 유명 빵집인 성심당, 이성당의 모토와 기부 문화를 소개한 글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성당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고아원, 양로원 등에 기부하는데 '기부받는 사람도 손님이다'라는 생각으로 항상 새 빵을 따로 만들어서 기부한다고 한다. 보통 식당이나 빵집에서 기부를 하더라도 남는 식재료나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빵을 기부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새 빵을 일부러 만들어서 기부를 하다니 그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자신의 빵집 앞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을 쫓긴커녕 출출할 때 먹으라고 빵을 나눠주는 사장이라면 이런 분들이 창업한 회사가 잘되지 않으면 누가 성공하는가 싶다. 그렇다고 빵맛이 떨어지고 착하기만 한 기업은 절대 아니다. 저자가 소개하기 전에 나도 그 두 집 빵을 다 먹어봤기에 가격으로도 빵맛으로도 최고임을 인정한다.

지방에서 시작해도 이렇게 탄탄하고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이 있다. 만약 돈이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의 전부라면 대를 이은 기업, 그 지역에서 먼저 사랑받는 토착 기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마트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마트를 여는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고, 종목이 달라도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영업이란 어떤 것인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직접 사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잘되면 그 과실을 자기가 차지하지만 망하면 삶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무서운 일이다. 저자는 워라벨의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주52시간에 맞춰 퇴근도 하고 주말에도 쉬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지금은 365일 돌아가는 마트를 운영하면서 주말은커녕 밤에도 매장에서 글을 쓰는데도 행복해하고 있다. 꿈이 있으면 좋겠지만 꿈이 없어도 목표를 정해 일을 하면서 보람을 얻는 삶, 인터넷 공모전을 5수 도전해서 이렇게 책까지 냈다고 하니 열심히 사는 인생이 멋있고 읽으면 노동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뿌듯해지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