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지 못하는 곰 푸른숲 새싹 도서관 43
올리비에 데보 지음, 김자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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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을 자지 못하는 곰>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잠을 잘 수 없었던 곰이 북극을 향해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북극에는 흰곰만 살기 때문에, 갈색 곰인 주인공은 친구 생쥐의 도움으로 온몸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한다. 북극으로 가는 길에 주인공은 아누크라는 곰을 만난다. 아누크는 원래 북극에 사는 흰곰이었지만, 빙하가 녹아 먹이를 구할 수 없어 갈색으로 몸을 칠하고 초원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모든 게 다 망가진 것 같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갑자기 비가 내려 두 곰의 페인트칠이 씻겨 나가고, 그들은 다시 본래의 털 색을 찾는다. 결국, 각자 고향의 친구들이 그리워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들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낼까? 


 기후 재난과 환경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느끼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환경 도서를 자주 읽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망가져도 친구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답니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장면은 곰들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이다. 겨울잠을 자지 못하고,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친구들은 함께 고민하고 돕는다.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곰들의 생존을 위해 생쥐와 펭귄들은 애써 웃으며 떠나보낸다. 동물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지만, 기후 위기의 피해를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그럼에도 서로를 돕는 공동체의 힘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더 이상 동물들이 털 색을 바꾸면서까지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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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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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좋아서 도서관 코앞으로 이사를 갔다. (물론 아이들 학교 앞이기도 하다)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세련되고 멋스러운 공간이다. 보고 싶은 책을 읽으며 정갈하게 꾸며진 공원 풍경을 보는 것, 도서관 안에 있는 카페 커피를 마시며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일은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기쁨 중에 하나이다. 무엇보다 원목 책상 위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노트북 활용이 가능해서 너무 만족스럽다. 이런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 생기기까지 도서관에도 역사적 굴곡이 많았다는 것을 <이토록 역사적 도서관>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감사함과 함께 숙연한 마음이 든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백창민, 한겨레출판사, 2025)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과 정치, 개인의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서술한 책이다. 도서관은 단순한 책 보관소를 넘어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무대였음을 알려준다. 도서관이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 격변 속에서 이용되거나 소멸되기도 했으며, 역사적 인물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덕수궁 중명전에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고, 4·19 혁명, 부마민주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민주화 운동의 출발점이 된 대학 도서관들이 있었다. 또한 존경각은 조선의 대학도서관이었으나, 대한제국이 국권을 잃으며 쇠락했다. 철도도서관은 일제가 운영한 식민 통치 기구이자 문화 시설이었지만, 한국전쟁 중 소실되었다. 반면, 강남 개발과 평준화 정책 속에서 탄생한 정독도서관, 독재 정권의 비밀경찰 조직이 숨어 있던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등 도서관의 탄생과 운영에는 정치적 의도가 깊이 얽혀 있었다.

목차를 보면 눈길이 먼저 가는 제목들이 있다. '우리가 유서 깊은 대학도서관을 갖지 못한이유', '말죽거리, 신화와 잔혹사 사이에서', '도서관을 통해 국권을 되찾고자 했던 시도', '최초의 사서를 찾아서' '천억이 백석의 시 한 줄 보다 못하다' 등 흥미로운 부분도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굵직한 근현대사 순간을 마주하면서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도서관에 관한 궁금증이 해소되기도 한다. 도서관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들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두께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술술 잘 읽히는 편이다. 세련되고 정제된 문장을 사용하면서도, 서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과 자료 등을 활용하여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경험을 유려하게 엮어내며,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도서관과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만족스런 책일 것 같다.


*도서제공,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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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읽기만 해도 어휘력이 늘고 말과 글에 깊이가 더해지는 책
장인용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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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은 30년간 출판업에 몸담은 저자 장인용이 단어의 기원과 변화를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단순한 어원 설명을 넘어서, 시대와 문화 속에서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형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어, 비슷한 소리를 가진 단어들, 종교에서 유래한 표현 등 다양한 언어의 배경을 소개하며, 나무·물고기·채소·과일 이름이나 지명, 반복어(첨첨, 살랑살랑)처럼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까지 폭넓게 서술한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단어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사연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범한 일상 단어에 역사, 문화, 풍물, 삶의 흔적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 아내',' 마누라', '형', '언니' 등 뜻과 쓰임새가 뻔한 단어에도 긴 시간의 흐름이 있고, 생소했던 한자어와 일본어를가 오늘날 자연스럽게 우리의 언어로 자리 잡은 과정이 새삼 새롭다. 또한 저자는 ‘경제’와 ‘사회’ 같은 단어가 현대적 의미를 갖게 된 과정, 외국어와 한자가 결합된 말, 지명의 변천이 정체성에 미친 영향 등 언어의 기원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단어가 단순한 뜻을 넘어 시대와 문화를 담고 있다는 점, 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휘력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마치 형태 없는 단어를 손으로 빚어보는 놀이 같다. 단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어적 교양이 쌓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무엇보다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나를 표현하고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단어를 더욱 소중히 , 살뜰하게 다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도서제공,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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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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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현 교수의 바다 위의 과학자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건너 남극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다에서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며 연구하는 해양과학자의 생생한 경험을 탐사 일지 형식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태풍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박테리아 발광 현상을 통해 전설로만 전해지던 ‘우윳빛 바다’를 실제로 확인하는 등 과학적 발견을 기록한다.


우리는 지구를 ‘푸른 행성’이라 부르지만, 정작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바다는 기후를 조절하고,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며, 인류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 반려동물의 오줌 한 방울까지 바다에서 오지 않은 것이 없다.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 중 절반 이상이 물이라고 한다. 모든 물이 바다에서 온 것이라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바다가 아닐까." (p.24)


저자의 탐사 일지는 흥미롭고 긴장감 넘친다. 연구선에서 아슬아슬하게 태풍을 피해 항해하고, 깊은 바다에서 온갖 어려움 속에 관측 장비를 회수하며, 예상치 못한 해양 생물과 조우하는 과정은 읽는 내내 몰입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여정 속에서 저자가 깨달은 삶의 교훈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인상적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작은 배에서 의존해 수천 미터 두께의 바닷물 위에 떠서 망망대해를 다니며 탐사하는 이 작은 공동체가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다시 항구로 돌아오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연구선 내에서 서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항상 100퍼센트 완벽한 공동체 생활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은 공동체 생활에서도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p.31)


"한편으론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위해서 그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건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값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도 손 담가본 적 없는 바닷물에 손을 담그고,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수평선뿐인 수면 위에 밤낮으로 누워보며, 누군가는 지도로만, 또 누군가는 노래 가사로만 접해본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을 직접 누벼볼 수 있다면야. 만약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안전하게 육지 위의 실험실에서만 연구를 하라고 한다면 이제는 못할 것 같다." (p.42)


과학자이자 탐험가, 그리고 자연의 해석자로서 저자가 기록한 이 책은 해양과학의 경이로움과 바다의 가치를 깊이 있게 전하고 있다. 바다라고 하면 바닷가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 수평선 너머 먼 바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태풍으로 파도가 요동치는 바다를 먼저 떠올리던 내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육지보다 바다가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한번 실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바다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바꾸도록 이끈 책이다.


*도서제공,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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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 - 미야자와 컬렉션 5 날개달린 그림책방 63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승민 그림, 박종진 옮김 / 여유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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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밤, 길게 늘어뜨린 가지에 투박하지만 먹음직스러운 돌배가 달려 있다. 노란 달처럼 어두운 풍경을 밝혀주는 것 같다. 곧 풍덩 물에 떨어질 듯하다. 책표지 그림 하나로도 많은 상상을 펼칠 수 있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계곡에 떨어진 돌배는 어떻게 될까.

푸르스름한 계곡 바닥에서 아기 게 두 마리가 서로 이야기를 한다. ”클램본은 웃었어“ ”클램본은 카푸카루 웃었어“. 아리송한 대화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계곡 속 풍경과 함께 낯설고 생소하게 다가온다. 어두운 색감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자갈과 촘촘한 물결무늬들, 동그란 거품들이 여기 저기 떠 다닌다. 또 직선의 황금빛 햇살이 비치고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도 등장한다. 그러다 갑자기 총알 같은 부리가 나타나 물고기를 잡아채간다. 갑작스럽긴 해도 아기 게에게는 이곳이 유일한 세계이며 하나의 우주일 것이다. 우리에게 계곡은 누구나 쉽게 발을 담그며 물고기를 잡고 올챙이를 구경하는 작은 공간이겠지만.

계곡 바닥에서 바라본 우리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발은 기둥으로, 아이들의 손은 거대한 그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아니면 머리가 다섯 개 달린 물고기로 생각할지도. 그렇다면 수면 위에 떠 있는 돌배를 아기 게들은 무엇으로 생각할까. 

계곡 수면 위에 노랗디 노란 돌배는 큰 달처럼 보인다. 까만 밤에서 노란 빛깔이 스며든 계곡 바닥은 환하기만 하다.시간이 흘러 노랗고 환한 돌배가 계곡에 풍덩 떨어진다. 아빠와 아이 게들은 돌배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오기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미야자와 겐지의 <돌배>는 돌배나무 옆 계곡 안 풍경을 아기 게들 시선으로 그리며 다채로움이 깃든 하나의 세계로 표현하고 있다. 여러 존재들이 오고 가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며 수수께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곳. 다른 시선을 가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도서제공,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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