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어? 친구가 물어서 조르바 읽어 했더니 신성일하고 비슷한 사람? 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신성일? 영화배우? 왜? 그사람 책 냈단다. 화려한 연애편력 나열한 책. 엄앵란이 죽은 것도 아니고 엄앵란과 이혼한 것도 아니구만. 조르바하고 비슷하다고? 조르바는 여자가 잠자리로 꾀는데도 거절하는 자는 아무리 선행을 많이 쌓았다 해도 하느님이 용서하지 않을 거라 하잖아. 거칠 것 없는 자유인? 좋은 말이지. 사랑해마지 않는 그 자유, 들추고 보면 그 아래에 누군가의 상처가 깔려있을걸. 손예진 조인성 나오는 영화 생각나? 넌 조인성 아버지 조승우의 사랑에 감동했어? 난 조승우의 아내가 어땠을까가 더 마음 쓰이더라. 평생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과 지내는 심정 말이야. 모르고 살았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런 건 숨겨지지도 않지. 사업이 거덜나던 날 조르바는 바닷가에서 춤을 추지? '나'는 조르바가 나오는 책을 쓰고. 조르바처럼 춤을 춰야 하는데 겨우 글이나 쓰는 삶이 시시하다고 생각하지? 그게 뭐냐? 정답이 어디 있어? 왜 시시해? 책 쓰는 게 위대한 건 아니지만 춤추는 건 뭐 대수냐? 돈 날아간 거 아까워하면서 찔찔 울면 어떤데? 조르바식 삶을 욕망하는 사람들 말이야. 어쩌면 그 욕망을 자제하는 스스로를 더 자랑스럽게 여길지도 몰라. 조르바처럼 살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하는 척만 하는 거지. 조르바는 조르바식으로 나는 내 식으로. 묵묵 들었다. 그리고 끝까지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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