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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평점 :

남성현 교수의 바다 위의 과학자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건너 남극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다에서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며 연구하는 해양과학자의 생생한 경험을 탐사 일지 형식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태풍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박테리아 발광 현상을 통해 전설로만 전해지던 ‘우윳빛 바다’를 실제로 확인하는 등 과학적 발견을 기록한다.
우리는 지구를 ‘푸른 행성’이라 부르지만, 정작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바다는 기후를 조절하고,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며, 인류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 반려동물의 오줌 한 방울까지 바다에서 오지 않은 것이 없다.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 중 절반 이상이 물이라고 한다. 모든 물이 바다에서 온 것이라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바다가 아닐까." (p.24)
저자의 탐사 일지는 흥미롭고 긴장감 넘친다. 연구선에서 아슬아슬하게 태풍을 피해 항해하고, 깊은 바다에서 온갖 어려움 속에 관측 장비를 회수하며, 예상치 못한 해양 생물과 조우하는 과정은 읽는 내내 몰입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여정 속에서 저자가 깨달은 삶의 교훈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인상적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작은 배에서 의존해 수천 미터 두께의 바닷물 위에 떠서 망망대해를 다니며 탐사하는 이 작은 공동체가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다시 항구로 돌아오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연구선 내에서 서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항상 100퍼센트 완벽한 공동체 생활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은 공동체 생활에서도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p.31)
"한편으론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위해서 그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건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값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도 손 담가본 적 없는 바닷물에 손을 담그고,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수평선뿐인 수면 위에 밤낮으로 누워보며, 누군가는 지도로만, 또 누군가는 노래 가사로만 접해본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을 직접 누벼볼 수 있다면야. 만약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안전하게 육지 위의 실험실에서만 연구를 하라고 한다면 이제는 못할 것 같다." (p.42)
과학자이자 탐험가, 그리고 자연의 해석자로서 저자가 기록한 이 책은 해양과학의 경이로움과 바다의 가치를 깊이 있게 전하고 있다. 바다라고 하면 바닷가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 수평선 너머 먼 바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태풍으로 파도가 요동치는 바다를 먼저 떠올리던 내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육지보다 바다가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한번 실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바다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바꾸도록 이끈 책이다.
*도서제공,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