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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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작가로서 20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살아냈던 과정과 그 여정에서 몸으로 익히고 뼈에 새겼던 통찰이 깃들어 있는 책이다.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도 좋지만 역시나 작가의 인생 이야기 자체가 생생하고 살아 있어 함께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신나게 읽었다. 이렇게 거저 받아도 되는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내 마음에 새기고 싶은 내용이 많다.

저자이 이력이 독특하다. 출간한 책 제목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사회주의로 산다는 것>,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글쓰기 클리닉>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다재다능한 작가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글쓰기의 이상과 출판의 현실 사이에서 부단하게 외줄타기해 온 전형적인 생계형 작가이며 그가 쏟아놓는 현실 밀착적인 글쓰기 비결은 솔직 담백하고 실제적이며 유머러스하다. 비슷한 길을 걷는 이들에게 함박웃음과 큰 격려가 되거나 유용한 실전서처럼 쓰기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사람'에 대한 관점이 깊어지는 순간을 겪는 장면이다. 저자는 작가로서 승승장구하다가 책이나 강의에 시큰둥하거나 반발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당황하게 된다. 그러다 2006년 민주노동당 후보로 지방 선거에 출마한 경험 이후로 몇 글자, 몇 마디 말로 사람을 바꾸려고 했던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한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뀐다면, 그가 살아온 시간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상대가 불쾌해하는 건 당연하다. 자신의 시간이 부정당하는데, 화가 나지 않을 리 없다. 나는 사회과학 지식은 쌓았지만, 정작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며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상대의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마음속으로만 아니라, 표현해야 한다. 마음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해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라고 긍정한 뒤, ‘하지만 이런 시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61쪽

이런 경험과 깨달음 덕분인지 저자의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는 책 곳곳에 드러난다. 결국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삶. 언어를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힘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누구나 같을 이유는 없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정지아 작가는 전라도 방언에서, 나는 사회주의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글쓰기는 그런 미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자식 얼굴에 돋은 작은 점 하나를 누가 더 알아보겠는가. 그 자식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부모가 아니겠는가. 사랑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렇기에 사랑할 때만 표현하는 소리, 쓸 수 있는 글이 있기 마련이다." 91

글을 잘 써서 책을 내야지. 라는 야망에 앞서 나는 사람을 존중하고 있는지, 내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너는 지금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 묻는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때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무엇인가. 나는 이것을 쓰기로 다짐한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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