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풀어보는 문화 이야기
박상언 지음 / 이음스토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숫자를 소재로 문화, 역사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이다. 사실 읽다보면 숫자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숫자 아래에 붙어있는 소제목이 더 의미가 있고 숫자 그 자체는 책을 엮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다. 다만 숫자를 엮어서 101편의 글을 쓸 정도로 박학다식하고 조사를 많이 했을 저자의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한 주제당 2~3페이지의 짧은 글은 신문의 칼럼처럼 스피디하게 읽힌다. 대부분의 글이 2008~2010년 사이에 쓰였고 비교적 현대라고 할 수 있는 2018년도 글은 딱 4편 뿐이고 그 사이는 아예 없다. 어쩔 수 없이 올드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반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다. 왜 신간서적인데 이렇게 오래된 글만 실었나 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예를 들어 '16.9 마음으로 취하는 술'이란 글은 소주의 도수에 관해 쓰였는데 술의 도수가 계속 내려간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일제 때 35도짜리 소주에서 시작해서 1965년 희석식 30도 일반 소주, 1973년 25도, 90년대 중반 16.9도 소주까지 출현에서 끝이 난다. 이 글이 쓰인 시점은 2006년 11월 4일. 그럼 지금 소주의 도수는 어떻게 됐나 궁금한 채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기왕 숫자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푸는 것이라면 현재 시점까지 업데이트가 되어서 출판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 의문을 풀어준 게 제일 마지막에 읽은 저자의 말이다. 본문을 먼저 읽고 나중에 맨 앞으로 돌아가 저자의 말을 읽어보니 이 101편의 글은 라디오 프로그램인 '박상언의 문화 사랑방'을 맡았을 때 진행자 칼럼 형식으로 발표했고 방송 후에는 '웹진 아르코'에도 이어서 연재했던 글을 출판사 대표의 권유로 출판했다는 것이다. 아마 저자는 연식이 오래되어서 이 글을 그대로 내는데 상당히 주저한 것 같지만 출판사 대표가 그냥 날짜까지 그대로 밝히고 출판하면 바뀐 세상의 모습을 독자들이 스스로 그릴 수 있어서 더 좋지 않겠냐고 설득하자 넘어간 것 같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과거의 글과 현재의 글을 좀 섞어서 업데이트를 해서 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오래된 글뿐이라는 약간의 불만을 접고 읽다보면 화자의 경험과 내 경험이 만나는 부분이 생기고 책을 통해 동시대를 함께 산 경험을 공유하는 것 같은 친밀감이 느껴진다. '천원의 행복' 역시 오래되어서 웃음이 나는 글이다. 2009년도에 쓰인 이 글을 읽어보면 물가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천원으로 pc방 게임, 노선 버스타기, 공연보기까지 가능했다니 요즘은 천원이 500원처럼 느껴지는데 아마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얼마전 10년만에 껌 한통 샀다가 천원 내고 거스름돈을 안 주기에 화들짝 놀란 기억이 난다. 책을 읽다보니 2007년의 최저임금이 3480원이었다는 것, 또 2008년에도 여전히 한국 경제는 어려워서 경제 성장률을 정부는 3%, 한은은 2%로 잡았다는 얘기에도 쓴웃음이 났다. 올해 1%대 경제성장률에 그칠 거란 뉴스를 엊그제 봤기 때문이다. 글을 썼던 2008년에서 무려 10년도 더 지났는데 한국 경제는 나아지긴커녕 지속적인 악화를 걸었다는 방증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리를 하는 담당 공무원들에게 이 책을 한 부씩 나눠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글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저자의 국어실력이다. 사어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말이 칼럼 하나당 1~2개씩은 꼭 있어서 정확한 뜻이 궁금하면 찾아보면서 읽어야했다.내 무지가 부끄럽기도 하고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것처럼 재미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어둑서니가 자라고 있다, 생게방게 질문 하나 던져본다, 짓쩍긴 하지만, 한올진 벗의 마음자리, 콩켸팥계, 옹숭망숭 몽몽하기 일쑤여서' 등 어감이 귀엽고 다정한 고유어가 저리도 많고 참 자유자재로 쓰였다.

문화, 예술계에서 오래 일한 저자답게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역사에도 통달해서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또 무슨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칼럼 하나당 분량도 짧아서 이동중에 간단히 읽기 좋았다. 에세이와 잡문을 많이 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기도 했다. 읽다보면 숫자는 그저 양념일 뿐 저자라면 충분히 어떤 주제로도 글을 쓸 수 있는 에세이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김도언 지음, 하재욱 그림 / 문학세계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 느낌은 서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소설 같은데 중간부터 읽다가 화들짝 놀랄 만큼 수위가 세다. 누가 볼새라 나도 모르게 숨죽이며 읽게 되는 소설이다. 총 7편의 단편 동화가 실린 이 책은 가히 문제작이라 할만하다. 여성과 사회 변두리 인물들, 성과 폭력을 다루고 있다. 수위가 세지만 그림은 마치 패션화보의 삽화같이 세련되고 또 크로키처럼 간결하게 정제된 묘사라 아주 야하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자세히 봐야 어떤 장면인지 알 수 있어서 어른을 위한 동화가 맞다. 그림과 마찬가지로 글도 중언부언 설명도 없고 간결하다. 한 페이지에 한 줄, 혹은 두 세 줄이 서사의 전부이다.

 

응축된 그림과 글 너머에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비난이 담겨있기도 하고 일부 여성의 비틀어진 욕망의 해소방법이 담겨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의심한다. 과연 어떤 여자가 오늘밤 같이 잘 남자를 골랐다고 마치 돈과 권력이 있는 남자들이 성을 사듯이 여성도 그럴 수 있는 여성우위라고 볼 수 있을까? 코끼리 조련사의 정혜가 맞이하는 충격적 결말을 보고 나면 애초에 기울어진 균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변두리 인생들에게 동정심을 가졌든, 본인의 해방을 위해서였든 지나친 친절을 베푼 결과는 파멸이다. 어쩌면 정혜처럼 그런 결말을 예상하고 자기 파괴적 시도로써 도전한 거였다면 할말은 없다. 

사실 '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은 그 앞에 나온 '불결한 천국의 노래'가 던진 쇼킹함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나는 단편을 순서대로 읽는 사람이 아니어서 '불결한'의 중간부터 페이지를 보다가 너무 재밌어서 끝까지 다 읽고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봤는데 이 단편집의 재밌는 점은 어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의 경우에는 어떻게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시작 전에 출처를 밝힌다는 것이다. 100% 작가의 상상, 즉 허구라고 생각하고 읽은 소설이 알고보니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아마 나같은 독자는 거의 없을 것이므로 차라리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은 출처를 밝히는 페이지를 해당 단편 맨 뒤로 뺐으면 어땠을까 싶다. 더 충격적이게!)

 

 

1990년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쓴 동화라니 그럼 진짜 공기업 임원인 40대 독신녀가 매춘을 했다는 말인가? 보통 여대생의 매춘이네 뭐네 해도 알고 보면 명문대생은 순 거짓말이고 어디 이름도 못 들어본 변두리 지방대생이 명문대생으로 둔갑한 경우는 많이 봤다. 그만큼 매춘여성은 사회의 밑바닥, 못 배우고 가난한 여성들이 비자발적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실제로 남부러울 것 없는 명문대 법대 출신에 공기업 임원인 여자가 성매매를 했다니? 그 여자의 말로가 비참했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런 일이 이미 근 30년전에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한 그 사건을 바탕으로 작가가 재구성한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 여자의 심리상태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게 두 번째 충격이다. 매춘이라는 방식에 공감한 게 아니라 "회사 일은 너무나 재미가 없어서 그래서 해볼 만해요. 재미없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훌륭한 연극은 없으니까." 라든가, "나는(중략) 비루해지면서 위선으로 가득한 세계를 조롱해요. 고급 승용차와 높은 연봉에 취해있는, 생명이 정지된 나의 세속을 가라앉히고, 나는 지상에서 바닥으로 황홀하게 몰락합니다." 같은 우울하고 권태로운 일상과 그 속에서 느끼는 자기파괴적 충동 말이다.

 


이 단편집에 나오는 고위직 여성 매춘이나 여교사의 남고생 추행사건, 혹은 외도 같은 자극적인 소재의 이면에는 자기 욕망에 대담해지다못해 파괴적 성향까지 보이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부와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여성의 성을 사는 일은 너무 흔해서 새로울 것도 없고 그 자신에게는 어떤 피해도 없다. 그들에게 남아도는 돈을 좀 썼다고 가계가 휘청이는 것도 아니고, 남아도는 힘을 썼다고 자기가 임신하는 것 같은 심각한 피해도 없다. 남자들은 그렇게 손쉽게 욕망을 해소하는데 반해 여자는 성욕에 충실한 대가로 목숨이나 직업, 명예을 잃어야 하는게 웃기다. 작가는 후기에서 "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공기업 임원이라는 세속적 지위를 버리고 밤에는 창녀의 영혼을 갖기로 한 그 여자의 정신적 모험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거기엔 기성 세대의 뻔한 위선을 자기조롱의 형식으로 풍자하는 정직한 자의 결기가 틀림없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라고 정직한 자의 결기라는 표현을 썼다.


육체적으로 아주 나약한 존재에게 결기가 있으면 뭐하냐는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인가? 고위직 여성이 스스로를 조롱하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성매매를 하는 것이 감히 평상시 말도 붙일 수 없는 하층민 남자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묘사되었는데 그래서 그 여자가 결국 차지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욕망의 해소라기에는 매 금요일마다 반복되니 해소되긴커녕 위험과 섹스에 중독된 것 같고 구태여 자기와 비슷한 동급도 아니고 밑바닥 인생 중에서만 손님을 찾아서 스스로를 거칠게 다뤄주길 바란 것은 사회에서 받는 존중과 대우에 진력이 난 반작용인가 싶어 쓴웃음이 났다. 그런 가식적인 대우라도 받고 싶지만 내내 하찮은 취급만 받는 여성들이 읽는다면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소설이다. 그 다양한 의미를 신문기사처럼 어떤 하나의 틀에서만 해석한다면 의미가 없다. 작가가 여교사와 남고생의 사랑을 성별에 차이없는 시선을 바라봤듯이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면 될 일이다. 색다른 시각,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진 성인 동화책이라 평범한 애들 만화는 싫은 독자들, 애들 동화책 읽어주다가 지겨워진 부모들이 읽으면 더욱 재밌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당신의 마지막 남자가 아니다 - ‘진짜 내 남자’를 찾는 관계의 기술
스티브 하비 지음, 송선인 옮김 / 북아지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재밌는 연애 지침서를 만났다. 여성 저자가 같은 여성 독자들에게 충고하는 연애서는 많았지만 남성 저자가 딸과 여성 독자를 위해 쓴 책은 드물었는데 이 책은 남성의 시각에서 본 좋은 남자 고르기라고 할 수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생각날 정도로 책을 읽다보면 남녀간의 사고방식이나 육체적인 차이는 분명 존재하는 구나 싶다. 다만 이 책은 결혼 전에 읽는 것이 유익하다. 데이트 게임이 끝나고 배우자 선택을 끝낸 후에 읽으면 별 도움이 안 된다. 제목처럼 애초에 잘못 고른 남자는 당신의 마지막 남자가 아니니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 찾는 게 낫다는 소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왕이면 연애할 때, 혹은 연애하기도 전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저자 이력이 독특한데 원래 코미디언으로 출발한 사람이다. 이후에 라디오 진행자가 됐다가 연애상담 해주면서 이렇게 연애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다고 하니 사람이 어떻게 풀릴지는 자기도 모르겠구나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런 연애 관련서를 낼 정도면 결혼생활도 잘 했을 거 같은데 지금 결혼이 3번째라고 한다. 책을 읽다가 놀란 것이 현재 부인 역시 이 남자와의 결혼이 3번째라고 한다! 둘이 도합 애들만 7명이다. 어쩌면 자기의 처절한 결혼 실패 역사를 바탕으로 남자라면 이런 여자, 여자라면 이런 남자를 골라야 하고 또 본인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결혼생활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이런 연애 지침서를 썼는지도 모른다. 그의 조언은 굉장히 정석적이고 평균적이라 모두에게 다 적용할 내용은 아니다. 자기가 20대에 준비가 안 된 채로 결혼을 해서 실패했다고 다른 20대 남자들도 전부 결혼에 신중하지 못할 거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 시대가 점점 비혼이나 만혼으로 가는 추세라 여자만 결혼에 목을 매고 청혼받길 원할 거라는 가정이 먹힐지도 모르겠다. 30대, 40대의 남자들은 이럴 것이라고 설명한 내용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80% 동의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다 생각이 다르다. 나이대에 따라 결혼에 대해 신중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역시 상대 남자에 따라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늦게 결혼하면서도 이혼하는 사람 역시 많은 시대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한 내용은 저자의 말처럼 좋은 남자가 그냥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자꾸 남자 입장에서 본 좋은 남자를 강조하지만 이건 일종의 세일즈 포인트같은 거고 성별을 바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인생에서 좋은 배우자를 만나려면 실현 가능한 기준과 조건을 세우고 그런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남자의 마음에 들려고 할 필요는 없다. 자기가 원하는 배우자상은 분명 따로 있을 것이다. 그 사람 마음에만 들면 된다.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찾아야 한다.

"남자가 노력 없이 당신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그에게 헌신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다", "진지한 관계를 원한다면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라". 저자는 연애를 넘어서 결혼할 사람을 찾고 있다면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자세히 물어보라고 주문한다. 또 헌신할 준비가 된 남자가 보내는 신호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가까운 친구와 가족을 소개시켜 준다, 자신의 행복보다 상대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 예전 여자들 번호를 지운다, 당신과 떨어져 있을 때에도 늘 당신을 생각한다' 등등. 내용이 약간 달라질지 몰라도 헌신적인 여자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는 크게 봐서 거래이고 내가 이렇게 할 때 상대는 나에게 이렇게 보답할 것이다라는 암묵적인 기대가 존재한다. 그 기대를 서로 잘 채워주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고 어느 한쪽만 기울어지게 희생한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설사 옛날 어르신들처럼 여자 혼자 일방적으로 희생한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 이르면 분노가 폭발할 것이고 관계가 깨지든 늙어버린 상대에게 복수하든 뭔가 액션이 나오게 되어 있다.

또 하나 뒷부분에서 흥미롭게 읽은 내용은 외모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남자들은 태생적으로 미적 자극을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원한다고 한다. 저자는 본인이 유명인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언론 노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점에서 아내인 마저리가 늘 스스로를 가꾸는 모습을 보여줘서 만족했다고 써있다. 이것이 남자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굳이 연예인이 아니어도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아내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인 역시 항상 아내에게 반듯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고 하니 이상적인 커플이다. 저자가 말하는 외모는 꼭 타고난 미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외모의 우열에 상관없이 예뻐지려고 노력하는 사람, 늘 꾸미는 여자를 말하는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은 탈코르셋 시대에 여성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만날 똑같은 티에 바지만 입거나, 집에서는 런닝에 속옷 차림으로 다니면서 부인은 풀화장을 하고 남편을 기다리고 어디 가면 누구나 우러러 볼 멋진 외모를 유지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러나 외모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자가 성공한 남자를 만난 경우를 거의 못 본 것도 사실이다. 미적 관점은 다 다르므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남자고 여자고 상대의 외모에 민감한 시대이므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꾸며서 손해볼 것은 없을 것 같다. 저자의 친구처럼 막 연인 사이가 되어서 집에 갔는데 여자가 츄리닝 차림에 구멍난 양말 신고 나오면 누구나 환상이 와장창 깨지지 않을까? 저자는 미적 자극이 남자가 여자에게 접근한 첫번째 이유지만 남자가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면 여자가 나이든 후에도 스스로 멋지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씁쓸해지는 것은 여자도 남자가 추레하게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거지. 왜 여자는 미적자극에 둔감하다고 생각할까. 여기에 성별의 차이는 없다고 단연코 말하고 싶다.  

'남자는 이런 동물이다. 남자는 이렇다'라는 설명을 자신있게 하는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나 섹스를 참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내용을 빼고는 크게 성별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거나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사소한 차이도 존재했다. 누구나 때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안정을 찾고 같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싶을 것이다. 이 책은 하룻밤 데이트 상대를 찾거나 가벼운 연애를 즐기고 싶은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관계에 진지한 남자를 찾을 수 있는지, 나와 가족을 위해 부양의 책임을 질 헌신적인 사람은 어떤 특징을 미리 보일지 알려주는 책이다. 많은 연애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면 시시할 테지만 요즘같이 자유 연애 시대에도 좀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채 기준만 한없이 높거나 아니면 자신의 바람과 달리 자꾸 깃털처럼 가벼운 사람만 만나서 실패를 거듭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할 내용이 참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창업관련 서적을 보면 퇴사를 꿈꾸거나 준비하는 사람이 무척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의 스핀오프 콘텐츠인데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타이베이, 홍콩, 상하이, 뉴욕 등 대도시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독특한 식음료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어떤 업종을 창업하면 좋을지 혹은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면 좋을지 결정을 못했지만 기존의 사업과 차별화를 두고 싶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얻기 좋은 내용이다. 목차는 크게 네 가지 주제로 나눠어져 있는데 과거를 재해색한 곳, 고객 경험을 바꿔서 히트를 친 곳, 고정관념을 부순 곳, 로봇 같은 미래 기술을 도입한 곳을 각각 3군데씩 골라서 어떤 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지 특색을 설명하고 있다.

 

 

 

책에 사진이 많아서 실제 그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고 가까운 홍콩, 타이완 등 중화권 가게 소개가 많아서 누군가 발빠른 대기업이 도입한다면 우리나라에도 금방 들어올 거 같은 느낌도 든다. 소개된 가게들이 다 독특해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사업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유행에 따른 부침이 없고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된 곳은 단연 타이베이의 '써니힐즈'이다. 이 곳은 펑리수라고 대만의 파인애플 전통과자를 파는 곳인데 디저트와 차를 공짜로 대접한다. 우리나라에서 시식이라고 하면 마트 같이 시끄러운 곳에 서서 손톱만큼 잘라주는 것을 먹어보는 게 전부인데 써니힐즈에서는 손님이 매장에 오면 앉을 자리에 안내하고 온전한 펑리수 1개와 우롱차를 고급스러운 쟁반에 서빙해준다고 한다. 제품을 사라는 강요는 없다. 자연을 닮은 고급스럽고 조용한 매장에서 제대로 만든 펑리수를 맛본다. 이렇게 해서 과연 매출이 발생하는지 의아해지는데 여기 사장은 참 머리가 좋다. 낱개가 아닌 10개, 16개 세트로 팔아서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먹어보고 맛있다고 생각한 손님은 덩어리로 구입을 해야 하니 결국 10% 할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맛을 보고 확신을 가진 후 구입하는 것이니 비싸도 당연히 고객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이 곳 과자는 원재료를 최고급만 쓰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팔괘산이라는 지역의 파인애플만 쓰고 첨가제를 넣지 않아서 여름에는 파인애플 본연의 단맛을, 겨울에는 또 약간 더 신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타이페이 오리지널 파이애플 맛이 궁금해진다.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 오히려 수준높은 동일한 품질의 상품을 편안하게 구입하고 싶어하는 손님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고품질 전통과자라는 기본을 지키면서 시식은 서서 대충 먹고 구입을 강요받는 것라는 상식을 비튼 곳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한 가게가 이 책 곳곳에 소개되어 있었는데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마치 인기 드라마처럼 비슷비슷한 소재를 써도 누가 쓰느냐로 구성이 확 달라지듯이 사업 또한 그렇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드래프트 랜드'라는 곳은 바텐더가 없는 칵테일 바였는데 미리 칵테일을 만들어서 손님들이 마치 맥주 따르듯이 탭에서 내리기만 하면 된다. 칵테일하면 바텐더가 손님 취향에 맞춰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다소 비싼 술이란 생각이 있는데 그 고정관점을 버린 곳이다. 이 곳은 즉석 제조가 아니라 정확한 계량을 중시한다. 거기에 따른 장점이라면 바텐더 개인에 의지하지 않으므로 늘 한결같은 맛이 유지되고 그냥 탭에서 따라마시면 되니 회전율이 빨라지고 미리 만들어둔 칵테일이므로 시음을 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당연히 가격도 내려간다. 이 모든 게 고객층을 늘리기 위한 철저한 계산에서 나왔다. 복잡한 칵테일 이름에 익숙치 않은 손님도 이름 대신 정해진 숫자로 주문할 수 있고 맛을 몰라도 시음을 해보고 따라마실 수 있으니 부담이 없어진다. 혼자 온 손님도 즐기기 쉽게 아예 서서 마시는 자리를 절반 이상 만들었다. 바텐더를 고용하지 않으니 가격도 내려간다. 하지만 이런 곳을 만든 사장은 정작 대만 칵테일계의 대부 바텐더라고 한다. 자신이 운영하던 바를 떠나서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그는 바텐더의 관점으로만 칵테일을 바라보던 틀을 깨기로 하고 칵테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칵테일 마시는 사람의 입장에서 업을 다시 생각한 것이다.

 
 역시 발상의 전환은 자기가 처한 환경을 바꿔보는 데서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것이 이 책을 만든 기획자들이 의도이기도 하다. 늘 같은 직장, 같은 장소에서 챗바퀴 돌리는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여행을 통해 안 먹어 본 것을 먹고, 가보지 않는 곳을 가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서 성공한 가게도 찾아가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지 않을까 싶어서 만든 책이다.

발상의 전환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달걀을 세우려면 달걀 모서리를 깨면 되지만 남들이 해놓은 것을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처음에 이 생각을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드래프트 랜드 소개를 처음 읽었을 때는 마치 다른 업종에 종사하던 사람이 실험적으로 바텐더 없는 칵테일바를 만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업계에서 정통한 사람이 오랜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만든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느낀 바가 많다.   

맨 뒤에 소개된 로봇 바리스타나 서빙 로봇을 봐도 업계는 참 빠르게 바뀌는 구나 싶다. 사람들도 점점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그 추세에 로봇 종업원은 딱이다. 아직 초기단계라서 우리나라의 패스트푸드 자판기처럼 어설프고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주인 입장이나 손님 입장에서 모두 사람 종업원보다 편할 지도 모른다.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인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추세가 그러니 다른 나라에서는 어디까지 진행되어 있는지 알아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라는 부제가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눈에 들어온다. 그 말이 딱 들어맞는 내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 - 엑셀만 하던 대기업 김 사원, 왜 마트를 창업했을까?
김경욱 지음 / 왓어북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대기업 정유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사표를 쓰고 군산에 내려가서 마트를 창업한 어느 청년의 이야기이다. 커피나 닭, 편의점도 아니고 마트라니? 게다가 서울이 아닌 중소도시 군산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합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이 책은 카카오 브런치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연재된 글을 묶어서 책으로 낸 케이스인데 낮에는 마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손님이 떠난 매장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총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초보 창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제, 경영서에 들어가겠지만 주인공인 저자가 겪는 마트 창업 고군분투기로 보면 에세이에 가깝다. 처음해 본 창업, 그것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자신이 이름부터 짓고 모든 것을 제로에서 시작한 동네 마트를 운영하며 겪은 단짠단짠 일기 같은 글이다. 저자의 경험은 솔직해서 공감이 가고 왜 하필 마트 창업이었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간다. 저자는 엑셀, 통계에 능숙하고 무척 이성적인 사람이다. 퇴사 전에 끝전까지 따져가며 한달 사는데 최소비용이 얼마인지,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회사를 나와도 생존이 가능한지 모든 경우의 수를 철저히 계산했고 왜 회사를 나와야 하는지 퇴사 전에 깊이 고민했다.

그는 성과를 직접 볼 수 있는 일, 확실히 돈이 되는 일, 보고서에 찍힌 숫자보다 직접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마트를 선택했다고 한다. 유통업이 돈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아무리 불경기에도 사람들이 꼭 써야 하는 게 생필품이니 마트에 안 가는 사람은 없다. 그는 각종 데이터를 뽑아 보수적으로 매출을 계산해보고, 마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어머니가 계신 군산, 그 중에서도 핵심 산업단지가 있는 산복동에서 동네 마트를 시작하기로 한다. 

하지만 마트라는 게 편의점이 아니다. 아무리 지방이어도 무려 300평이면 초기비용이 만만치않다. 저자 역시 가족에, 친척들 돈까지 투자를 받아 시작한 사업이기에 부담감이 상당히 컸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었다. 그는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각종 데이터에 능했고, 가격 할인 정책, 경품 이벤트 등 마케팅 비용도 공격적으로 사용했으며, 문자 광고 역시 글재주를 살려서 남과 다르게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친절은 물론이고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 과일, 수산물까지 마트로써 구색맞추는 것은 기본으로 깔고 갔다.


옛날 장터처럼 동네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리들마트'를 연 그는 십시일반 프로젝트, 고사리 희망장터 등 기부문화 확산과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일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사실 마트에서 무슨 이벤트를 하건말건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그저 더 많은 손님을 모으고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겠거니 했고 대기업 마트에서 하는 행사라는 게 대개가 할인이나 추첨 등 경품행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마트 기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후반부에 지방 유명 빵집인 성심당, 이성당의 모토와 기부 문화를 소개한 글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성당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고아원, 양로원 등에 기부하는데 '기부받는 사람도 손님이다'라는 생각으로 항상 새 빵을 따로 만들어서 기부한다고 한다. 보통 식당이나 빵집에서 기부를 하더라도 남는 식재료나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빵을 기부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새 빵을 일부러 만들어서 기부를 하다니 그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자신의 빵집 앞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을 쫓긴커녕 출출할 때 먹으라고 빵을 나눠주는 사장이라면 이런 분들이 창업한 회사가 잘되지 않으면 누가 성공하는가 싶다. 그렇다고 빵맛이 떨어지고 착하기만 한 기업은 절대 아니다. 저자가 소개하기 전에 나도 그 두 집 빵을 다 먹어봤기에 가격으로도 빵맛으로도 최고임을 인정한다.

 

지방에서 시작해도 이렇게 탄탄하고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이 있다. 만약 돈이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의 전부라면 대를 이은 기업, 그 지역에서 먼저 사랑받는 토착 기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마트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마트를 여는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고, 종목이 달라도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영업이란 어떤 것인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직접 사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잘되면 그 과실을 자기가 차지하지만 망하면 삶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무서운 일이다. 저자는 워라벨의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주52시간에 맞춰 퇴근도 하고 주말에도 쉬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지금은 365일 돌아가는 마트를 운영하면서 주말은커녕 밤에도 매장에서 글을 쓰는데도 행복해하고 있다. 꿈이 있으면 좋겠지만 꿈이 없어도 목표를 정해 일을 하면서 보람을 얻는 삶, 인터넷 공모전을 5수 도전해서 이렇게 책까지 냈다고 하니 열심히 사는 인생이 멋있고 읽으면 노동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뿌듯해지는 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