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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평점 :

도서관이 좋아서 도서관 코앞으로 이사를 갔다. (물론 아이들 학교 앞이기도 하다)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세련되고 멋스러운 공간이다. 보고 싶은 책을 읽으며 정갈하게 꾸며진 공원 풍경을 보는 것, 도서관 안에 있는 카페 커피를 마시며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일은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기쁨 중에 하나이다. 무엇보다 원목 책상 위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노트북 활용이 가능해서 너무 만족스럽다. 이런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 생기기까지 도서관에도 역사적 굴곡이 많았다는 것을 <이토록 역사적 도서관>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감사함과 함께 숙연한 마음이 든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백창민, 한겨레출판사, 2025)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과 정치, 개인의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서술한 책이다. 도서관은 단순한 책 보관소를 넘어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무대였음을 알려준다. 도서관이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 격변 속에서 이용되거나 소멸되기도 했으며, 역사적 인물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덕수궁 중명전에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고, 4·19 혁명, 부마민주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민주화 운동의 출발점이 된 대학 도서관들이 있었다. 또한 존경각은 조선의 대학도서관이었으나, 대한제국이 국권을 잃으며 쇠락했다. 철도도서관은 일제가 운영한 식민 통치 기구이자 문화 시설이었지만, 한국전쟁 중 소실되었다. 반면, 강남 개발과 평준화 정책 속에서 탄생한 정독도서관, 독재 정권의 비밀경찰 조직이 숨어 있던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등 도서관의 탄생과 운영에는 정치적 의도가 깊이 얽혀 있었다.
목차를 보면 눈길이 먼저 가는 제목들이 있다. '우리가 유서 깊은 대학도서관을 갖지 못한이유', '말죽거리, 신화와 잔혹사 사이에서', '도서관을 통해 국권을 되찾고자 했던 시도', '최초의 사서를 찾아서' '천억이 백석의 시 한 줄 보다 못하다' 등 흥미로운 부분도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굵직한 근현대사 순간을 마주하면서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도서관에 관한 궁금증이 해소되기도 한다. 도서관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들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두께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술술 잘 읽히는 편이다. 세련되고 정제된 문장을 사용하면서도, 서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과 자료 등을 활용하여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경험을 유려하게 엮어내며,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도서관과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만족스런 책일 것 같다.
*도서제공,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