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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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는 방송작가 23년 차 김현정이 매일 마주한 글쓰기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이다. MBC, JTBC, KBS를 넘나든 굵직한 이력 뒤엔 마감 앞에서 매번 다시 쓰고, 다시 버티는 작가의 진짜 얼굴이 있다. 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써내며 체화되는 것이고,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완성해가는 작업임을 그는 몸으로 증명해왔다.


이 책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글에 무릎 꿇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해온 한 사람의 고백이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용한 격려다. 매일 써야 글이 내 것이 되고, 그렇게 쌓인 문장이 결국 삶을 밀어낸다는 걸, 작가는 자신만의 문장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한 줄은 있다. 하루이틀, 혹은 몇 주는 재능과 순발력으로 이어갈 수도 있지만, 매일 써낸다는 것은 재능과는 다른 문제다. 신은 공평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공평하게 나눠주었다. 매일 홈런이었을까? 그럴 리가. 열 번에 한 번 뿌듯하면 다행이다. 어찌어찌 때워냈지만, 사람들이 방송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날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실수로 혼쭐이 난 뒤 훌쩍거리는 날은 더 많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지긋지긋한 글 감옥에서 도망가지 않았다."(p.69)


매일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고독하고도 치열한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보여준다. 날마다 홈런을 칠 순 없지만, 그럼에도 글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는 고백은 어떤 대단한 문장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포기하지 않을 용기로 ‘글 감옥’에 남아 있었던 시간들. 그것이야말로 진짜 작가의 자격이다. 몸으로 써낸 하루하루는 결국 문장이 되고, 문장은 다시 누군가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저자의 진심 어린 고백이 부럽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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