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고난 다음 포스트잇이 붙여진 부분을 다시 넘겨본다. 여덟 군데. 붙이려 하다가 그만두기도 여러번 했었으니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괜찮았다. 공감가기도 했고. 자신의 약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더라. "나 이렇게 찌질하게 산다고 광고해서 뭐하자는 건가. 실패로 점철된 연애사 같은 걸 털어놔서 어쩌자는 건가." 라고 적긴 하지만, 그게 독자와의 공감을 높이는 방법이라 생각했을 거다. 우아하고 폼나게 살면서 하는 연애마다 성공의 연속이었다고 썼다면 그런 재수없는 책을 뭐하러 보겠는가 말이다. "나의 상처란 게 다른 이들에 비해 더 아프다고도 특별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것을 털어놓는 일로 과연 치유가 될지 어떨지도 알 수 없다. 단지 나 자신과, 나와 비슷한 고민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이 있는 분들께 그저 작은 응원쯤은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우리를 위로하는 듯이 말하는데 글쎄... 응원이라기보다 내게는 그냥 누군가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 너도 그렇게 사는구나, 그래, 그 정도였다. 마지막은 좋았다. "좋아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 나만 아는 기쁨을 점점 늘려가는 삶. 그것만으로도 썩 괜찮아 보인다. 그것들이 분명 어쩌다 어른이 된 나와, 그리고 당신에게, 돌연한 슬픔과 맞서는 두둑한 맷집이 되어주리라 믿으며,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계속되는 내 시간에 작가의 도움을 받아 추가할 것 하나. 책을 읽으면서 만화책 제목들을 여러개 적어두었다. 어느 느슨한 날 검은비닐봉지 가득 빌려와 읽어볼 참이다. 그렇게 내 삶은 소모되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