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안아도 될까요?
미츠루 유우 지음, 정아름 옮김, 아오이 블루 원작 / 북스토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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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도 아닌데 이런 로맨스 소설 정말 오랜만이다. 그만큼 말라비틀어진 감성을 갖고 있었던 거 아닌가 반성하면서 펼쳐든 "오늘 밤 안아도 될까요?"는 이름도 이쁜 아오이 블루의 원작으로 일본에서는 드라마까지 나왔다고 한다.

책은 야한 부분은 1도 없고 정말 딱 가볍게 읽기 좋은 로맨스 청춘 소설이다. 책 표지의 포즈만 보고 고른다면 너무나 건전한 수위에 실망일 것이고 십대 시절의 소녀적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쇼콜라 아이스, 실버 링, 베이비 핑크, 스타더스트 옐로, 섬싱 블루"라는 아름다운 제목의 총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이제 사랑을 시작했거나 별로 연애 경험이 없는 풋풋한 나이대의 사회 초년생이 등장한다.




사실 이야기는 설정이 좀 뻔한 감도 있어서 크게 새롭다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묘하게 다른 한국과 일본의 말투가 번역을 뚫고 나와서 웃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인 사이라도 좀처럼 쓰지 않는 오글거리는 멘트가 꽤 많이 나온다.

이런 로맨스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중간에 닭살이 돋을 지도 모르겠고 달달한 연애 소설을 여름방학 혹은 여름휴가가 가기 전에 꼭 한 권 읽고 싶다면 이 책이 참 잘 어울린다.

예를 들어 원제도 "콘야 캇테니 다키시메테도 이이데스까?"인데 직역하면 "오늘밤 내 맘대로 안아도 되겠습니까?"라는 남자 말투가 된다. 멋대로 안을 거면서 허락을 받는다는 형식이 희한한데 일본어에는 이런 식의 어투가 많아서 소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스타더스트 옐로우"에는 나나 선배라는 예쁜 여자아이를 동경해서 천문학 동호회에 들어간 유스케라는 남자 후배가 나온다.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아직 서툰 유스케는 나나 선배와 가까워지기 위해 임시 애인이 되기로 하고 그녀가 남친이 생기면 하고 싶은 리스트를 같이 해주기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애를 꿈꾸는 소녀들은 한번쯤 애인이 생기면 같이 장보기, 놀이공원 가기, 상대방 집에서 데이트 같은 건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귀여운 유스케군이 착실히 나나 선배의 "사귀면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다 들어주고 그녀의 집에 가서 짝사랑에 우는 선배를 달래며 한 말이 재밌었다.

"제가 나나 선배를 소중히 여겨도 된다고 허락해주세요."

띠용.. 이런 것까지 허락받아야 하나 싶어서 그만 웃고 말았다. 아.. 나와 같은 반응은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닐텐데 미안한 생각도 들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렇게 참 다르구나 느끼는 일이 많았다.

이 책은 2017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거 같은데 계속 결혼 적령기 내지는 결혼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이로 26살이 나온다. 한국에서 26살도 물론 결혼할 수 있지만 결혼 적령기라기에는 좀 이른 것 같은 생각이다. 26살이면 아직 학교 다니거나 직장 구하는 사람이 태반일 텐데 결혼씩이나 가능할까 싶어서 역시 갸우뚱하며 읽었다.

외국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닮은 듯 다른 두 나라의 차이점을 느끼는 것도 재밌지만 크게 봐서는 국가별 차이가 없는 사랑의 감성을 느껴보는데 더 의의가 클 것 같다. 옆집 오빠를 사랑하는 여동생이나 편집부 여자 선배를 좋아하게 된 남자후배, 별자리를 같이 찾아볼 수 있는 천문 동아리 선후배 사이, 장거리 연애를 하며 상대방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 불안에 떠는 여자 등 설정은 흔하지만 이끌어가는 솜씨는 꽤 매끄럽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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