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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ㅣ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행복론
또는 인생론으로 불리는 장식과 첨부(Parerga und Paralipomena) 때문에 쇼펜하우어를 통속적인 인생론 작가로 오해한 출판사의 편견과 저자의 태만이 탄생시킨 기이한 결과물입니다. 칸트의 계승자를 자처하면서도 칸트를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한 불가피한 비판이라면서 칸트를 궤변론자라고 폄훼한 쇼펜하우어는 대중적 인생론 작가로 취급될 만큼 가벼운 철학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칸트의 이율배반 논리를 속임수라고 극언하면서 쇼펜하우어가 대안으로 제시한 의지와 표상 논리 역시 칸트, 피히테, 셸링, 헤겔을 비판하면서 사용한 지성적 직관이나 절대적 사유(absolutes Denken)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의지의 본질인
물질의 표상 형식이 없어 물질의 불변(생멸하지 않음)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인식 주체가 의지의 객체인 표상의 변화와 인과성을 인식할 수 있겠습니까? 행위의 원인인
동기를 자극하는 표상의 계기인 힘에의 의지에 저항할 수 없으니 표상의 계기를 멀리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해결책이 쇼펜하우어 인생론의 전부입니다. 이를테면 음식은
식욕을 자극하니 음식을 멀리해야 된다는 논리입니다. 음식이란 사물
자체가 의지의 표상인 동시에 불행의 원인이니 행복을 위해서는 음식이라는 의지를 부정해야 한다는 고약한 염세주의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저나
저자는 쇼펜하우어를 읽기나 했는지 의문입니다. 쇼펜하우어 철학은 칸트비판으로 일관하는데 열 번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칸트를 얼마나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쇼펜하우어는 칸트비판의 양념으로 피히테, 셸링, 헤겔을 비판하는데
저자는 그들을 과연 읽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