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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의 쓸모 - 관계와 힘의 구조를 파악하는 네 가지 프레임
찰스 틸리 지음, 최지원 옮김 / 유유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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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틸리의 저서 『왜의 쓸모』는 인간이 이유를 대는 행위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며, 관습, 이야기, 코드, 학술적 논고라는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사람들이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은 진실의 정확성보다 그 상황과 상대방과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의사소통의 핵심 원리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일상 대화 속 무의식적인 이유 제시 패턴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설명 방식을 선택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이유를 말하는 유일한 동물이며, 이 책은 인간이 이유를 대는 행위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 찰스 틸리는 이유의 진실성보다 상황과 사회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유 제시의 근거는 관습, 이야기, 코드, 학술적 논고 네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이 분류는 보편성/구체성과 인과론/공식 의존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나눈다.
'관습'은 보편적이며 공식에 의거하며,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커피를 쏟았을 때 "덤벙대서 미안하다"는 말은 관계 유지를 위한 함축적 의미를 가진다. '이야기'는 보편적이며 인과론적 설명을 추구하며, 예외적 사건에 대해 인과 관계를 단순화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또한, 이야기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사회적 발명품으로 평가된다. '코드'는 구체적이며 공식에 의존하며, 정해진 규칙이나 절차에 근거한다. 예를 들어, 법원 판결이나 병원 규칙처럼, 기존 약속과의 정합성이 중요하다. '학술적 논고;는 구체적이며 인과론적 설명을 사용하지만, 전문적 지식과 명확한 근거를 동원한다. 하지만 전문가 간에는 용어 사용으로 소통의 힘을 덜 들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번역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학술적 논고와 대중의 이해 사이를 잘 메꾼 양질의 이야기 사례라고 강조한다.
이 네 가지 범주 사이에 우월 관계는 성립하지 않으며, 상황과 사회적 관계에 따라 적절한 설명 방식이 달라진다. 즉, 상하 관계나 거리감(친밀도)에 따라 이유를 대는 방식, 길이, 심지어 생략 여부까지 달라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일수록 적재적소에서 이유를 제대로 잘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유를 제시하면서 어떠한 항의도 받지 않는 능력은 보통 힘 있는 지위에 수반된다. 높은 공직이나 전문직 같은 최상층에서는 권위적으로 이유를 제시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유를 제시하는 고정에서 다른 어떤 일이 발생하든, 화자와 청자는 자신들 사이의 평등 혹은 불평등을 조정한다" p.63
‘왜’라는 질문과 그 답변 속에 담긴 사회적 맥락과 권력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즉, 일상에서 무심히 주고받던 이유나 변명, 크게는 설득이나 설명까지도 사실은 사실은 복잡한 사회적 신호이며 내가 어느 쪽에 위치해 있으냐에 따라 그 횟수와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이 꽤 흥미롭다. 애써 이유를 설명해야 했거나,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집에 와서 침대에 와서 혼잣말이라도 이유를 덧붙여야 했던 기억도 떠올리게 된다. 사회적 관계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조리있게 말하지 못한 나를 자책했는데 어쩌면 이미 그 사회적 관계 속에서 결정된 나의 지위 때문에 답을 정해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나 자신과 타인의 말, 이유를 주고받는 방식을 더 비판적·성찰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말들을 한 번 더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시각과 관점이 넓혀지는 느낌도 있다. 조직이나 관계와 같이 좀더 큰 틀에서 내 행동을 살펴보게 된다. 똑같이 이유 제시 행동을 하게 될지라도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틀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 상황과 맥락 안에서 알아차림과 같은 인식이 생겨나는 것 같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