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안 간 딸이 있으니 연애도 마음대로 못한 거겠지. 오씨 아저씨가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결국 헤어진 걸 보면" 그 아줌마는 내가 무슨 짐짝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사람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 지금껏 엄마가 나의 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가 엄마의 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리의 사생활>(최민경)
사람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존재인지, 가 아니라 사람이 얼마나 이타적인 척하는지, 혹은 자신의 필요성을 과장해서 생각하는 어리석은 존재인지, 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딸은 다 컸다. 직장도 있고 이제 더 이상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엄마는 아마도 그 아이가 시집갈 때까지.....같은 생각들로 자신을 단속했을 터이다. 오해도 그런 오해가 없다. 딸도 그러하다. 이제 겨우 오십인 엄마를 짐이라 생각하다니. 상황도 나이도 얼마든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 남의 눈에는 보였던 오씨 아저씨의 구애가 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은 엄마를 짐이라 여겼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가족일수록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가족일수록 냉정한 대화가 필요하다. 가족일수록 남같은 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