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제나 네 곁에 ㅣ 북극곰 코다
이루리 지음,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그림 / 북극곰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극곰의 또 다른 아름다운 그림책 "언제나 네 곁에"를 만났다.
사전 정보없이 책을 읽으면 깜짝 놀랄 내용이다.

"엄마는 거짓말쟁이예요."라며 화가 난 아기곰이 어딘가로 눈덩이를 던진다.
세상에.. 아기곰의 엄마는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엄마의 비석으로 날아가는 눈덩이.
시작이 쇼킹하다.

다음장.. 이제부터 나는 완전히 혼자라고 절망하는 아기곰을 보자 너무나 슬퍼졌다.
과연 이 책을 읽을 어린 조카가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까 걱정도 되었다.
아마 죽음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도 엄마가 없는 걸 못 견뎌하는 나이라 "부재"의 의미는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은 얼마나 큰 슬픔인가.
이 동화책은 그 무겁고 슬픈 이야기를 차분하고 예술적으로 풀어내었다.
푸른색 한가지 톤으로 진행되는 잔잔한 그림도 이야기와 어우려져 너무나 아름답지만
자칫 어두워지기 쉬운 주제를 따뜻하고 쉽게 풀어낸 글작가의 재주는 더욱 놀라웠다.
예술가들은 죽음도 이렇게 다룰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었다.
아침에도 혼자 일어나야 하고, 수영도 혼자 해야 하고,
사냥도 혼자 해야 한다고 실망하는 아기곰.
그러나 그 곁에는 눈에만 안 보일 뿐 늘 엄마곰이 있다.
혼자 자는 아기곰의 이불을 덮어주고
수영할 때도 아기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슬쩍 밀어올려준다.
엄마는 아이가 사냥할 때는 물고기를 몰아줘서 잡기 쉽게 도와주고
혼자 울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아기곰 뒤를 조용히 따라간다.

나는 이 동화를 읽으며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느꼈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신이 인간을 보이지 않게 돌보아주듯
부모가 특히 이런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때로 지치고 힘들 때 나 혼자 힘들고, 나 혼자 외롭다고 좌절한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완전히 혼자라고 느끼며 잠드는 아기곰을 엄마곰 영혼이 포근히 감싸안는다.
그 날 아기곰은 꿈에서 그리운 엄마를 만난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마다, 힘든 시기마다 늘 지켜주는 엄마의 존재를 깨닫는다.

꿈에서 깬 아기곰의 표정이 밝다.
여전히 그는 혼자이지만 진짜 혼자는 아니다.
아기곰의 마음 속에 엄마는 살아계시고, 언제나 그의 곁에 있다는 걸 알기에 외롭지 않다.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는 이루리 작가.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고 믿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도 자신을 지켜준다고 느낀다.
맞는 말이다. 나는 인간이 죽는 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영혼이 있고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이 있고, 신과 인간의 존재를 믿는다.

어려운 이야기를 아이도 받아들일 수 있게 쉽게 풀어낸
글, 그림 작가 두 분 아티스트의 맑은 영혼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예술 동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