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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ㅣ A Year of Quotes 시리즈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로라 대소 월스 엮음, 부희령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3월
평점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고전의 구절을 하루하루 곱씹으며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자연과 고요를 사랑했던 한 철학자가 매일의 일상 속에서 건져낸 문장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한 위로와 자극을 건넨다. 손바닥만 한 페이지, 몇 줄로 끝나는 글이지만, 그 안엔 삶을 오래 응시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무게가 담겨 있다.
소로의 문장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담백한 언어 속에는 욕망과 소유, 자연과 침묵, 자립과 관계에 대한 치열한 사유가 숨어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 마음속 어떤 결도 함께 흔들린다. 하루 한 문장, 잠시 멈추어 생각할 여유를 갖는다면—그 자체로 이미 충만한 독서다.
책상 위, 침대 머리맡, 가방 속 어디에 두어도 좋다. 이 책은 언제든 펼쳐도 뒤늦은 시간이 없는 책이니까. 하루가 바쁘고 마음이 복잡한 날일수록, 소로의 문장은 우리 안에 가라앉아 있는 삶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때론 묻고, 때론 침묵하는 그 언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우리는 읽으며 천천히 알아간다.
"배운 것을 모두 잊어야 우리는 비로소 알기 시작한다. 학식 있는 사람에게 자연의 사물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고 전제하는 한, 머리카락 한 올 만큼도 그 사물과 가까워지지 못한다. 무엇인가를 완전히 이해해서 알려면, 전혀 낯선 것이라 여기면서 수천 번은 다가가야 한다. 양치류에 대해 잘 알려면 식물학은 잊어야 한 다. 당연하게 여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1859년 10월 4일의 일기"
p.316
배움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이다. 소로는 말한다. 진짜 앎은 누군가의 설명을 듣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고. 오히려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알기 시작한다’. 그의 문장은 지식의 권위나 학문적 관점 너머에 있는, 경험적이고 감각적인 깨달음을 향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요즘의 ‘빠른 배움’에 익숙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요약본, 해설 영상, 짧은 리뷰 속에서 앎을 소비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소로는 배움을 ‘낯설게 바라보고 수천 번 다가가는 것’이라 말한다.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까워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된다. 이 문장은 읽는 이를 겸손하게 만들고, 동시에 삶의 모든 배움 앞에서 성실하게 머무르게 한다.
*출판사제공도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