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안 놀아
김유강 지음 / 오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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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안 놀아'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김유강 작가의 책이군요.

 어딘가 만화체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그랬네요. 다 읽고 나면 5분짜리 단편 만화영화를 본 기분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주인공 유자와 정확히 같은 나이의 제 조카를 떠올렸습니다.

 유자만 잘 삐치는 게 아니에요.

조카도 딸아이라 그런가 아주 섬세하고 삐죽삐죽 화도 잘 내요.

 제 동생도 초보 아빠라 여간 딸아이 대하는 게 어렵나봅니다.

 어린 마음 다칠까봐 어르고 달래가면서 키우고 때로는 야단도 치지만

아이가 울면 맨붕이죠.

 

기다리던 아빠가 퇴근하고 온 날,

유자도 반가워서 들고 있던 인형도 집어던지고 달려가네요.

 동생네도 "아빠왔다!" 한 마디면 막내까지 기어서라도 간답니다.

어찌나 웃기던지..

 

 

그림책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조카네 집을 보는 듯 똑같아요.

 딸 키우는 집은 많이 공감하면서 볼 내용입니다.

 저 역시 아이가 화가 나거나 삐친 이유를 다는 몰라요.

오직 아이 엄마만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그런데 왠걸 반갑게 안긴 유자 표정이 좋지 않네요.

이걸 보고 유자 아빠도 초보구나 웃었습니다.

이 책은 힌트를 많이 줬는데 독자도 눈치채고

엄마도 진작 알아챈 유자가 뿔난 이유를 아빠만 모르는 게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게 육아의 현실이겠죠.

 하루종일 아이와 붙어있는 엄마는 아주 작은 이유까지 알아차리지만

아빠에게는 암호문 같기만 할 거예요.

 양준일의 노래가 생각나네요. "너와 나의 암호문~~" ㅋㅋㅋ

 

 

단단히 뿔이 난 유자, 아빠가 싫다고 선언하기에 이르고!

 제대로 클라이막스입니다! 빨간 얼굴이 터질 거 같네요. ㅎㅎ

 만화체 아닌가요? 캐릭터가 너무나 귀엽고 현실적입니다.

 현실의 딸들은 딱 이렇죠. 인형이 아니에요.

 5살짜리에게도 온 가족이 쩔쩔맵니다.

 

 

 

결론은 해피엔딩! 유아가 읽는 동화책으로써 손색이 없습니다.

 이유는 스포가 될 거 같아 직접적 언급은 안하겠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눈치채셨을 그 이유입니다.

 

 

짧은 내용이지만 가족의 행복이 물씬 느껴지는 "아빠랑 안 놀아"는

 어른들에게는 잘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 한 편 보는 기분을 선사하고

 아이에게는 흥미로운 그림책이 맞네요.

아이들은 왜 유자가 화가 났나 궁금해하더라구요.

 그림이 너무나 귀엽고 예뻐서 5살 조카와 재밌게 본 동화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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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쳐 박사의 비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1
주윤희 지음 / 북극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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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수줍수줍 소심해 보이는 아기 코끼리가 렌턴을 쓰고 다고쳐 박사를 찾아가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걱정이 있어서 이런 오밤중에 병원을 찾아간 걸까 책표지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 역시 궁금해하는 인트로다.

마치 애니메이션 같은 그림체와 은밀한 내용이라 애들이 더욱 빠져들었다. 풀숲에 숨어있는 개구리의 의미심장한 표정까지 디테일이 섬세하게 살아있는 동화책이다.

 

병원에 가길 즐거워하는 어린이는 없을 것이다. 여기 아기 코끼리 내코도 마찬가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병원에 들어서니 친절한 아이코 간호사가 등장해 날개를 펄럭이며 다고쳐 박사의 지시에 따라 진찰을 시작한다.

애들은 참.. 병원을 두려워한다. 아픈 상황도 익숙하지 않지만 병원 특유의 냄새와 가운 입은 의사, 주사, 낯설음이 다 합쳐져서 자극하기 때문이다. 책을 보는 조카도 어느새 내코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 듯 했다. 병원은 싫지만 이야기는 궁금해하면서 다음장을 재촉한다.

 

콧물 검사, 응가 검사보다 깜짝 놀란 건 바로 입안 검사! 입안에 거미가 줄을 치고 있던 이유는 후에 밝혀진다. 어른들이라면 왜 그런지 금새 눈치챌 것이고 아이들은 아직 모를 것이다.

거미가 등장할 거라고 생각도 못한 조카가 깜짝 놀란다. ㅋㅋㅋ 동화책이라고 임팩트가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끈하게 등장하는 내코의 입안! 두 페이지 가득 차지하는 어딘가 징그럽고 또 귀여운 거대 거미다.

 

도대체 다고쳐 박사는 누굴까? 이 책의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아이코 간호사는 정면으로 등장하지만 다고쳐 박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대 의자 너머로 삐죽 솟은 구불머리카락 정도가 보일 뿐이다.

 

 

물론 이 장면 후에 드디어 다고쳐 박사가 등장하지만 거의 동화 중반이 되어서야 나타난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아주 짧다는데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우리 가여운 내코의 병명은 쭈뼛쭈뼛덜덜덜병. 한마디로 겁이 너무 많은 게 병이다. 하지만 다고쳐 박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를 치료해주고 내코는 완치된다! 으하하.. 사이다, 시원한 결말이다.

 

 

겁많은 어린이에게 처방하는 약은 무엇일까? 다고쳐 박사의 포장갈이 장면은 무슨 영화속 범죄현장 같아서 웃음이 났다. 더 이상은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남겨두지만 힘과 용기를 주는 내용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조카와 읽으면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 또 그런 마음을 심어주는 가족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다고쳐 박사의 비밀은 사실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는 말도 있듯이 완전 생뚱맞지도 않다. 겁많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고민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만한 훈훈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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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럽식 휴가
오빛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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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못 가는 시기가 되다보니 여행서를 보면서라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는 요즘, 풍광이 아름다운 유럽 여행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7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2년 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여행작가가 된 사람이다. 세계여행 후에는 네덜란드 소도시로 이주해 아예 거기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니 현지인이 된 셈이다.

이 책은 총 6개 국가가 세 가지 테마로 소개되어 있다. 탐미주의 여행으로는 스페인과 벨기에를, 자연주의 여행으로는 네덜란드와 슬로베니아, 마지막 낭만주의 여행으로는 크로아티아와 몰타 이렇게 총 6개국이다. 책 한권에 유럽 6개국이 소개되다보니 자세한 여행서라고 보기는 어렵고 저자가 돌아다녀본 결과, 아름다운 곳, 가볼 만한 지역 위주로 주요 스팟이 실렸다. 사실 요즘 해외여행 정보서는 넘치도록 많다보니 굳이 정보가 필요해서 이 책을 보진 않을 거 같다. 사진이 많이 실린 책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유럽인들 자체가 휴가를 길게 떠난다고 하는데 보통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간다고 한다. 긴휴가를 가서 핸드폰도 꺼버리고 이메일도 확인하지 않고 회사에서도 떠난 사람들에게 굳이 연락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들의 긴 휴가 문화와 그 휴식을 존중해주는 사회적 배려가 멋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시로 카톡이나 메일이 오고 심지어 쉬려고 떠난 휴가지에서도 본인들이 일중독으로 자꾸 인터넷 접속하고 카톡 확인하는 버릇으로 번아웃되기도 하니까 그네들의 긴 휴가문화와 마치 섬처럼 자유로워지는 게 부러웠다.

그들은 여행지에서도 사진 몇 장 찍고 땡이라는데 우리는 별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릴 사진 찍고 열심히 후기 쓰고, 그게 아니더라도 남들 다 가는 주요 관광지에 관광버스 타고 가서 사진 한 방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여행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젊은 사람은 그런 단체 여행에서 많이 벗어나 점점 여행의 레벨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개별, 자유, 체험 위주로.

이 책은 그런 개별, 자유, 체험 위주의 여행 만랩자들에게 더 유용할 거 같다. 아무 설명없이 사진 위주로 구성된 유럽사람들 휴가 엿보기 코너를 시작으로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이국적인 풍광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것은 그라나다 소개였다! 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후로 스페인의 그라나다는 나의 로망 여행지 1순위이다. GPS가 제 역할을 못할 정도로 구불구불한 알바이신의 골목, 유럽에 현존하는 최고의 이슬람 건축물이라는 알함브라 궁전, 대성당 남쪽에 있는 나바스 거리 소개를 읽으며 나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스페인 노래와 기타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 내가 모르는 유럽을 많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맥주의 나라는 흔히들 생각하는 독일이 아니었네. 바로 벨기에였다. 중세시대 수도사들이 금식 기간 중 영양 보충을 위해 양조한 것에서 맥주가 기원했는데 작은 나라에 양조장만 200여개에 1500종이 넘는 맥주가 생산된다고 한다. 맥주 마니아라면 벨기에를 꼭 가봐야 할 것 같다.

재밌는 관광지 소개도 많은데 예를 들어 유럽의 3대 실망이라는 브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이 그렇다. 이 동상에게 입히라고 외국 사절들이 1000벌의 옷을 선물했다고 해서 웃어버렸다. 심지어 막상 가서 보면 덜렁 오줌싸개 동상 하나 뿐이라 이게 뭐야 하고 실망한다니 오히려 그 실망스러운 스팟에 가고 싶어졌다. 나머지 둘도 마찬가지이고.

먹거리 소개도 알찼는데 TV여행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지 않은 게 더 흥미로웠다. 쿠크드 디낭이라고 디낭 지역에서 탄생한 전통과자는 밀가루와 물을 1:1로 반죽하는데 너무나 딱딱해서 그냥 베어물면 이가 나간다고 한다. 전쟁시 장기보관을 위해 만들어져 6개월 이상 보관가능하다고 하니 그 지역에 간다면 이런 특산물을 꼭 먹어보고 싶다.

당분간 여행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우리 국민은 꼭 이겨낼 것이다. 그동안 '나의 유럽식 휴가'를 보면서 멋진 유럽의 사진과 함께 상상 속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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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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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데 마흔이 넘어 이 책을 내고 작가가 되었다. 어찌보면 작가가 별 거냐 싶다. 어느 유명한 노배우는 배우가 별 거냐고 했다. 글을 읽을 줄 알면 누구나 연습을 거쳐 연기자가 될 수 있다고.. 작가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짜임새있게 글을 쓸 줄 알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책을 낸 이후로도 남들이 인정하는 작가가 되는 지는 다음 문제다. 배우가 데뷔만 했다고 배우가 아니듯이.

 

저자는 결혼을 하고 빚을 갚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부부 모두 프리랜서가 된다. 빚 갚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다닌 직장을 정리한 셈인데 다행히 프리랜서의 생활은 두 사람에게 잘 맞는 듯하다. 그리고 살던 집도 빌라를 거쳐 10평 남짓 지금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게 된다.

세상에 진정한 우연이라는 게 있을까 싶다. 부부는 어쩌면 자신들도 모르는 새 이런 삶으로 방향을 튼 것만 같다. 해외여행지에서 만나 몇 년에 걸쳐 서로를 알아가고, 그러다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었듯이, 반쯤 강제로 빚을 갚기 위해 쉽사리 그만둘 수 없었던 회사 생활을 하다가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물 흐르는 과정같이 느껴졌다. 회사생활이 맞지 않는 성향이 있다. 정시에 출근하지만 정시에 퇴근할 수 없고, 내향적인 사람인데 억지로 외향적인 사람이 되어서 타인과 맞춰가는 삶.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리고 프리랜서란 따로 작업실을 얻을 환경이 아니면 집에서 생활도 하고 일도 하게 마련이다. 이 협소주택이랄까 작디작은 집을 얻은 후로 계속 가꾸고 고치게 되는 것도 정해진 수순처럼 느껴졌다. 아파트도 살다보면 불편한 데가 자꾸 생긴다. 몇 년마다 리모델링 혹은 인테리어를 안 할 수가 없는데 하물며 주택은 오죽할까. 게다가 수십년 동안 세만 주면서 방치하다시피 한 곳이 아닌가. 용적율이니 건폐율이니 나는 잘 모르지만 집을 아예 부수고 새로 짓고 싶어도 제약이 많다는 것은 안다.

 

저자가 구입한 집은 워낙 좁아서 다 부수고 새로 지었다고 해도 높이를 더 올릴 수 없기 때문에 한계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면적 수리를 통해 고쳐 사는 것이겠지만 다행히 두 사람은 무척 감각적이고 센스가 뛰어나다. 책 속의 사진으로는 집의 전체적인 모양이나 자세한 내부 구조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부분적인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예전보다 멋지고 아름답게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울했던 10대, 20대를 지나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아 결혼을 하고 안정을 찾아가는 저자를 보며 훌륭한 성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도 계속 변하듯이 집도 주인을 만나 계속 변한다. 휑하던 마당에 벽돌을 얻어 기어코 화단을 만들고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초록을 만들고 나니 아무리 좁은 마당이어도 훨씬 멋있어졌다. 아마 저자가 가꿔고 고쳐놨으니 집값도 꽤 올랐을 것 같다. 재테크란 게 이런 것이다. 가치가 없던 곳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

 

 

또 개 키우는 집에서 길고양이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며 저자가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마 저자는 아기자기 예뻐진 저 집에도 영원히 살지는 않을 것이다. 돈을 벌면 진짜 원하던 마당이 넓은 새집으로 이사가겠지. 그리고 더욱 잘 꾸밀 것이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이 집을 방치하지 않고 좁은 집 나름대로 더욱 편안하게, 좀 더 예쁘게 꾸밀 사람이다. 나는 이 점을 높이 산다. 우리는 모두 비슷비슷한 하루를 살고, 외모도 어제랑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매일이 같고, 매일이 똑같은 사람은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서도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질지 궁리를 해야 한다. 맨 처음 가진 꿈을 잊지 않고 마흔이 넘어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저자, 계속 글을 쓰고 싶다고 한다. 마당 넓은 집을 꿈꾸고 있으니 언제고 꼭 마당 넓은 집을 가질 것이다. 매일 꾸준히 나아가는 아름다움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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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네 곁에 북극곰 코다
이루리 지음,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그림 / 북극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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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극곰의 또 다른 아름다운 그림책 "언제나 네 곁에"를 만났다.

 사전 정보없이 책을 읽으면 깜짝 놀랄 내용이다.

 

 

 

 

 

"엄마는 거짓말쟁이예요."라며 화가 난 아기곰이 어딘가로 눈덩이를 던진다.

 세상에.. 아기곰의 엄마는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엄마의 비석으로 날아가는 눈덩이. 

 시작이 쇼킹하다.

 

 

 

다음장.. 이제부터 나는 완전히 혼자라고 절망하는 아기곰을 보자 너무나 슬퍼졌다.

 과연 이 책을 읽을 어린 조카가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까 걱정도 되었다.

 아마 죽음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도 엄마가 없는 걸 못 견뎌하는 나이라 "부재"의 의미는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은 얼마나 큰 슬픔인가.

 이 동화책은 그 무겁고 슬픈 이야기를 차분하고 예술적으로 풀어내었다.

 푸른색 한가지 톤으로 진행되는 잔잔한 그림도 이야기와 어우려져 너무나 아름답지만

 자칫 어두워지기 쉬운 주제를 따뜻하고 쉽게 풀어낸 글작가의 재주는 더욱 놀라웠다.

 

예술가들은 죽음도 이렇게 다룰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었다.

 

 

아침에도 혼자 일어나야 하고, 수영도 혼자 해야 하고,

 

사냥도 혼자 해야 한다고 실망하는 아기곰.

그러나 그 곁에는 눈에만 안 보일 뿐 늘 엄마곰이 있다.

혼자 자는 아기곰의 이불을 덮어주고

수영할 때도 아기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슬쩍 밀어올려준다.

엄마는 아이가 사냥할 때는 물고기를 몰아줘서 잡기 쉽게 도와주고

혼자 울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아기곰 뒤를 조용히 따라간다.

 

 

 

 

 

 

나는 이 동화를 읽으며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느꼈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신이 인간을 보이지 않게 돌보아주듯

 부모가 특히 이런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때로 지치고 힘들 때 나 혼자 힘들고, 나 혼자 외롭다고 좌절한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완전히 혼자라고 느끼며 잠드는 아기곰을 엄마곰 영혼이 포근히 감싸안는다.

 그 날 아기곰은 꿈에서 그리운 엄마를 만난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마다, 힘든 시기마다 늘 지켜주는 엄마의 존재를 깨닫는다.

 

 

 

 

 

 

 

꿈에서 깬 아기곰의 표정이 밝다.

 여전히 그는 혼자이지만 진짜 혼자는 아니다.

 아기곰의 마음 속에 엄마는 살아계시고, 언제나 그의 곁에 있다는 걸 알기에 외롭지 않다.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는 이루리 작가.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고 믿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도 자신을 지켜준다고 느낀다.

 맞는 말이다. 나는 인간이 죽는 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영혼이 있고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이 있고, 신과 인간의 존재를 믿는다.

 

 

어려운 이야기를 아이도 받아들일 수 있게 쉽게 풀어낸

 글, 그림 작가 두 분 아티스트의 맑은 영혼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예술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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