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함의 용기 - 나는 수용자 자녀입니다
성민 외 지음 / 비비투(VIVI2)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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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함의 용기>는 교도소 수용자 자녀가 겪은 어려움과 극복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10명의 저자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의 수감이라는 서늘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살인, 사기, 경제사범 등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른 부모 때문에 아이들은 범죄자의 자녀라는 낙인 뿐만 아니라 생활고를 겪으며 살아야 했다. 고통과 상처의 기억이지만 아이들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청소년들을 위해서다.

“나와 같은 수용자 자녀는 대부분이 들여다보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에 그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겐 낯설뿐더러, 우리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상처투성인지 잘 모른다. 누군가는 때때로 편견이라는 눈덩이에 꽁꽁 묻힌 채, 차가운 시선을 주기도 한다. 무거운 자물쇠와 함께 깊이 침수된 나의 이야기를 이제는 풀어 보려 한다.”(p.136)

수용자 자녀들은 여러 측면에서 이중 고통에 시달려야했다. 사랑했던 부모의 부재, 그로 인해 풍비박산, 미워할 수도 없고 마음껏 괴로워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부모가 남긴 빚과 피해자에게 남긴 상처를 남은 가족이 고스란히 감당하면서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예민한 시기에 겪는 이런 고통은 아이들을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였다. 사각지대에서 허우적 거리던 저자들에게 손을 뻗는 곳이 ‘세움’이라는 단체였다.

이 단체는 수용자 자녀의 회복을 돕고 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자존감을 세워갈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들 모두 세움에서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에 급급했던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을 찾고 인생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왜 범죄자의 자녀를 돕느냐”는 의문과 비난에도 10년 동안 한결같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아이들과 함께 해준 이 단체를 보면서 어른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형량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와 갈등은 더 심각했다. 여러 도움을 통해 겨우 안정적으로 생활하던 저자들이 또다시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떨어져 있는 동안 달라진 부모의 존재, 이제 20대가 된 자신과 가족으로 함께 사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한다. 또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이 느꼈을 책임감과 부담감을 몸소 경험하게 되었고 부모를 이해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교도소에서 돌아온 엄마를 보며 밉기도 했지만 안타까움도 컸다. 예전에 알고 있던 엄마가 아닌 것 같았다. 원래 엄마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교도소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예민함과 죄의식이 엄마를 바꿔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았다. ‘엄마, 나는 엄마가 온 것이 너무 행복해’ 이러한 말들을 엄마에게 꾸준히 말해 주고 있고 요즘에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 그래도 지금 내 나이 스무 살에는 아직 엄마가 필요하다.” (p.192)

부모의 약함으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고통, 그 때의 기억, 현재의 과제까지. 담담하게 써내려간 저자들의 쓰기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수용자 자녀들의 아픔과 어려움도 알게 되었고 소소하게나마 서평단을 통해 이들의 삶을 알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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