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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함, 인생을 담아드립니다 -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환대하는 법
최나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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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함, 인생을 담아드립니다>의 저자는 모리함을 운영하는 예술가이다. 사랑과 의미가 깃든 추억과 물건을 액자에 담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삶을 기억하는 일의 가치를 담아낸다. 그녀의 손을 거치면 녹슬고 오래된 물건들이 뜻깊은 추억과 의미를 입고 새롭게 태어난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은 첨단 정보를 빨리 습득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저자는 잠깐 멈춰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고 조용하지만 힘 있게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이야기는 몇 년 전 롱블랙에서 만난 적이 있다. 특히 죽음과 상실 앞에 애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애도를 알려주는 것 같아 신선하게 느꼈다.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세월에 따라 수시로 변화되는 세상에서 어떤 장면, 누군가의 한 마디에 담긴 사물들도 수명을 다하거나 퇴색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물건들을 처분하기보다 소중하게 보관한다면 지금의 나를 이룬 세계를 품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책은 저자에게 의뢰했던 사람들의 값진 추억과 물건들이 하나씩 소개되어 있다. 가장 인상적인 의뢰인은 깨진 찻잔을 액자에 담은 한 부부이다. 깨진 찻잔은 으레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곤 하지만 남편은 그저 아내와 함께 차를 마실 때 동행했던 그 찻잔을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꼭 특별한 사연만이 의미 있는 건 아니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주었던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자체가 훈훈하게 느껴진다.
"깨진 찻잔은 날카로운 조각이 튀어나오지도 않고 정말 반으로 동강 예쁘게도 깨져 있었다. 이렇게 섬세하고 얇게 빚어진 잔에 입술을 대어 차를 마시다 보면 잔향이 입술에도 남고, 잔을 들어 올리는 손끝에도 따뜻한 온도가 그대로 전해진다. 아내와의 추억들을 대하는 의뢰인의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의뢰인은 깨져버린 것을 억지로 되돌리지 않고, 액자에 담아내어 또 다른 추억 이야기로 이어 붙이고자 하셨다." p.25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리함에 담고 싶은 물건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는 사물이 아니라 내가 가장 귀하게 여기고 아름답게 추억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만들고 나는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살고 있는지까지 돌아보게 한다. 선명하게 생각나는 건 아이들이 삐뚤빼뚤 적어준 수많은 손 편지들.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한동안 모아두었는데. 사진으로만 남긴 것과 실존을 마주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흘려보내지 않고 그때 아이들이 엄마를 향해 쏟았던 무한한 사랑의 한 조각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그 한 조각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