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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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글은 영화 대본 같다. 주위의 모든 사물, 상황과 내면의 심리를 자세하게 서술해 내가 실제 그 상황을 엿보는 기분까지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복선처럼 보이지 않던 사물이나 대사까지도 후에 연결되며 느껴지는 쾌감이 있게 한다. 작가가 얼마나 공들여 조사하고 글을 썼는지 한 자 한 자 모두 느껴진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실제 살인범인 최현수가 주인공 시점에서 더 악인인 오영제의 모습에 가려 비련한 모습으로 보인다거나 후반부에 다시 나타나 최서원에 접근한 오영제를 잡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억지스러운 영화적인 장면으로 비춰진 게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모두 읽었을 때 아직도 내가 어두운 안개로 가득한 세령호의 일부에 잠수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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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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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나 이 소설의 훌륭한 점은 그 어느 쪽도 대변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고민하게 한다는 것에 있다. 


살인자와 교도관을 통해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 교정과 응보로써의 기능을 지니는 교도소 생활의 모습과 그에 따른 한계, 그리고 일본의 사법제도가 가진 모순까지.

이러한 쟁점들을 표면적으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살인을 저질러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인물(독자들도 공감할 만한 사유로), 살인 피해자의 아버지로써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무조건 동정 만은 받을 수 없는 위치의 인물, 사형 당해 마땅하지만 사형제 앞에서 나약해지는 사형수의 모습, 사형 누명을 쓴 사법 제도의 피해자, 그리고 교도관으로써 사형 집행에 죄책감을 가지고 결국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인물에 아우르며 다각도에서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의심하고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실제 사법제도 또한 한 사람의 재판을 단칼에 결정하기에는 많은 모순과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그에 따른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과 범죄자의 인권을 챙겨주다 피해자의 인권을 소홀히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사법제도의 이상과 한계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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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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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 스스로도 만만찮은 회피형 성격이라고 여겨왔는데 요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가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질까 지나치게 익살스럽게 행동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하지 않아 일이 흘러가는 것에 몸을 맡겨 결국 스스로를 더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갖추게 만들고...


요조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너무 많은 고찰을 하였다. 나 역시도 한때 그런 고민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고 괴로웠던 적도 있었지만 스스로도 누군가에게는 상처주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나름 극복? 하였다. 하지만 요조는 나보다 더 철저히 그 생각에서 괴로워했던 것 같다. 결국은 자신의 생각으로는 바꿀 수 없는 상황에 괴로워 그 상황마저도 회피하고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자 자살한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인간으로써 요조처럼 끊임없이 이 세상에 대한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 순간을 모면하면서 살아가다 결국 스스로를 망친 요조는 인간으로써 실격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스스로는 순수한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공포를 겪으며 괴로워했던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때문에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이 받은 상처와 피해는 더 큰 것 같다.


후반에 실려있는 [직소] 에서 가롯 유다가 요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의 행실에 스스로 고민하고 고뇌하며 내면으로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그를 밀고해 피해를 끼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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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 쿡 저장, 박민 옮김 / 열림원 /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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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그만큼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은 애초에 살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고 그럴 의도도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었다. 화석 연료의 사용 역시 다양한 면에서 엄청난 과학의 진보를 가져왔지만 그 결과 지구 환경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쳐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존재가 VJ였다. 비록 꽤 오래전에 쓰인 소설책이지만 VJ가 현실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앞으로 VJ와 같은 존재가 생기지 않도록 현재 연구를 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한 부분만을 고려하는 것을 넘어 예상되는 부정적인 결과 모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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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어떻게 삶의 주인이 될 것인가 너머학교 고전교실 9
권용선 지음, 김고은 그림, 루쉰 원작 / 너머학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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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는 누구일까?

아Q는 대단한 정신승리법을 가지고 있다. 루쉰은 정신승리법이 잠깐의 위안을 줄 수 있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데 기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의 능력은 과소평가하고 흠을 꼬집는 남에게 엄격한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물론 그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당시 아Q의 신분으로는 현실을 자각하고 노력한다는 것으로 쉽게 현실을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바꾸려는 태도가 모여 큰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가짐의 시작이 중요하긴 하지만 내게는 아Q가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위안을 삼는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가 자기 자신과 닮은 꼴인 소D에게 유난히 더 화가 나는 모습에 특히 공감하면서 보았다. 마치 내가 저질렀던 실수를 여동생이 하고 있을 때 더 화가 났던 모습이랄까.


아Q는 또한 전형적인 강약약걍의 노예근성을 가진 자였다. 노예근성을 지닌 사람이 패거리를 이루면 자신의 문제를 깨닫기 더욱 힘들어진다. 난 스스로 강강약약의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수록 현실과 타협해 어쩔 수 없이 강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나의 모습을 보곤 한다. 루쉰이 일본 의대생 유학시절 러시아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총살당하는 동족을 멍하니 구경하는 환등기 속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마음을 고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처럼 나 역시 강자에게 대응하기 위해 큰 결심을 할 마음가짐이 있을까?  일제시대였다고 가정해보면 이완용처럼 대놓고 친일을 할 마음은 없지만 무서워서 조용히 순응하며 살 것 같다. 나 역시 아Q인 것이다. 


혁명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혁명이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도 자본가나 권력가를 대변하는 후보를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 지지하는 경우가 다수 있고 반대로 노동자나 농민, 혹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을 '빨갱이'라고 일컫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우리는 우리의 이해관계를 지배하는 권력과 일치시킬까. 우리는 권위있는 사람들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결국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쉽게 권위를 믿어버리는 것이다 루쉰이 기대했던 신해혁명이 실패한 이유도 '혁명'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민중들의 무기력감과 이익을 챙기기에 바빴던 기득권 세력의 막강함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역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더 나은 삶으로 바꾸고 싶다면 지금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아Q는 아니었는지 돌아보고 깨닫는 것이 삶을 바꾸기 위한 '혁명'의 시작일 것이다. 곧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돌아오고 최근에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만큼 내 안의 아Q를 파악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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