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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쳐 박사의 비밀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1
주윤희 지음 / 북극곰 / 2020년 1월
평점 :
책 표지부터 수줍수줍 소심해 보이는 아기 코끼리가 렌턴을 쓰고 다고쳐 박사를 찾아가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걱정이 있어서 이런 오밤중에 병원을 찾아간 걸까 책표지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 역시 궁금해하는 인트로다.
마치 애니메이션 같은 그림체와 은밀한 내용이라 애들이 더욱 빠져들었다. 풀숲에 숨어있는 개구리의 의미심장한 표정까지 디테일이 섬세하게 살아있는 동화책이다.

병원에 가길 즐거워하는 어린이는 없을 것이다. 여기 아기 코끼리 내코도 마찬가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병원에 들어서니 친절한 아이코 간호사가 등장해 날개를 펄럭이며 다고쳐 박사의 지시에 따라 진찰을 시작한다.
애들은 참.. 병원을 두려워한다. 아픈 상황도 익숙하지 않지만 병원 특유의 냄새와 가운 입은 의사, 주사, 낯설음이 다 합쳐져서 자극하기 때문이다. 책을 보는 조카도 어느새 내코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 듯 했다. 병원은 싫지만 이야기는 궁금해하면서 다음장을 재촉한다.

콧물 검사, 응가 검사보다 깜짝 놀란 건 바로 입안 검사! 입안에 거미가 줄을 치고 있던 이유는 후에 밝혀진다. 어른들이라면 왜 그런지 금새 눈치챌 것이고 아이들은 아직 모를 것이다.
거미가 등장할 거라고 생각도 못한 조카가 깜짝 놀란다. ㅋㅋㅋ 동화책이라고 임팩트가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끈하게 등장하는 내코의 입안! 두 페이지 가득 차지하는 어딘가 징그럽고 또 귀여운 거대 거미다.

도대체 다고쳐 박사는 누굴까? 이 책의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아이코 간호사는 정면으로 등장하지만 다고쳐 박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대 의자 너머로 삐죽 솟은 구불머리카락 정도가 보일 뿐이다.

물론 이 장면 후에 드디어 다고쳐 박사가 등장하지만 거의 동화 중반이 되어서야 나타난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아주 짧다는데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우리 가여운 내코의 병명은 쭈뼛쭈뼛덜덜덜병. 한마디로 겁이 너무 많은 게 병이다. 하지만 다고쳐 박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를 치료해주고 내코는 완치된다! 으하하.. 사이다, 시원한 결말이다.

겁많은 어린이에게 처방하는 약은 무엇일까? 다고쳐 박사의 포장갈이 장면은 무슨 영화속 범죄현장 같아서 웃음이 났다. 더 이상은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남겨두지만 힘과 용기를 주는 내용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조카와 읽으면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 또 그런 마음을 심어주는 가족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다고쳐 박사의 비밀은 사실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는 말도 있듯이 완전 생뚱맞지도 않다. 겁많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고민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만한 훈훈한 동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