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내 딸이 사라졌다"는 마치 스릴러 영화처럼 엄청난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앉은 자리에서 거의 5~6시간에 걸쳐 한 권을 다 읽기는 거의 몇 년만인데 솔직히 말해 읽으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스포를 하면 다음에 읽는 독자들은 영 김이 새버릴 거라 자세히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충격적인 결말도 그렇고 중간에는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설정 아닌가 화도 나고 이런 미친 인간 하나를 못 찾아서 이렇게 허무하게 여러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했다.

이 소설은 장르소설인만큼 일반적인 문학소설과는 그 결이 다르다. 미국 소설 특유의 분위기도 있고 묘사도 점잖은 편이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내용이 통속적이고 범죄내용은 굉장히 자극적이라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10대 소녀의 실종이라는 표면적인 사건 외에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도 이 비슷한 범죄가 없지 않았다.

비록 외국이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더 미친 사람들의 징그러운 일도 존재했던 것이다. 딸을 잃은 부모, 특히 어머니는 절대 딸을 잃고 평상시로 돌아갈 수 없다. 특히나 시체를 찾기 전에는 누구라도 인생이 멈출 수밖에 없다. 그 후에도 나아가리란 보장은 절대 없지만.. "그 때 내 딸이 사라졌다 를 읽고 화가 난 것은 나머지 식구들이 너무나 잘 살고 있어서도 한 몫 한다.

딸을 잃은 건 마치 엄마 뿐인 듯 아버지도 오빠도 언니도 그닥 엘리의 실종과 그 이후에도 충격의 정도가 너무 다르다. 그들은 엘리가 더 이상 없는 1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 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 연애도 하고 그런 평범한 일상을 계속하는데 그 점에서 주인공인 어머니, 로럴 맥과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자식들 중 가장 사랑하던 존재 엘리의 부재는 어머니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어머니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거에 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들의 차가움이 어쩐지 씁쓸하다.



이 소설은 딸을 잃은 어머니 로럴 맥이 실종된 딸 엘리 맥의 과거 행적을 찾다가 매력적이지만 수상한 남자 플로이드를 만나고 그의 두 딸 중 묘하게 실종된 딸 엘리와 꼭 닮은 9살 포피를 만나면서 점점 이 남자와 포피에 대해 의심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그려져있다. 사실 이 정도까지만 말을 해도 뭔가 뇌리를 스치는 찜찜한 스토리가 떠오를 텐데 다행히 아주 예측 가능한 그림은 비켜갔다. 그게 바로 이 심리 스릴러 전문 작가 리사 주얼의 능력 같다.



나도 내 예상이 맞았다면 구역질 날 뻔 했으나 그 정도까지 막장은 아니어서 안심했지만 엘리가 당한 일을 생각하면 딸 키우는 부모는 주변 인물 그 누구라도 절대 경계의 눈초리를 낮춰서는 안 되며, 안 좋은 일이 터졌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주변 모든 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릴 필요가 있다는 거다. 아.. 이 세상은 정말 결혼한 부부라도 애가 없어 한탄할 세상은 절대 아닌 것이 요즘의 아동학대나 미친 인간들을 보면 아예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흉폭한 시나리오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게 불행하다.

솔직히 이 이야기는 재미있었다고 말하기에는 기분이 너무 찝찝했지만 심리 범죄 소설의 팬이라면 충분히 시간 순삭을 보장하는 엄청난 몰입을 불러오는 소설이다. 나는 어린이, 청소년, 동물 관련 범죄에는 더 치를 떠는 경향이 있어서 내내 무거운 마음으로 봤다. 차라리 죄가 없어도 성인 남자를 패거나 스위트홈처럼 괴물과 싸우는 걸 보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그럼 최소한 5대 맞을 동안 피해자도 1대 정도는 세게 때려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상대가 반격할 수도 없이 연약한 존재인데 어떤 악마같은 인간에게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면 그 어떤 멀쩡한 독자가 즐겁게 볼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소설은 설정에서부터 모락모락 피어나는 익숙한 그림을 살짝 피해서 마지막에는 독자의 뒷통수를 세게 치는 반전을 보여주었지만 그 잔인함에 끝맛이 영 개운하진 않았다. 또 쉽게 납득이 안 가는 엉성한 점도 몇 가지 있었다. 피해자가 아무리 그래도 10대 소녀인데 너무 가해자에게 반격이 없었다는 것, 중간에 몇 번 기회가 있었을 텐데 주변 인물들이 너무 눈치를 못 챘다는 것 등등 되돌려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몇 군데 있었지만 그럼에도 장르소설다운 긴장감은 충분했다.

어쩌면 이 소설처럼 현실 속 싸이코는 한눈에 알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도 너무나 멀쩡한 사람, 혹은 일반인보다 더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사나 성직자 같은 직업군에서 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곤 하니까.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알 수 있을 지 모른다. 옷차림, 표정, 가끔 하는 이상한 말, 이상한 집착, 어두운 분위기 등등 나름의 징후는 있을 거라고 본다.

미친 범죄자 한 명 때문에 너무나 많은 주위 사람이 희생되었고 마지막에 귀여운 포피로 물타기를 시도했으나 결말까지 다 읽고나자 심히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그저 이 소설의 백만분의 일과도 비슷한 일이 현실에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그때내딸이사라졌다 #장르소설 #리사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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