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동안 하루에 한두 시간씩 걷는다. 꼬박꼬박이라고 말할 순 없다. 몸에 밴 게으름이 어디 가진 않으니 일주일에 두어 번쯤 빼먹는다. 나름 선전이다. 잘 정비된 개천 옆길도 걷고 가로수 좋은 거리도 걷고 낮은 산도 오르락내리락한다. 요 며칠은 벚꽃이 흩날리는 가로수 아래를 걷고 있다. 상투적이지만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꽃잎이 눈처럼 날린다. 파르르 날리는 하얀 꽃잎속으로 시간이 팔랑팔랑 지나간다. 자주 걷다보면 눈에 익은 사람들이 보인다. 나이든 사람들이 많다. 알록달록한 아웃도어를 입고 자그만한 등산가방 하나 메고 모자도 쓰고. 예전엔 부지런히 걷는 나이든 사람을 보면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군하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외로운거군 생각한다. 건강에 특별히 신경쓰지도 않고 외롭지 않은 사람도 걷는다. 안다. 그렇게 보는 건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주체해야 할 시간은 많은데 그 시간을 메꿀 수 있는 일이 없고 비어있는 시간을 물끄러미 보는 일이 외롭기 때문에 자주 걷는다. 그러면 뭐라도 하지 그러냐 한다면 이유를 말하기는 싫다. 이재무 시인의 시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를 읽다가 "하루에 두 시간 한강변 걷는 것을 생활의 지표로 / 삼은 것도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한 시대 내인생의 나침반이었던 / 위대한 스승께서 사소하고 하찮은 외로움 때문에 / 자신이 아프게 걸어온 생을 스스로 부정한 것을 목도한 이후 / 나는 걷는 일에 더욱 열중하였다 외로움은 만인의 병 한가로우면 / 타락을 꿈꾸는 정신 발광하는 짐승을 몸 안에 가둬 / 순치시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한강에 나가 걷는 일에 몰두한다 / 내 일상의 종교는 걷는 일이다" (내 일상의 종교)라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생각했다. 걷는 일은 몸보다 마음 때문일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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