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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올 한해 독자들을 충격에 몰아넣을 최고의 스릴러'라는 표현은 이 책에 딱 맞는 말이다. 최근 들어 읽은 스릴러 중 가장 재미있었고 우리 사회를 비추어 보며 등장인물의 말들에 공감하게 했다.
이 책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싸움꾼, 사냥꾼, 파수꾼을 잘 구별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말미에 반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생각해 볼 점이 많다. 돈과 권력이 있던 연쇄 살인마 노남용의 솜방망이 처벌과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한 후 자살한 장상철. 사냥꾼이 다니는 회사의 정당성, 안락사, 리벤지 포르노, 술, 용서 등을 보며 작가가 던지는 돌직구에 공감하고 더 새롭게 사회를, 나를 돌아보게 한다. 돈이 기준이 되어 억울함도 돈으로 달래고 있던 죄도 돈으로 무마하는 사회, 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변호를 받지 못하고 억울함을 억눌러야 하는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구멍을 피해서 걸어야 해. 어디에든 있으니까. 항상 있고, 바로 곁에 말이야. 크고 작은 시커먼 구멍들이 도사리고 있어. 때문에 조심해서 발을 딛지 않으면 바로 빠져버리지. 늪지대나 마찬가지다. 미끄러질 경우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겨. 더러운 본성이나 순간의 유혹에 지배당하도록 만들거든...(중략)...니가 니 자신을 니가 기대하는 만큼, 좋아하고 싶은 만큼으로 만들고 싶다면 절대 구멍에 빠져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타인을 부순 뒤 니를 망가뜨릴 끼야. 마침내 망가졌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망가질 거다. 그래서는 안 되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잖아.'(p.401)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구멍은 바로 곁에 있다. 실수로든 의도적으로든 바닥이 없이 끝없이 추락하는 구멍에 들어가면 안 된다. 이게 바로 무저갱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한 걸음을 나아갈 때마다 잘 보고 걸어야 하는 것이다. 신중한 발걸음이 더 나은 나를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잔악무도하고, 욕설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사회를 꿰뚫어 보며 사회와 인간의 민낯을 보게 한다. 스릴러지만 다시 읽으며 밑줄을 쭉쭉 긋고 싶은 부분도 많고 평소에 뉴스를 보며 울분했던 부분을 간접적으로나마 긁어주는 사이다 같은 책이다.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정말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