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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살아있는 그림책 수업 레시피 - QR코드로 바로 쓰는 60가지 주제별 수업활동
그림책 수집가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4년 3월
평점 :
요즘 아이들은 짧은 영상과 강한 자극에 익숙하다. 언어와 감정마저 화면의 속도에 맞춰 흘려보내는 데 익숙하지만, 정작 자기 생각을 붙들고 들여다보는 시간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교실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은 집중이 짧고, 깊은 감정의 언어에는 서툴다. 교사는 그 아이들과 진심이 오가는 수업을 만들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그 망설임의 끝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그림책이다. 짧지만 탄탄한 서사, 단순하지만 여운 있는 장면은 아이들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든다. 페이지를 넘기며 잠시 멈추는 시간, 문장 하나에 머물며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경험은 영상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이다. 교사는 그 가능성을 믿고 그림책을 수업 안으로 불러들이고 싶어진다.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수업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어떤 질문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야 할지, 어떻게 활동을 구성해야 할지… 교실 앞에 서면 막연함이 먼저 밀려온다. 『주제가 살아있는 그림책 수업 레시피』는 바로 그 지점에서 말을 건다. 교사의 고민을 꿰뚫고, 준비와 실행 사이의 간극을 다정하게 잇는다.
이 책은 여섯 가지 범교과 주제—다문화, 환경생태, 양성평등, 생명존중, 학교폭력 예방, 진로 교육—를 중심으로, 주제별 그림책 10권을 골라 제시한다. 단순히 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읽기 전 활동부터 본 활동, 마무리까지 실제 수업 흐름 속에 어떻게 녹여낼지 친절히 안내한다. 학습지와 영상, PPT는 QR코드를 통해 바로 활용할 수 있으며, 활동별 자료도 한눈에 보기 좋게 구성돼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각 수업 말미에 실린 ‘그림책 수업 팁’이다. 수업 중 마주한 아이들의 예기치 못한 반응, 교사의 순간적인 판단, 그 안에서 얻어진 깨달음과 실마리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완성된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시행착오와 고민을 품은, 살아 있는 수업의 기록이자 누군가의 노트에서 빼낸 진짜 조언들에 가깝다.
『주제가 살아있는 그림책 수업 레시피』는 그림책을 교실로 들이고 싶은 교사에게 조용히 다가선다. 교사가 건넨 한 권의 그림책이 아이의 마음을 두드리고, 거기서 또 다른 이야기가 피어난다. 수업이란 결국 삶을 다루는 일이며, 이 책은 그 여정에 함께 서 있는 든든한 동반자다.
*출판사 제공 도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