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렇게 안녕
김효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그렇게 안녕〉는 연인 소우의 죽음과 그 뒤에 걸려온 의문의 전화를 통해 살아남은 자 리호가 떠난 존재의 부재와 마주하는 이야기다. 여러 미스터리를 마주하며 자신과 관계, 기억이라는 무게를 천천히 다시 들여다보는 리호는 ‘인사가 끝이 아니다’라는 깨달음 속에서 비로소 잃은 것을 넘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작품은 죽음으로 인해 끝난 사랑 이후의 시간을 다룬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그의 그늘, 그림자 혹은 온기 같은 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삶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애도는 이렇게 하는 거라는 특정 모양이나 기간을 정해놓을 수 없지 않은가. 사람마다, 그 관계마다, 주어진 상황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애도는 꼭 떠난 사람을 위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리호는 떠난 연인 소우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누군가를 잊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작가는 상실 이후의 삶을 일반적인 애도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다.
소우의 목소리와 카페의 냄새, 밤의 빛이 리호를 과거로 끌어당긴다. 그는 그 기억을 밀어내지 않는다. 사랑이 남긴 상처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자신을 확인한다. 이별의 고통은 그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처 속에서 그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잃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관계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너랑 이야기를 나누는 한 달 동안 나는 다시 살고 싶다고 느꼈어. 내가 장담하는데 임소우는 네가 너무 고마울 거야. 끝까지 자신을 믿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할 거야. 네가 있어서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할 거야."
다음 날에도 역시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내일 밤에 네가 꼭 전화를 받았으면 좋겠어. 인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살아줘서 고마워.
216-217쪽
『그렇게 안녕』은 안녕이 끝이 아님을 말한다. 헤어진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리호의 인사는 소우를 향하면서도 자신을 향한다. “그래요, 안녕.” 그 짧은 말 속에 삶이 다시 시작된다. 작가는 이별을 슬픔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대신 남겨진 사람의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온기를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