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매니악 1
이우혁 지음 / 반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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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파이로매니악1 #반타 #액션스릴러 #이키다서평단

법이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사람은 어디까지 밀려날 수 있을까.
공권력이 진실을 가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진실을 덮는 쪽에 가까워질 때,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소설은 그런 불편한 질문을 테크노스릴러의 속도감 안에 밀어 넣습니다.
이야기는 ‘피엠’, 즉 파이로매니악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특정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의 범행은 무차별 테러와는 조금 다릅니다. 피해자는 특정되어 있고, 사건 뒤에는 어떤 원한과 과거가 숨어 있는 듯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살인자일까요, 혹은 억울하게 밀려난 피해자였을까요, 아니면 법의 바깥으로 나가버린 위험한 복수자인지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고일문 검사와 피엠의 대화 장면.
피엠은 자신들을 쫓는 고 검사와 접촉하고, 그는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복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을 잡아달라고까지 합니다. 이 모순적인 대화가 흥미롭습니다.

피엠은 법을 불신하면서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법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진실을 끝까지 따라와 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피엠 중 동훈의 과거가 드러납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반체제 연구원, 방산 기밀 탈취범, 가족과 함께 자폭한 극악한 인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건은 정말 진실이었을까. 국가와 언론이 말한 악인은 정말 악인이었을까.
복수극을 넘어 조작된 진실과 공권력의 어두운 얼굴과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테크노스릴러로서의 재미도 분명합니다.
드론을 이용한 살해 장면, 감시 카메라를 피해 움직이는 정교한 장비, 사람의 눈처럼 여러 방향을 보는 카메라 묘사는 꽤 선명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전차가 등장하는 추격 장면은 1권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개정판 서문 중 '기술의 변화' 부분을 보면 시대를 반영하고자 기울인 노력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무려 25년여 만의 개정판이라니요.

희수가 “로봇 3원칙도 모르냐”고 외치는 장면은 농담처럼 읽히지만, 그 뒤에는 섬뜩한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직접 죽이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안전한가. ‘무력화’라는 이름의 폭력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기술은 인간을 보호하는 도구일 수도 있지만, 누가 쥐느냐에 따라 훨씬 정밀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작품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동훈, 영, 희수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이들은 차갑고 완벽한 처단자가 아니라, 다치고 당황하고 서로 투덜대는 사람들입니다. 복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듯 움직이지만, 동시에 겁을 먹고 농담을 하며 살아 있는 사람처럼 반응합니다. 그래서 피엠은 더 위험하면서도 더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이들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 방식까지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소설의 긴장감을 만듭니다.

법과 정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한 만큼, 일부 대사는 다소 직접적입니다. 인물의 자연스러운 말이라기보다 작가가 독자에게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듯한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조용한 심리극이 아니라 폭발과 추격, 음모와 복수를 앞세운 장르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직설성 역시 작품의 에너지로 받아들일 만합니다.

1권을 덮고 나면 고일문 검사가 어디까지 진실에 다가갈지, 피엠의 복수가 어떤 끝을 향해 갈지 2권이 궁금해집니다.
다행히도 3권까지 전권 출간되었어요.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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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스토리보드북
박찬욱 지음, 이윤호 그림 / 을유문화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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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어쩔수가없다 #스토리보드북 #을유문화사_서평단

보통 스토리보드북이라 하면 촬영 전 참고용 밑그림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텍스트처럼 읽힌다. 장면의 구도와 동선, 인물의 시선, 대사의 리듬까지 이미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어, 영화를 보기 전의 초안이라기보다 해부도에 가깝다.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흰 바탕 위에 집과 정원, 가족과 아이들이 소박한 삽화처럼 배치되어 있는데, 얼핏 평온한 가족 앨범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기운을 남긴다.
영화가 품고 있는 불안과 아이러니가 이미 표지에서부터 은근하게 스며 나오는 듯 하다.

내지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취업훈련원 장면이다. 강사는 “나는”이라고 적힌 보드를 들고 참가자들 앞에 선다. 그리고 가려진 부분을 떼어내자 “좋은 사람이다”라는 문장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그 문장을 따라 외친다. 이어서 “실직은 내 잘못이 아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은 내가 새 기회를 찾는 동안 온 마음으로 날 지지한다” 같은 문장도 반복된다. 언뜻 보면 위로와 회복을 위한 긍정 훈련처럼 보이지만, 스토리보드로 읽으면 전혀 다른 감각이 생긴다.

따뜻한 치유의 순간이라기보다, 상처 입은 개인에게 끝내 스스로를 설득하라고 요구하는 집단적 자기암시처럼 보인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배우의 표정과 음향, 편집의 호흡이 먼저 감정을 끌어가지만, 스토리보드북에서는 장면의 뼈대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누가 중앙에 서 있는지, 시선이 어디로 모이는지, 어떤 문장이 어떻게 공개되고 반복되는지, 그리고 그 반복이 어떤 압박을 만드는지가 또렷이 보인다. 특히 원형으로 둘러앉은 해고자들과 그 중심에서 보드를 흔드는 강사의 구도는, 위로의 언어가 어떻게 통제의 언어로 바뀌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이 대사보다 먼저 배치와 리듬에서 시작된다는 점도 새삼 느낄 수 있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문장조차 위안이 아니라 불안한 주문처럼 들리고, “실직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은 오히려 그 말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현실의 잔혹함을 드러낸다. 사회가 낸 상처를 개인이 자기 확신으로 봉합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이 몇 장의 스토리보드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의 물성도 매력적이다.
차분한 표지, 여백이 살아 있는 구성, 흑백 중심의 내지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들여다보게 만든다. 컬러가 아니라 흑백이기 때문에 분위기에 압도되기보다 구도와 문장, 컷의 연결을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예쁜 소장품이면서 동시에, 영화 연출의 논리를 종이 위에서 차분히 따라가게 만드는 분석의 대상이기도 하다.
각본집과 별도로 출간된 이유를 알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깊은 감상의 통로가 되고, 연출과 장면 구성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된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영화가 더 잘 보인다. 그리고 박찬욱이 왜 그렇게 불편하고도 정확한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출발점이 어디였는지도 조금은 알게 된다.

박찬욱에 진심인 을유문화사가 펴냄.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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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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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중고신입차윤슬이야기를시작합니다 #김지혜 #한끼 #책들의부엌

전작 <책들의 부엌>을 인상깊게 읽었다.
당시 황보름 작가님의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를 시작으로 공간과 책, 사람을 연결하는 책들이 등장했었는데 김지혜 작가님 책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고보니 이번 책에는 황보름 작가님 추천사가 뒷표지에 실려있다. 김지혜 작가님 인스타그램 '구름산책 ' 계정에 올라온 출간 기념 피드에 황보름 작가님이 댓글을 달기도.

아무튼 신작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는 윤슬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소피아'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소피아'는 어떻게 시작된 어떤 캐릭터이고 윤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윤슬은 폐간된 잡지의 에디터였다. 편집장의 배려? 덕분에 백화점 콘텐츠제작팀으로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언제 해체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미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백화점 이름에 들어있는 한자 중 구름을 이용한 캐릭터를 만들어보겠다 하여 덜컥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구름. 이야기. 백화점 옥상에 얽힌 사연. 마법사.
여기서 마법사의 이름이 '소피아'이다.
여기까지 어떻게 이었으나 뭔가 부족하다.

윤슬은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다. 그동안 다른 이의 글을 편집하거나 형식을 갖춘 글을 써온 경험은 있지만 온전히 자신의 글은 써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글쓰기 과제를 해나가면서 프로젝트에도 탄력이 붙는다.

이야기란 무엇일까?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끝을 맺어야 할까? 윤슬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이야기는 완결짓기로 마음 먹는다.
윤슬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낼 수 있을까?

그렇다. 이것은 글쓰기에 관한 책.
사건이 발생하면 행동하고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책을 읽고 봄이 왔음을 새삼 깨달았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
나도 내 이야기를 시작해봐야지.

※ 이 글은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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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 소슬지
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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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죽지마소슬지 #원도 #한끼 #한국소설

작가의 전작이 화제였다.
현직 경찰이 쓴 에세이. 정작 그 에세이를 못읽었다.
소설로 접하는 원도 작가는 익숙한 이야기 속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다 읽고보니 제목부터 반전이었네.

하주는 경찰이다. 과민대장증후군을 달고 산다.
수사를 하기도 했지만 범인과 드잡이질한 이후에는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기보다 죽어있는 이들과 마주하기로 했다. 지금 소속된 곳은 국과수.
하루에도 수차례 변사자 신고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 죽어있던 그녀를 발견한다.
소슬지. 처음에는 흔한 무연고 사망자였을 뿐이었다.
하주의 집까지 따라온 소슬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쩌다 소슬지는 하주를 따라오게 되었나.
그날 하주가 발산한 향기? 아니 냄새가 화근이었다.
어떤 냄새냐고?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겠다. 하주는 결심한다. 슬지를 승천시키기로. 자신이 풍긴 냄새에 대한 보상으로.

하주는 슬지의 사인을 조사하면서 그녀가 어떤 이였는지 점차 알게된다. 동갑인 그녀들.
생전에 무명배우였던 슬지와 혼자만의 공간을 갖기위해 독립한 하주는 비슷한게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되어간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정해져있다.
죽은자는 산자와 언제까지고 함께 할 수는 없다.
그것이 순리인 것이다.
그들이 헤어지는 과정. 여기에 기존에 못보았던 반전이 있었다.

그래서 소슬지는 왜 승천하지 못했냐구요?
누구보다 소슬지의 승천을 바랐던 하주인데, 왜 제목이 '죽지 마, 소슬지'냐구요?
궁금하죠?

작가님은 짓궂은 사람인것 같아요.
하주의 성씨를 알게되면 당신도 아마 저와 같은 표정이 되겠지요. 장담할 수 있어요.

의외의 인물에게 감동할지도.
제게는 아람이었어요. 아람의 직업은 00입니다.
어때요? 더 궁금해졌죠?

※ 이 글은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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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고 초라한 - 존재를 배제하는 공간에 대하여
강미현 지음 / 흠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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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존엄하고초라한 #강미현 #흠영

저자는 건축사입니다.
언뜻 제목과 저자의 직업이 매칭되지 않습니다.
<존엄하고 초라한>이라.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픈 것일까요?

여는글.
저자는 한때 "법을 지키는 건축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광경을 목격한 후 그 생각이 달라졌다고 해요.
휠체어와 스쿠터를 동시에 수용하지 못하는 엘리베이터, 실제 훨체어와 스쿠터를 이용하기에 자꾸 기울어지고 불안정한 경사로, 휠체어 사용자가 다시 회전해서 나올 수 없는 화장실.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공간. 그 공간에 속하지 못할 이들이 눈에 보입니다. 새삼 발견된 것이죠.

이후 본문에 저자의 눈에 밟히는 주제들이 등장합니다.
주거, 노동, 장애, 교육, 공존.
그전과 이후에 보인 광경은 다르네요. 전에는 공간이 주였으나 이제는 공간에 있어야 할 사람을 찾아보게 됩니다.

다섯가지 주제들을 보면 어느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이다 싶었고, 얼마나 새로울게 있을까 싶었는데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쉼터, 학교 환기설비의 중요성.
모르고 있었거든요. 구조적인 문제인 것을. 그래서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이 얼마나 편의적인 인식이었는지를.

이제서야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부제 _ 존재를 배제하는 공간에 대하여.

뒷표지를 보면 더 확연하게 다가옵니다.
"존엄한 존재들의 초라한 공간 그리고 구축된 배제의 문법에 관한 이야기"

다시 여는말로 돌아가봅니다.
"건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나 사람에게로 향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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