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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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는 극도로 불안한 화자들과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환상여행 같은 작품이다. 13편의 단편 모두 모호하고 강렬한 매력이 가득하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한 문장도 놓칠 수 없이 따라가게 된다. 안개 속을 걸어가지만 답답하기보다 새로운 느낌을 만끽하며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게 만든다. '산타로사에서 오는 비행기' '잘린 손' '머리 없는 남자' '와줘' '만날 약속' 등 제목도 남다르다.

무엇보다 작가인 '바바라 몰리나르'는 글을 쓰는 즉시 찢어버리는 작가라는 사실. 8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고 곧바로 세심하게 폐기한다고 한다. 놀랍다. "다시 말해 고통의 극한까지, 의미가 그 근원의 완전한 어둠 속으로 고통의 모태 속으로 다시 가라앉을 때까지."(p.9)라는 이유가 언급되어 있다. 그녀에게 작품의 완성은 찢어버리는 행위까지 포함된 것일까. 아니면 도저히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절망감을 드러내는 것인가.

작품에는 평범한 일상을 살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통제하기 어려운 불안과 공포에 빠진다. 신체와 정신이 분리되거나 몸이 훼손되는 등 자신을 잃어버리고 방황한다. 오히려 죽음이 경이로운 사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기는 삶이 얼마나 취약한지,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깝게 존재하는지 깨닫게 된다.

"그것이 내 안에서 차오는 것을 느낀다. 천천히 다가오고, 그것을 멈추려는 모든 노력이 헛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기다려야 한다. 그것은 나의 마음, 나의 영혼, 나의 머릿속 전체를 잠식할 것이다. 그리고 내 안에 이성이 길을 잃게 될 심연을 팔 것이다. 내 절망에 허무는 아낌없이 자신을 내주리라. 나 자신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p.80)

고통과 슬픔, 불안과 강박 속에서 삶은 존재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흔들리며 무너져도 그런 상태로 있다고 외치는 듯하다. 인생의 긴 여정 속에 더 많이 겪게 되는 우리의 어둠을 무조건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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