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네 프랑크 - 온 세상에 이야기를 들려준 소녀 ㅣ 북극곰 궁금해 5
린다 엘로비츠 마셜 지음, 오라 루이스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평점 :
수십년 전 안네의 일기를 읽었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뼈대만 남기고 기억 속에서 사라졌는데 오밤중에 가만히 이 "안네 프랑크" 동화를 읽자니 그 때는 미처 심각하게 와닿지 않았던 안네의 불행과 슬픔이 오히려 더 짙게 남았다.
북극곰에서 나온 어린이 동화책이라 잔인한 내용은 적당히 가감되어 오히려 안심할 정도였다. 현실이 지어낸 이야기보다 더 잔인하다니..
"안네 프랑크"는 린다 엘로비츠 마셜이 글을 쓰고 오라 루이스가 그림을 그렸는데 "온 세상에 이야기를 들려준 소녀"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안네는 자기 표현력이 풍부한 10대 소녀로 평생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안네의 일기를 읽은 지가 하도 오래되어 줄거리를 다 잊어버렸는데 이렇게 동화책으로 다시 읽으니 처음 보는 책처럼 재미있었다. 점점 동화책을 조카들보다 내가 더 즐기는 것 같아 큰일이다.
안네는 유대인 가정의 둘째딸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다른 유대인들처럼 안네의 집도 독일에서 뿌리박고 수백년째 살아왔는데 히틀러라는 희대의 독재자가 출연하면서 가족 모두 나고 자란 독일을 떠나 바로 옆의 네덜란드로 이주한다.
여기서 잠깐 학교도 다니고 즐거운 생활을 보내는 듯 했으나 1940년 안네의 나이 11살이 되자, 그 망할 히틀러가 네덜란드까지 쳐들어와서 유대인들은 따로 구별해서 유대인 거주지에 살게 하고, 가슴에 노란별을 달게 하고 공립학교에 가는 것도 금지한다. 자전거도 타면 안되고 영화관도 가면 안되면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 되고.. 차별의 꼼꼼함이 완전 일제치하랑 판박이라 더 기가 막힌다.
안네는 그런 슬픈 생활 속에서도 일기장을 선물받아 키티라고 이름짓고 13살부터 본격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데 아마 안네도 자신의 일기장을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세계인들이 읽고 당시 유대인이 당했던 참혹한 역사를 되새길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은 안네 프랑크에 대한 일대기이지 안네의 일기가 아니기 때문에 일기장에 적힌 내용이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어린이들에게 안네와 당시 나치 치하 유대인의 생활에 대해 부드럽게 보여줄 따름이다.
하지만 책의 맨 뒤에 보면 연대표가 나오는데 안네의 부모가 결혼하는 날부터 안네가 독일 강제수용소에서 죽은 후까지 역사적인 사실을 핵심만 추려놔서 꽤 흥미롭게 읽었다. 왜 어릴 때 안네의 읽기를 읽었는데 안네 역시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는 결말은 까맣게 잊고 남자친구 얘기만 기억에 남았을까..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와 안네와 가족들은 1942년 독일의 공격이 심해지고 언니 마고트가 호출통지까지 받자 예전에 아빠가 운영하던 어떤 창고의 뒤에 있던 비밀장소로 거처를 옮긴다. 나치의 호출통보를 받은 사람은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안네는 일기를 쓰면서 2년을 버텼지만 결국은 독일 비밀경찰 게슈타포(이름만으로도 소름끼침)에게 발각되어 모두 잡혀간다.
나중에 이 안네의 일기는 비밀장소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안네의 아빠 오토 프랑크를 통해 출간되고 안네가 살아생전 바라던 대로 온 세상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자유를 갈망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10대 소녀 안네 프랑크.. 그녀가 살다간 역사적 배경은 너무 어두웠지만 다행히 동화책은 너무 어둡지 않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잘 만들어졌다.
글을 쓴 작가는 유대인 3세인데 나치 강제 수용소에 투옥된 적이 있었던 칼 코헨이라는 히브리어 선생님을 만나면서 안네의 일기를 읽게 되었고 거기에 영감을 받아 본인도 일기를 쓰고, 훗날에는 이렇게 동화책 작가가 되어 자신만의 책으로 다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란 무엇일까? 어두운 역사라고 아이들에게 숨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겠지. 우리나라 역시 일제의 침략으로 유대인들 만큼이나 차별당하고 희생당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 또한 사실이다. 안네가 일기를 썼기에 그녀의 이야기는 살아남았다.
작가는 말미에서 안네의 이야기를 다시 쓴 것은 코헨 선생님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6백만 유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아이들에게 전해달라,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안네는 1945년 2월~3월 사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굶주림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 해방을 겨우 석 달 남겨둔 시점이다. 나치가 전쟁에서 패하고 유럽이 해방된 날이 1945년 5월 8일이었다. 연표를 마지막으로 읽자 너무나 아까운 생명들이 미처 기다리지 못하고 갔구나 싶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안네가 굳이 어떻게 죽었는지까지는 조카들에게 좀 더 비밀에 부칠 생각이다. 책이 너무 적나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