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왜 우리는 다르게 봐야 하는 걸까? 우리 뇌는 살아남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실재를 보도록 진화한 게 아니라 "살아남도록" 진화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인류는 사실대로 정확히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보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여러 실험을 통해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텀블러라는 앱에서 드레스 색깔 논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드레스가 파랑/검정이냐 흰색/금색이냐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어서 우리나라 해외토픽 뉴스에까지 소개되었다. 고령자나 여성의 경우에는 흰색/금색으로 보는 비율이 높았고, 같은 사람들이 이 사진을 다시 봤을 때는 또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같은 사물을 보고서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왜일까? 저자는 우리 뇌가 사실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용하게 보는 쪽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같은 색도 주변 색에 따라 달라보이듯이 오히려 실재를 정확하게 보는 것은 생존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되돌아보라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경종을 울린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예시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각을 잃은 소년 벤이 획득한 반향정위라는 능력이었다. 창조성과 성공, 개인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보 그 자체는 무의미하다. 앞을 못 보는 소년 벤이 탁탁 소리를 내서 주변 세계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메아리를 해석하는 법을 배웠을 때 주변의 일반인들에게 그가 내는 탁탁 소리는 무의미한 정보일 뿐이다. 벤은 주변인에게는 무의미한 이 메아리를 해석해서 시각적 감각을 일종의 음향지형으로 감지, 눈이 안 보여도 지형물을 파악해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향정위는 박쥐의 음향항행 시스템인데 인간이 이 기술을 갖게 된 것이 놀랍다! 실제로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은 다른 감각기관이 고도로 발달한다고 한다. 반향정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청각이나 촉각이 일반인들보다 몇 배로 예리해지는 것은 흔한 예이다.
벤은 한 가지 감각이 모자랐기 때문에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이 음향신호를 해석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우리는 시각 외에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도 일반인처럼 생활하기 위해 아주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핸디캡을 극복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뇌는 이렇듯 실재를 정확하게 지각할 수는 없지만 실재를 유용하게 지각한다. 혹은 경우에 따라 지각하지 않기로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 다 인식하지 못할 뿐 우리의 뇌는 참으로 똑똑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뇌는 똑똑해도 그걸 활용하는 주인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실패는 나쁘게만 생각되지만 밴의 경우 수많은 실패를 통해 남들이 없는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사람이 얼마나 시각에 의지하는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어두움을 싫어했고 어두움은 불확실성과 통해있다. 저자는 실패의 대가를 알면서도 불확실성을 무릅쓰는 것, 사려깊게 일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자연에서 변화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고혈압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우연히 비아그라 약을 개발한 것을 떠올리며 웃었다. 이런 종류의 우연은 과학의 역사에서 너무나 많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다소 식상한 명언이 왜 나왔겠는가. 사려깊은 과정을 거쳐 오랜시간 실패를 해야 우연히 얻어걸리는 게 성공이다.
또한 환경을 변화시키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여행을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런 경우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스트레스 수준을 벗어나는 것, 즉 언어, 지식, 경제력 등이 모두 0에서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웠다.
독일에서는 눈 먼 여성을 유방암 촉진 검사자로 훈련시키는데 정상인 부인과 전문의보다 덩어리를 더 잘 탐지한다고 한다. 정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각 세계로 접근하게 하는 혁신 사례들은 더 많다. 뇌의 발달적 변화는 초기 형성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일어난다. 매일 두 가지 언어로 말하면 치매 발생이 늦춰진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뇌 발달의 견지에서도 어학 공부만이 치매예방은 아닐 것이다.
책에 소개된 데스틴 샌들린이란 사람의 '거꾸로 가는 뇌 자전거'라는 동영상을 유튜브로 보았다. 단지 오른쪽 핸들을 꺾으면 왼쪽으로 가고, 왼쪽 핸들을 꺾으면 오른쪽으로 가게 만든 것 뿐인데 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샌들린은 이 거꾸로 자전거를 타는데 8달이 걸렸고 그의 어린 아들은 2주가 걸렸다고 한다. 이 실험은 지식과 이해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다. 아무리 머릿속으로는 알아도 자전거 타기라는 복잡하고 섬세한 알고리즘을 몸으로 이해하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거꾸로 자전거에 익숙해지자 원래 탈 줄 알았던 일반자전거를 못 타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20분 만에 극복하긴 했으나 사실이라고 한다.
뇌는 이렇게 한 때 유용했던 것을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하기도 한다. 사물에 대한 자신의 지식이 틀렸을 때 모른다고 가정함으로써 자신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의심할 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다. 뇌과학책은 처음이었는데 다양한 실험과 풍부한 예시가 끝까지 흥미로웠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뇌를 개발하는 것은 기존의 사실을 의심하고 다르게 볼 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