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싱가포르 - 여행을 즐기는 가장 빠른 방법 인조이 세계여행 8
김미선.임현지 지음 / 넥서스BOOKS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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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행 가이드북은 여행 가기 전에 계획을 짜는 데도 필수지만 당장 떠나지 않더라도 책 한 권만 읽으면 그 나라의 관광지, 역사, 문화, 식생활, 볼 것 태반이 나와있어서 마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이번 여행 서적은 싱가포르인데 동남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여행지임에도 비행시간이 6시간이나 되어서 내게는 계속 후순위로 밀린 국가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석에서 비행기 오래 타는 게 고역이라 뒤로 미뤄뒀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싱가포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것을 알았다.

 

 

싱가포르는 비행시간은 길지만 일단 도착하면 국가 면적이 서울보다 약간 큰 정도이다보니 왠만한 관광지가 모여있어서 이동이 편한 장점이 있다. 게다가 쇼핑, 관광, 식도락 등이 골고루 발전해 있어서 굳이 한 가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좋았다. 책에서 소개된 서울 전철과 비슷한 MRT를 타면 왠만한 관광명소와 다 연결되었고 도시가 작아서 미터기 택시를 타도 요금이 부담될 수준이 아니라니 반가웠다. 10년 전 일본에 갔을 때 택시 미터 요금이 오싹할 정도로 비싸서 중간에 내린 적이 있는 나로서는 그 나라의 교통 물가도 여행을 결정할 때 꼭 참고하는 정보이다. 일단 가면 실컷 돌아다녀야 하는데 교통비가 너무 비싸면 이동을 망설이게 된다.

이 책도 다른 여행서처럼 다양한 일정으로 코스를 짤 수 있게 되어있다. 쇼핑에 중점을 둔 여행, 아이가 딸린 여행, 관광 위주의 여행 등 입맛에 맞춰 코스를 짜보거나 몇박 며칠 주요 관광지 위주로도 코스를 짤 수 있다. 또 동남아시아 중에서 꽤 선진국에 속하기 때문에 쇼핑할 거리가 많아서 좋다. 어떤 특산품이 유명한지도 소개되어 있는데 근육통에 좋다는 타이거 밤과 불소 함량이 높다는 달리 치약을 내 쇼핑 리스트에 꼽아두었다.

 

 

 

대표 관광지 소개도 충실한데 그 중 가고 싶은 곳은 단연 센토사섬이다. 이 곳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비롯 S.E.A 아쿠아리움과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가 있다. 특히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규모라는데 싱가포르에만 있는 어트랙션도 있다니 꼭 타보고 싶다. 당연히 센토사에 가는 방법, 관광지, 소요시간, 먹거리 등도 충실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한 오차드 로드라고 10시간 정도 다리 부러지게 걸을 수 있는 쇼핑몰 거리도 있다는데 나는 쇼핑 쪽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싱가포르의 독특한 동물원을 일정에 넣어두었다. 엄청난 규모의 새를 볼 수 있는 주롱 새 공원+싱가포르 동물원+리버 사파리+나이트 사파리까지 하루에 볼 수 있다니 해외에 가면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을 꼭 가보는 나로서는 최고의 관광지가 될 것 같다. 동물원 간 위치가 근접해있고 입장권도 4곳을 한꺼번에 패키지 티켓으로 끊을 수 있다니 동물원 덕후에게는 이만한 나라도 없지 싶다. 특히나 밤에 여는 나이트 사파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밤에만 입장할 수 있는 동물원이고 온갖 맹금류가 총출동하는 나이트 쇼도 있다고 하니 명불허전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 등이 섞여있는 곳이라 마치 우리나라 차이나타운처럼 각 민족의 특색이 남아있는 지역이 여럿 있다고 한다. 언어도 영어가 공용어이긴 하나 중국식 발음이 섞여서 싱글리시라고 부른다니 흥미로웠다. 물가도 한국보다 약간 싸거나 비슷하다고 하고 치안도 좋다고 하니 안 가볼 이유가 없어보인다. 다음 해외여행지의 일순위 후보인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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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긁지 않아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5
르웬 팜 지음, 이순영 옮김, 모 윌렘스 기획 / 북극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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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 윌렘스의 '코끼리와 꿀꿀이는 책을 좋아해' 시리즈 신간이 나왔네요!

이 시리즈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저번에 나온 이 시리즈 '환상의 짝꿍'도 어른인 제가 보기에는 주인공도 흑인이고 배경도 검고 약간 어둡지 않나 생각했는데 어린 조카는 매우 좋아하더라구요. 신발 뭐 신을까 신경쓰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가 같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이번 동화책은 온몸이 간지러워지는 내용입니다. ㅋ

촉감북도 아닌데 그렇네요. 액자형 구성으로 늘 그렇듯이 책 좋아하는 꿀꿀이와 코끼리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저자인 르웬 팜이 모 윌렘사우루스라고 기획자인 모 윌렘스의 이름을 공룡식으로 바꿔놨네요. 요즘말로 센스 쩝니다.

 

 

줄거리는 동화책이다보니 간단합니다. 지나가던 공룡이 표지석 같은 것에 써 있는 "공룡은 긁지 않는다"는 문구를 읽게 되죠.

그 다음부터 상처나 났거나 벌에 쏘여도 도대체 긁을 수가 없네요. 날아다니는 공룡, 즉 익룡이 벌에 쏘인 상처를 긁으려 하자 안경 쓴 공룡이 "너 공룡 맞아?"하고 비아냥댑니다. 옆에 있는 친구 공룡도 가려운데 씩씩한 공룡 놀이 중이라 참고 있다고 너도 공룡이면 참아야 된다 이거죠.

아.. 마치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에게 "남자는 이런 일로 우는 거 아냐"라고 하던 어른들 말씀이 오버랩 되네요.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ㅋㅋ" 이 노래 기억하신다면 당신도 올드보이..

아무튼 이런 식으로 씩씩한 공룡임을 증명하려면 이제 별의별 가려운 일이 다 있어도 절대 긁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옵니다. 자꾸만 가려운 공룡들은 늘어만 나는데 저 표지석에 적힌 말을 지키느라 안절부절 가려워미치겠는 공룡 친구들!! 아.. 조카도 너무나 안타까워하네요. 후후훗..

씩씩함의 대명사 육식 공룡인 티렉스가 와도 상황은 똑같습니다. 오히려 남자다움을 증명하려고 눈물 꾹 참던 어린아이들처럼 깃털로 간지럼을 태워도 참고 잔디를 뿌리고, 개미를 올리고, 까슬거리는 스웨터까지 등장해도 다 참아야 합니다! 참을성의 끝을 보여주는 공룡 친구들.. 눈물겹습니다.

이 동화책은 무슨 우화같네요. 쓸데없는 증명에 열을 올리는 어른들이 보면 뜨끔할 거예요.

 

 

 

참다못한 익룡이 "내가 공룡이 아니라고 인정하면 긁어도 돼?"라고 묻기에 이르르죠. 나의 정체성을 포기하면 이 고행을 멈춰도 되냐 이건 가요?

다들 가려워서 폭발 일보 직전일 때 시원한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건 책에서 확인하시고.. (동화책 스포를 지양합니다)

결말은 어린이 친구들을 위해서 해피엔딩! 보는 사람들 속이 다 시원해지는 깔끔한 엔딩이네요. ^^

긁고 싶으면 긁을 권리가 있죠. 울고 싶을 때 울 권리가 있는 것처럼.

누가 공룡은 긁지 않는다라고 법으로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공룡 친구들처럼 거짓 명제를 참으로 알고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고 또 무식할 정도로 지키는 건 어리석은 것이라고 조카에게 알려줍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라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긁고 싶으면 긁고 뭐든 참지 말고 솔직하게 사는게 최고 아니겠어요.

아.. 참으로 벅벅 북북 결말이 통쾌하고 시원합니다! 공룡 친구들 간의 우정은 덤이구요.

코믹하면서도 유쾌한 반전이 있는 "공룡은 긁지 않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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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
지평님 지음 / 황소자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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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편집자이자 동시에 작가의 글을 읽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서 출판사 대표라는 저자의 글을 호기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게다가 저자의 이름은 지평님이다. 지평님이라.. 음.. 필명인가? 그러나 자기 이름에 님자를 붙인 필명을 출판사 대표라는 사람이 쓸 리 있을까 싶었다. 중간쯤 책을 읽다가 잠시 기사를 검색해봤다.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지사장은...' 악.. 이 분의 본명이구나!! 피식 웃음이 났다. 왜 님자만 들어가면 자꾸 예명이나 가명, 필명 쪽으로만 생각했을까 무지의 소치이니 용서해주시길..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고 다소 몸이 약했다는 저자의 글은 대부분이 소박하고 솔직하며 담백하지만, 편집자 특유의 날카로움과 고집도 엿보였다. 그러나 대표인 본인 이름을 걸고 쓴 부담도 있었는지 몇몇 시사와 관련된 글은 조금 에둘러 말하며 수위를 조절하느라 애쓴 티가 역력했다. 그런 글들은 마냥 웃으면서 볼 수 없었고 마음이 불편해지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에세이를 머리가 아플 때 읽는 사람인지라 인생사의 고달픔과 괴로움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 먹는 즐거움, 조카와 보낸 소소한 일상 등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 이미 하루를 살면서 충분히 괴로웠기에 밤에 펼치는 에세이에서는 그만 괴롭고 싶은 마음인데 다행히 저자의 글에서는 8할에서 자연의 냄새가 난다. 농부의 딸은 글에서도 흙냄새가 나게 하는 것일까?

인상 깊게 읽은 글은 조카와의 에피소드인데 저자가 20대 중반일 때 결혼한 언니 집에 4살배기 조카와 같이 살았더랬다. 선천적으로 건강체질이 아닌 저자는 당시 자주 아팠나본데 야근과 밤샘 근무로 집에서 앓고 있을 때 이 꼬맹이가 유아용 해열제를 입에 넣어줬고 세상에 그 유아용 시럽 한 숟가락에 쇼크를 일으켜서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그녀는 참으로 안타까운 몸뚱이(?)이었고 조카는 상당히 영민하고 예민한 타입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이모가 쓰러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커서는 약품이 유발하는 사고에 민감해져서 그 분야 해외 신간서적 리스트까지 출판사 대표인 이모에게 검토해보라고 보내주다니. 4살짜리가 당시 일을 기억하고 자랐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조카와 이모 사이의 끈끈함이랄까 교감도 다정해서 좋았다. 이 에피소드의 제목이 "다행히 나는 별일 없이 살고 있지만..."인데 책 제목은 "다행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이어서 또 웃었다. 어떻게 4살 짜리가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이모가 쓰러진 것까지 알렸을까 천재 아닌가 싶고 덕분에 이모가 목숨을 건져서 이렇게 살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그 다음으로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는 금수저 친구의 시골 김장 체험기이다. 일가친척이 모여서 수 백포기의 김장 담그는 게 버킷리스트라는 뼛속까지 도시인인 친구. 성화에 못이겨 허락한 저자와 함께 그녀의 고향 마을로 내려가서 1박 2일로 400포기의 김장을 체험하고는 구부려지지도 펴지지도 않는 몸이 되어 서울로 올라가 일주일 동안 물리치료를 받는 웃픈 결말로 끝이 난다.

 

 

이렇게 저자의 주변에는 귀여운 친구들이 많다. 직접 농사지은 쌀을 보내준 선배도 있고 같이 밥을 먹으며 회포를 푸는 오래된 벗도 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정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탓일 것이다. 편집인으로 또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녹록치 않은 경험을 하고 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 여전히 인간에 대한 믿음과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다. 또한 솔직하다. 출판사에 투고 원고를 들고온 어느 할아버지 이야기도 그렇다. 편집인이라면 이렇게 자신의 글을 들고 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것이다. 아마도 투고자의 글 대부분이 출판하기에는 함량 미달일 텐데 문제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돌려보내느냐겠지. 요즘처럼 아예 얼굴을 볼 필요가 없이 메일로 답을 주면 간단할 텐데 노인이 혼신의 힘으로 쓴 육필원고를 거절하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갔다. 그 분과의 불편한 식사자리를 참으며 위로한 마음도 그렇고, 식사를 거의 못 들고 실망한 채 돌아간 할아버지도 안타깝다.

예술의 영역은 잔인하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지만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비출판이라면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이윤을 내야 하는 사업을 하는 것은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상이다. 작은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겪는 아픔도, 가족과 친구에게 얻는 위로도, 또 세상 사는 일원으로 느끼는 소소한 일상도 이웃집 누구의 이야기처럼 공감이 갔다.

특히나 지하철에서 젊은 여자와 어느 노인의 싸움은 나에게도 소제목처럼 '엿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막말하는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노인을 보며 도대체 우리사회의 약자끼리 붙으면 누굴 응원해야 하는가 헷갈리기까지 했다. 그녀는 여성차별과 윗세대의 언어폭력을 함께 묶어서 억울함을 코스프레하고 노인은 속사포같은 젊은 여자의 말을 뭐라 제대로 대꾸할 새도 없이 당한다. 이제 우리사회의 청년들은 자리 비키라는 지하철 노인의 말에 바로 대거리를 할 정도로 강해졌다. 그들 중 일부는 노인들을 혐오한다. 나 역시 비슷하게 불편한 상황을 몇 차례나 봐왔지만 쉽게 그 싸움에 끼어들 수 없었다. 에세이 속 노인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분도 드물었고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이라고 한다. 동시에 나는 그저 복잡한 머리를 쉬려고 에세이를 읽었는데 오히려 정신이 말짱해져서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럼 이 글은 좋은 글일까 나쁜 글일까? 농담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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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영어회화 이디엄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영어회화 이디엄 1
김아영.Jennifer Grill 지음 / 사람in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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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영어공부한 지 제법 오래되었고 시험 성적도 나쁘지 않지만 유독 늘지 않는게 회화였다. 토익이나 기타 점수가 높으면 뭐하나, 회사에서는 도리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입도 뻥긋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독하게 마음을 먹고 이 책을 골라서 통으로 외워보기로 했다. 너무나 미국적인 영어회화라니 말만 들어도 뿌듯하다. 한국인이 쓴 영어책은 많지만 읽어보면 어딘가 어색한 대화형 회화가 무척 많았다. 이 책은 저자가 두 명인데 메인인 한국인 저자는 플로리아 주립 대학교에서 무려 영어로 강의를 하는 대학교수이고 공저자인 제니퍼는 같은 대학 교수이다. 일단 어색한 한국식 영어는 아니겠구나 마음이 놓인다.

 

 

이디엄이란 숙어나 관용어를 뜻하는데 문제는 초중고 학교에서 배운 이디엄만으로는 미국인들의 일상회화를 이해하기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이디엄 자체만 달달 외웠기 때문에 문장 속에서 마주치면 '아, 누구시더라;' 몰라보기 십상이었다. 이런 우를 범하는 나같은 외로운 학습자를 위해 이 책은 같은 이디엄을 약간씩 다른 상황에서 최소 6번 마주치게 구성되어 있다. 영어회화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사용하는 좋은 문장을 외워야 한다.


 

이 책을 다 공부하면 미국 구어체 영어에서 자주 쓰이는 이디엄 130여개를 외울 수 있다. 또한 이디엄과 예문을 1:1 해석으로 적어놓고 끝이 아니라 서로 다른 회화 지문이 unit1~unit3까지 총 세 번 반복되고 이 안에서 개별 이디엄이 6번 정도 반복되는데 회화 지문 역시 처음에는 한글 뜻만, 두 번째는 영어 뜻, 세 번째는 영어와 한글 해석 모두 달아주었다. 예를 들어 "It's been ages!"라는 이디엄이 유닛1에 소개되면 처음에는 "정말 오랜만이야!"라는 한글 뜻만 옆에 나오지만 다음 유닛2에서는 "Long time no see!"라고 영어 해석만 달리고 (마치 영영사전처럼), 유닛3에서는 "Long time no see! 정말 오랜만이야!" 가 다 나오는 식이다. 이 또한 이디엄이 소개되는 순서를 바꿔서 유닛1에서 맨처음에 나온 이디엄이라도 유닛2에서는 3번째에 나올 수도 있고 순서가 뒤바뀌기 때문에 우연히 마주치는 느낌이 들어서 지루하지 않고 새로웠다. 책에 나오는 이디엄은 절반은 아는 것이었고 절반은 생소했다. 나에게는 딱 좋은 레벨이었던 셈이다. 다 모르면 진도가 너무 안 나가고 어려웠을 것이고, 다 알면 지루했을 테니.

대략 하루 1시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니 mp파일 10개 분량을 들을 수 있었다. mp3파일은 원어민의 대화녹음이고 총150개이다. 나는 한 번에 다 외우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단 1독을 끝내면 2독째는 더 쉬워질 테니 자주 마주치는 방식으로 공부하려고 한다. 스피드가 관건인데 처음에는 책에 나온 QR코드를 찍어서 네이버 사람IN 출판사 페이지로 이동해서 하나하나 들었지만 이 방식은 내게 시간 낭비가 많았다. 그래서 출판사 공식 홈피에서 아예 mp3파일을 다운받아서 통으로 핸드폰에 옮겨놓고 음악 듣듯이 들으니 이동도 빠르고 인터넷 연결같은 쓸데없는 방해요소가 없어서 학습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방식대로 하면 될 거 같다. 출판사가 다운로드를 제공해줘서 고맙다.

 

 

또한 회화 외에도 grammar point, vocabulary point, culture point 섹션이 있다. 문법 포인트에서는 엄밀하게 문법적으로는 비문이지만 회화에서는 용인되는 표현을 따로 알려주기도 하고 한국인이 잘 모를 수 있는 문법 요소를 집어준다. 문화 포인트에서는 드라마나 음식, 생활 속 소재 등 재미있는 미국 문화 이야기가 들어가있어서 공부하면서 잠깐 머리를 식히기 좋다. 단어 역시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일상생활 용어나 슬랭까지 소개되어서 재미있었다. 영어 책이 재미있기가 쉽지 않은데 반복학습을 부담없이 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같다. 열심히 활용해서 올해는 꼭 벙어리 신세를 탈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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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다르게 보기’의 과학
보 로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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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보 로토는 영국 런던 대학교 신경과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인데 일반인을 위해 다르게 보기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대중적인 과학서라고는 하지만 책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다. 꽤 오랫동안 집중해서 읽어야 해서 때로는 고통스러웠지만 중간 중간 있는 실험적인 일러스트와 심지어 책이 잘못 찍혔나 깜짝 놀랐던 한 페이지 통으로 거꾸로 프린트된 부분까지 상식을 깨는 다채로운 편집 방식이 흥미로웠다.

 

일단 왜 우리는 다르게 봐야 하는 걸까? 우리 뇌는 살아남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실재를 보도록 진화한 게 아니라 "살아남도록" 진화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인류는 사실대로 정확히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보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여러 실험을 통해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텀블러라는 앱에서 드레스 색깔 논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드레스가 파랑/검정이냐 흰색/금색이냐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어서 우리나라 해외토픽 뉴스에까지 소개되었다. 고령자나 여성의 경우에는 흰색/금색으로 보는 비율이 높았고, 같은 사람들이 이 사진을 다시 봤을 때는 또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같은 사물을 보고서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왜일까? 저자는 우리 뇌가 사실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용하게 보는 쪽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같은 색도 주변 색에 따라 달라보이듯이 오히려 실재를 정확하게 보는 것은 생존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되돌아보라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경종을 울린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예시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각을 잃은 소년 벤이 획득한 반향정위라는 능력이었다. 창조성과 성공, 개인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보 그 자체는 무의미하다. 앞을 못 보는 소년 벤이 탁탁 소리를 내서 주변 세계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메아리를 해석하는 법을 배웠을 때 주변의 일반인들에게 그가 내는 탁탁 소리는 무의미한 정보일 뿐이다. 벤은 주변인에게는 무의미한 이 메아리를 해석해서 시각적 감각을 일종의 음향지형으로 감지, 눈이 안 보여도 지형물을 파악해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향정위는 박쥐의 음향항행 시스템인데 인간이 이 기술을 갖게 된 것이 놀랍다! 실제로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은 다른 감각기관이 고도로 발달한다고 한다. 반향정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청각이나 촉각이 일반인들보다 몇 배로 예리해지는 것은 흔한 예이다.

벤은 한 가지 감각이 모자랐기 때문에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이 음향신호를 해석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우리는 시각 외에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도 일반인처럼 생활하기 위해 아주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핸디캡을 극복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뇌는 이렇듯 실재를 정확하게 지각할 수는 없지만 실재를 유용하게 지각한다. 혹은 경우에 따라 지각하지 않기로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 다 인식하지 못할 뿐 우리의 뇌는 참으로 똑똑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뇌는 똑똑해도 그걸 활용하는 주인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실패는 나쁘게만 생각되지만 밴의 경우 수많은 실패를 통해 남들이 없는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사람이 얼마나 시각에 의지하는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어두움을 싫어했고 어두움은 불확실성과 통해있다. 저자는 실패의 대가를 알면서도 불확실성을 무릅쓰는 것, 사려깊게 일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자연에서 변화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고혈압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우연히 비아그라 약을 개발한 것을 떠올리며 웃었다. 이런 종류의 우연은 과학의 역사에서 너무나 많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다소 식상한 명언이 왜 나왔겠는가. 사려깊은 과정을 거쳐 오랜시간 실패를 해야 우연히 얻어걸리는 게 성공이다.

또한 환경을 변화시키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여행을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런 경우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스트레스 수준을 벗어나는 것, 즉 언어, 지식, 경제력 등이 모두 0에서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웠다.

독일에서는 눈 먼 여성을 유방암 촉진 검사자로 훈련시키는데 정상인 부인과 전문의보다 덩어리를 더 잘 탐지한다고 한다. 정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각 세계로 접근하게 하는 혁신 사례들은 더 많다. 뇌의 발달적 변화는 초기 형성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일어난다. 매일 두 가지 언어로 말하면 치매 발생이 늦춰진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뇌 발달의 견지에서도 어학 공부만이 치매예방은 아닐 것이다.

책에 소개된 데스틴 샌들린이란 사람의 '거꾸로 가는 뇌 자전거'라는 동영상을 유튜브로 보았다. 단지 오른쪽 핸들을 꺾으면 왼쪽으로 가고, 왼쪽 핸들을 꺾으면 오른쪽으로 가게 만든 것 뿐인데 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샌들린은 이 거꾸로 자전거를 타는데 8달이 걸렸고 그의 어린 아들은 2주가 걸렸다고 한다. 이 실험은 지식과 이해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다. 아무리 머릿속으로는 알아도 자전거 타기라는 복잡하고 섬세한 알고리즘을 몸으로 이해하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거꾸로 자전거에 익숙해지자 원래 탈 줄 알았던 일반자전거를 못 타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20분 만에 극복하긴 했으나 사실이라고 한다.

뇌는 이렇게 한 때 유용했던 것을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하기도 한다. 사물에 대한 자신의 지식이 틀렸을 때 모른다고 가정함으로써 자신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의심할 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다. 뇌과학책은 처음이었는데 다양한 실험과 풍부한 예시가 끝까지 흥미로웠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뇌를 개발하는 것은 기존의 사실을 의심하고 다르게 볼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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