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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10권 플랫폼 독서법 - 원하는 지식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
김병완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책을 읽는 분들은 이 바쁜 세상에 좀 더 빠르게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없을까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시중에는 독서법도 참 많이 나와있고 예전부터 속독법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빨리 읽는다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몇 번 하더라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번에 10권 플랫폼 독서법은 그래서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하면 한번에 10권 읽을 정도로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김병완 저자는 '퀀텀 독서법', '초서 독서법', '48분 기적의 독서법' 등 대한민국에서 독서법에 관한 책을 많이 낸 분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삼성전자에서 직장 생활 때려치우고 3년 동안 도서관에서 1만권을 읽기도 했다. 무릇 스스로 이렇게 책 좀 읽어본 저자가 쓴 책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 것도 사실이다.

플랫폼 독서법이란 한 줄로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안 빼놓고 읽는 방식이 아니다. 보물찾기 하듯이 하나의 주제에 빠져들어 연결하고 공유하고 새로운 본인만의 정보를 생성하며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어찌보면 편집의 미학과 일맥상통하는 독서법이다. 이제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남들보다 더욱 빠르게 탐색해 필요한 지식만 쏙쏙 뽑아야하는 복잡한 시대가 되었다. 이런 플랫폼 독서법을 익힌다면 한 번에 10권까지는 초보자가 무리겠지만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가면서 예전보다 빠르게 필요한 지식을 섭렵하고 그 안에서 필요한 내용을 편집, 재가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읽는데서 그치고 단 한 권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한다. 이는 정말 반성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수동적인 독자 노릇에서 벗어나 때로는 저자의 위치에 서야 하지 않을까? 평생 만 권도 넘게 책을 읽고 본인의 저서가 단 한 권도 없다면 어떤 기분일지 잠깐 생각해봤다. 그야말로 인풋만 있고 아웃풋이 없는 것과 똑같지 않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같지 않나 잠깐 어두운 생각도 들었다.
책의 핵심 주제를 잘 뽑아내는 훈련을 한 사람이 플랫폼 리딩을 잘 할 수 있다고 했고 그 대표적인 예가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피시 18년 동안 무려 500권의 저서를 썼다. 거의 신의 경지라고 생각한다. 그는 아들들에게 초서 독서법 등도 편지를 통해 가르쳤는데 읽어보면 초서 독서법과 플랫폼 리딩은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초서 독서법이란 주관 의견->읽고 이해->취사선택->적고 기록->의식확장이라는 흐름을 따른다. 여기서 취사선택은 그냥 쉽게 이해가 가는데 주관 의견이 무슨 뜻인가 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정리하는 프리뷰 단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남이 쓴 책부터 읽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독서 전에 어떤 내용을 채굴할 것인지 방향을 정하라는 의미로 읽혔다. 마지막에 나오는 의식확장은 메타인지 학습법과 일맥상통하는데 자신의 견해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그저 책의 중요 내용을 기록하는 데서 끝내지 말고 확장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사례도 여러번 나왔지만 그의 에디톨로지 독서법은 편집이다. 모든 창조는 편집이고 편집은 곧 창조라는 것.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커넥토 리딩이 바로 플랫폼 독서법이기도 하다. 네트워크 효과의 극대화를 이룬 사례도 소개했는데 에어비앤비 같은 것이다. 기존의 호텔 비즈니스는 새로운 호텔을 짓는데서 끝났지마니 에어비앤비는 남는 방과 잠잘 곳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했다. 이건 없은 걸 새로 만든 게 아니라 둘 다 존재하지만 연결되어 있지 않은 정보를 이어서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이렇듯 편집은 성공한 후에 보면 깜짝 놀라는 발견과 비슷하다. 이미 존재하지만 가치를 불어넣지 않는 어떤 것.
이 책을 읽으며 플랫폼 독서법도 드라마와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각각의 작가들은 해 아래 존재하는 이미 있는 소재를 활용해 다들 비슷비슷한 연애나 살인, 스릴러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결론적으로는 조금씩 다른 새로운 이야기이다. 그게 에디톨로지건 커넥토 리딩이건 결국은 말장난과 조금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독서천재들은 책을 다 읽지 않는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건너뛰며 주제와 연관된 부분만 읽으면서 취사선택하고 결국 애초에 찾고 싶었던 해결방법을 찾으면 그걸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첨가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감독과 같은 일이다.

이 책에는 책에서 필요한 내용을 어떻게 뽑아먹을 것인가하는 플랫폼 독서법에 관한 내용 외에도 뇌훈련과 같은 퀀텀 독서법 등 흥미로운 다른 독서법도 몇 가지 소개되었다. 물론 빌 게이츠, 토마스 에디슨,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인의 일화도 양념처럼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보다 핵심을 찾고자 한다면 역시 초서 독서법이 아닌가 싶다. 이거만 제대로 해도 플랫폼 독서법으로 가는 길은 머지 않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