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여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말하는 소설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제목은 그렇다고 하고. <시크릿 허즈번드> 나는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느낀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작가는 더 중요한 그것을 드러내고 있다.
2. 선전문구에는 주인공이 남편의 편지를 열어본 세실리아인 걸로 적혀있지만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편지를 뜯는 순간 모든 시간이 멈췄다.") 남편이 자기 사촌과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된 테스도 동등하게 주인공이다. 극적인 사건들이 세실리아에게 집중되어서 그렇지 미묘한 심리묘사는 테스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
3. 세실리아와 테스는 성격이 아주 다른데(사교적/내성적)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뜻밖이라 해야 할지...아니다. 짐작한 대로라 해야 한다) 테스가 훨씬 침착하고 자기중심적이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상황이 주어졌다면 아마도 훨씬 잔인했을 거다.
4. 에필로그는 흥미롭지만 덧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이 드러낸 게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생각에 좀더 철학적이고 신비로운 걸 끌어온 듯.
5. 부모의 책임을 무겁게무겁게 환기시키는 책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단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된 다음에는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란 불가능하니 오직 부모로서만 살라는 압력 같은.
6. 미국 드라마에 너무 많이 나오는 상황.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 하는. 예를 들면 자연재해 한가운데서 아이 하나를 구하기 위해 엑스트라를 모두 죽게 만들어도 상관없는 그런. 결국 구출된 아이와 포옹하면서 끝난다. 다행이다. 아이를 구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