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제는 집으로 간다
강성민 외 75명 지음 / 평산책방 / 2025년 9월
평점 :
#이제는집으로간다 #청소년시집 #평산책방
"우리 친구들이 풀어놓은 마음들이 여기 있다. 그 마음들을 찬찬히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얼룩진 마음, 부서진 마음, 금이 간 마음들이 많다. 닦아 주고, 쓰다듬어주길 바란다." 10쪽
세상에는 여러 마음들이 있다. 소년재판을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꽤 부담스럽기도 하다. 재판이라는 단어 앞에 여러 생각과 판단이 들지만 '소년'이라는 단어에 집중한다면 어떨까.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시집을 읽고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마음의 풍경을 담은 시를 쓴 아이들. 세상을 향한 작은 몸짓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제는 집으로 간다>은 경남의 청소년회복센터 6군데에 머물고 있는 76명의 아이들이 써 내려간 97편의 시를 담고 있다. 구호나 교훈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기록이다. 법정에서의 두려움, 친구에게서의 상처, 가족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이 한 줄 한 줄에 묻어 있다. 어떤 시는 독백처럼, 어떤 시는 기도처럼 흐른다. “나는 집에 가고 싶어요”라는 짧은 한 문장이, 어떤 문학적 표현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문학적 세련미보다 ‘살아 있는 말’을 품고 있다. 법정과 회복센터라는 차가운 공간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기 목소리로 세상과 화해하려 한다. 후회와 반성, 절망어린 외침들이 가득하다. 그들의 언어는 서툴지만 정직하고, 짧지만 깊다. “집으로 간다”는 말은 단순한 귀향이 아니라, 잃었던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여정으로 읽힌다.
읽는 내내 나는 ‘집’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이 아이들에게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용서와 환대의 가능성이다. 동시에 “나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을까”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제도 속에 가두고만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우리 사회는 환대의 태도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이들은 아직 멀리 가지 않았다. 다시 돌아오길 기다린다면 멈춘 그 자리에서 뒤돌아 올 것이다.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
재판 -조승민
그렇게 안 서야겠다는
재판에
또 서버렸다
재판에
벌써 재판이 7번이라니
무섭다
소년법정에 선 지도 2년 가까이 됐다니
참 안 믿긴다
재판을 너무 많이 본 거 같다
이제는 집으로 간다
반항 -심민찬
나는 중2 때부터 반항을 했지
쓸데없이 그냥 반항했지
나쁜 친구와 어울리고 술 담배하고
오토바이 타곤 했지
나를 달래도 보았지 화도 내어 보았지
부모님과 싸우고 가출을 했지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었지
학교도 안 가고 밤새 친구와 놀았지
배고프니 절도도 했지
그러다가 긴급구속영장이 나왔지
오륜학교에 위탁되었지
나는 많은 생각을 했어
그리고 처분을 받고 지금 진해 샬청소년센터에 왔어
아직 멀리 오지 않았어
다시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어
난 돌아갈 거야
가족이 얼마나 좋은지 깨달았어
후회하고 후회되지만 앞으로 후회할 일 만들지 않으면 돼
죗값 다 치르고 다시 돌아갈게요 엄마! 아빠!
그리고 사랑해요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