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수집하는 것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책 냄새를 사랑한다거나 책에 둘러싸여 지내는 환상이라기보다 부모나 조부모가 수집하여 빽빽하게 꽂아놓은 책꽂이를 경험하는 어린 시절이 참 좋을 것 같아서다. 내 어린 시절은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이리라. 그러니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소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다. 그러나 지나친 것은 좋지 못하다. 억지를 부리면 책은 책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가장 큰 고통은 가족들도 이런 책 수집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가족들끼리는 서로서로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 가족은 내 취미를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생각인가. 책 수집벽을 싫어하는 다른 구성원의 생각은 존중받지 않아도 되나. 가족들이 책 수집벽을 이해하지 못해서 많이 고통스럽다는데, 아마도 가족들이 불평을 늘어놓아서 고통스럽다는 것이겠지. 어찌되었건 결국 원하는 대로 책을 수집하여 "책이 좀 많습니다" 상황을 만들었으니 그정도 불평은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전혀 관심도 없는 어마어마한 책들이 집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먼지를 풀풀 날리면서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감수하는 식구들을 생각하면 말이지.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는 데는 혹, 책 수집벽이라는 것이 다른 취미에 비해 고상하다는 생각이 깔려있지는 않을까. 이런 책 수집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라고 말하면서 딴 것도 아니고 책인데 말이야 라고 은근 과시하는 듯한 뉘앙스. 그러면 욱~하면서 생각한다. 책이 뭐라고. 도라에몽과 뭐가 다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