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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럽식 휴가
오빛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여행을 못 가는 시기가 되다보니 여행서를 보면서라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는 요즘, 풍광이 아름다운 유럽 여행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7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2년 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여행작가가 된 사람이다. 세계여행 후에는 네덜란드 소도시로 이주해 아예 거기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니 현지인이 된 셈이다.

이 책은 총 6개 국가가 세 가지 테마로 소개되어 있다. 탐미주의 여행으로는 스페인과 벨기에를, 자연주의 여행으로는 네덜란드와 슬로베니아, 마지막 낭만주의 여행으로는 크로아티아와 몰타 이렇게 총 6개국이다. 책 한권에 유럽 6개국이 소개되다보니 자세한 여행서라고 보기는 어렵고 저자가 돌아다녀본 결과, 아름다운 곳, 가볼 만한 지역 위주로 주요 스팟이 실렸다. 사실 요즘 해외여행 정보서는 넘치도록 많다보니 굳이 정보가 필요해서 이 책을 보진 않을 거 같다. 사진이 많이 실린 책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유럽인들 자체가 휴가를 길게 떠난다고 하는데 보통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간다고 한다. 긴휴가를 가서 핸드폰도 꺼버리고 이메일도 확인하지 않고 회사에서도 떠난 사람들에게 굳이 연락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들의 긴 휴가 문화와 그 휴식을 존중해주는 사회적 배려가 멋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시로 카톡이나 메일이 오고 심지어 쉬려고 떠난 휴가지에서도 본인들이 일중독으로 자꾸 인터넷 접속하고 카톡 확인하는 버릇으로 번아웃되기도 하니까 그네들의 긴 휴가문화와 마치 섬처럼 자유로워지는 게 부러웠다.
그들은 여행지에서도 사진 몇 장 찍고 땡이라는데 우리는 별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릴 사진 찍고 열심히 후기 쓰고, 그게 아니더라도 남들 다 가는 주요 관광지에 관광버스 타고 가서 사진 한 방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여행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젊은 사람은 그런 단체 여행에서 많이 벗어나 점점 여행의 레벨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개별, 자유, 체험 위주로.
이 책은 그런 개별, 자유, 체험 위주의 여행 만랩자들에게 더 유용할 거 같다. 아무 설명없이 사진 위주로 구성된 유럽사람들 휴가 엿보기 코너를 시작으로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이국적인 풍광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것은 그라나다 소개였다! 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후로 스페인의 그라나다는 나의 로망 여행지 1순위이다. GPS가 제 역할을 못할 정도로 구불구불한 알바이신의 골목, 유럽에 현존하는 최고의 이슬람 건축물이라는 알함브라 궁전, 대성당 남쪽에 있는 나바스 거리 소개를 읽으며 나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스페인 노래와 기타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