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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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물리학자인 저자가 사람과 사람, 과학과 철학 등 경계를 넘어 자기만의 통합적 시선을 담은 에세이이다. 책제목처럼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존재의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자신과 타인 간의 구분보다 '협력'이 자연의 진리라고 강조한다.

"형태와 질감은 우리 뇌가 해석하고 연결한 것입니다. 공명하는 것이죠.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공명합니다. 의자를 보면 우리는 그것이 의자라는 것을 알고, 의자는 우리가 아는 그 기능과 공명하고, 우리가 경험한 다른 의자들과 연결된 수많은 기억과 공명합니다. 그냥 사물이기만 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p.38)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공명'한다고 한다. 공명해야 존재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참혹함을 언급하면서 함께 아파하고 해결하는데 온힘을 다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탈레반, 다에시, 서방의 폭탄으로 자녀, 형제, 자매, 부모가 죽거나 불구된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워해야 합니다. 폭탄은 누가 터뜨리든 모두에게 똑같이 피해를 입힙니다."(p.95)라고 외친다. 해결, 평화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권력과 폭력, 전쟁을 만들어내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동시에 그는 지노 스트라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책을 언급하면서 '연결된 삶'은 어때야하는지를 보여준다. 스트라다는 이머전시라는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는 단체를 설립한 외과 의사이다. 그와 단체는 한 번에 한 사람씩 치료해 수천 명의 사람을 죽음과 고통에서 구해내는 것을 목표로 헌신한다. 그 대상이 탈레반이더라도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은 다른 인간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기에 우리는 그들을 치료한다"(p.150)고 선언한다조금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흔들림없는 인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삶의 태도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간성은 인간성을 연결하고 더 확대되어 견고하게 서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트라다처럼 세상 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강해지려고 계속 안달하는 대신, 우리 자신을 공통의 문제를 가진 하나의 인간 공동체 일부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항상 우리가 의로운 사람이라고 믿어야 합니다."(p.149)

과학자로서 저자는 큰 영향력을 미쳤던 주요 과학자들의 업적을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갈릴레오는 지구가 자전하고 태양 주위를 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치밀하고 세밀한 준비를 했다. 당시 당연해 보이는 진리에 대항하여 정면 반박하기 위해서는 필요했던 절차였다. "이를 위해서는 끈기, 느림, 예시가 필요합니다. 명백하다고 주장하는 논증을 하나씩, 차근차근, 천천히 해체해야 합니다...이 엄청난 정신적 노력을 갈릴레오는 깊은 고속 속에서 수행했습니다."(p.121)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역사적 과학적 결론 뒤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헌신, 과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조수 간만의 차도 지구의 공전 때문이라는 갈릴레오의 잘못된 추론도 언급한다. "그 눈부신 위대함, 그 번뜩이는 해안, 그리고 실수까지"(p.124) 한 인물에 대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서를 철학자 같이 서술된 인생 이야기로 할까. 광범위하면서도 통합적인 듯 묘한 느낌의 책이다. 지적이고 세련되면서도 유쾌한 낯섬도 마주하게 된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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