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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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날을 맞아 다시 꺼내본 시집. 아무리 세대가 지나도 누구에게나 위로가 될 것이다. 마음의 평안이 필요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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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5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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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의 추천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미술관 경비원의 에세이라 생각하고 읽어나갔다. 다 읽고 나니 패트릭 브링리와 함께 애도기간을 겪어낸 느낌이었다. 그는 형을 읽고 무기력함 속에서 메트로폴리탄 경비원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형을 잃기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작품과 세상을 감상하였으며, 가족을 이루고서부터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었다. 슬픔이 과장되게 표현되어있진 않았지만 그의 상실이 가깝게 느껴졌고 그가 경비원을 그만두고 여행가이드를 지원하였을 때는 진심으로 응원하였다. 앞으로도 그가 겪어나갈 삶을 응원한다.


책을 읽으며 그와 함께 작품들을 감상해나가니 나도 직접 메트로폴리탄을 방문하고 싶어졌다.

그 그림의 아름다움은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물감과도 같이 과묵하고 직접적이며 물질적이어서 생각으로 번역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 P36

그런데 이제 내가 할 일은 오직 고개를 들고 있는 것뿐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 P39

포착된 그 모든 순간과 수많은 기억은 낡은 사진처럼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릴 듯 위태롭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더한 총합은 그보다 훨씬 큰 것, 바로 톰에 관한 기억을 만들어내서 눈을 감으면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된다. 그 기억은 티션의 초상화와 매우 비슷하다. 밝고,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고, 퇴색하지 않는 이미지 말이다. - P53

거리는.. 중략..누군가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세상이 멈추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로 넘쳐났다. - P70

이런 테마의 장면을 ‘경배‘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 아름다운 단어를 마음에 품었다. ..중략..뒤이어 강렬하고 명백하지만 일상생활의 소란 속에서는 약하게만 느껴지는 무엇인가가 우리 안으로 침투한다. 경배하는 대상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다. 맥락을 더하는 것은 이 수수께끼 같지 않은 수수께끼의 명백한 의미를 흐릴 뿐이다. - P72

니콜로 디 피에트로 제라니의 통곡 혹은 피에타.그 그림이 어머니 안의 사랑을 일깨워 위안과 고통 둘 다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다. - P73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 P75

말로 형용하기에는 너무나 미묘하고 너무 순수하게 시각적인 것들이다. 이런 순간에 얼마나 많은 감각적 경험이 언어의 틈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지 깨닫는다. - P117

하루가 끝난 후 86번가에서 지하철을 탄 나는 우물처럼 샘솟는 연민의 마음으로 동승자들을 둘러본다. 평범한 날이면 낯선 사람들을 힐끗 보며 그들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사실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들이 나만큼이나 실존적이고 승리하고 또 고통받았으며, 나처럼 힘들고 풍요롭고 짧은 삶에 몰두한다는 사실을. - P159

이 정보를 조셉에게 전한 나는 아메리카 전시관에 관해 너무 뻔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곳에 전시된 아름다운 물건들은 특정 버전의 미국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지키는 미국인 경비원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상징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말이다. - P183

"정말 괜찮아요, 살아 있고, 가족이 있고, 양심을 잃지 않았으니까." ..중략.. 이야기를 마친 조셉은 일과를 끝내고 그레이트 홀에 모인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이 푸른색 근무복 아래에는 정말 갖가지 사연이 있을 거에요." - P185

소위 비숙련직의 큰 장점은 엄청나게 다양한 기술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종은 비슷한 교육을 받고 관심도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료가 어느 정도 비슷한 재능과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다. 경비원 세계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 - P189

"있잖아 정말 나쁘지 않은 직업이야. 발은 좀 아프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 데도 아프지 않잖아." - P193

비탄은 다른 무엇보다 그 리듬을 상실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잃고 나면 삶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한동안 그 구멍 안에 몸을 움츠리고 들어가 있게 된다. 여기서 일하면서 나는 메트라는 웅장한 대성당과 내 구멍을 하나로 융합시켜 일상의 리듬과는 거리가 먼 곳에 머물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일상의 리듬은 다시 찾아왔고 그것은 꽤 유혹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가 영원히 숨을 죽이고 외롭게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생겨나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지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내가 삶에서 마주할 커다란 도전은 대부분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 P197

‘종교 religion‘는 ‘ligio‘라는 어근에서 비롯되었다. 기본형일 때 ligio는 연결 혹은 어떠한 공동체가 인식하는 근본적 진실에 다시 집중하고 교감함을 뜻한다. 나는 특정한 종교적 전통을 섬기지는 않지만 종종 어딘가에 소속되어 사소한 걱정 대신 더 근본적인 것과 교감할 필요를 으낀다. 독실한 숭배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찬미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미흐라브를 응시한다. - P220

나일강을 따라 수천 마일에 걸쳐 펼쳐진 땅에 존재했던 무한히 복잡했을 수천 년의 역사를 나는 고작 ‘이집트‘같은 작은 단어로 일컫는다. ..중략.. 더 많이 탐구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테고, 그럴수록 내가 본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은 서로 섞이기를 거부하는 세밀한 부분으로 가득한 것이리라. - P223

그렇다면 나는 왜 내게 영혼을 준 것에 대해 하늘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바로 그 영혼을 고통스럽게 하는 슬픔의 원천을 하늘이 내 안에 만들었는데도. - P224

우리 네 사람의 삶이 정확히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확인을 없다. 지금 바로 이 모습, 이것이 삶이라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음에도.
밤이 깊어가고 취기가 오르면서 우리는 덜 어리석고, 더 진지해지며, 덜 조심스럽고, 더 연약해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우리끼리는 훌륭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략..프라이버시라고는 없는 이 왁자지껄한 바에서 우리는 진짜 인생을 논하고 있다. - P237

달리 말하면 나는 이제 베테랑이 됐고 이 일이 익숙하고 편안해졌다. 나에게 맞는 리듬에 따라 움직이며 그것을 유지하는 데는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날에 내가 맡은 일은 그저...여느 직장의 일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이 상태가 나를 그리움과 후회로 가득 채운다. - P257

이상하게도 나는 내 격렬한 애도의 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삶의 중심에 구멍을 냈던 상실감보다 그 구멍을 메운 잡다한 걱정거리를 더 많이 생각한다. - P262

자연은 단순함보다 대담하고 강한 것을 선호한다. 그런 것들은 아름답긴 하지만 항상 예술적이거나 명료하지는 않다. - P266

매트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첫 몇 달을 돌이켜 보면 내가 한 때 날이면 날마다 말없이 뭔가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를 그토록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마 그것은 커다란 슬픔이 지닌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날마다 수많은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 요즘 같아서는 그렇게 뭔가에 집중해서 사는 삶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이제는 더 이상 처음 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떄처럼 단순한 목표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살아나가야 할 삶이 있다. - P275

자기 자신이 무언가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궁리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보는 데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평생 처음으로 나도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엄청나게 무질서하고 즉흥적인 과정을 밟으면서 두 명의 작은 인간과 그들이 살아갔으면 하는 작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코 완벽하지도,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겠지만 말이다. - P281

프사 안젤리코 <깁자겡 못박힌 예수>
‘끔찍한 순교‘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창문을 열고, 별생각 없이 그 옆을 걸어간다.‘ 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가운데 부분이 혼란스러운 일상생활을 제대로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 P326

메트에 오는 관람객들에게 해줄 조언 중.
당신은 지금 세상의 축소판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중략..
먼저 그 광대함 속에서 길을 잃어보십시오.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찮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 - P328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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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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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감 있고 예상치 못한 반전에 반전이 있다. 흔히 습하면 불쾌지수가 올라가듯 제목 습기처럼 내용은 전반적으로 불쾌했다. 다만, 의미심장하게 이야기가 시작하는 것에 비해 떡밥 회수가 약하게 느껴젺고, 인물의 행동과 정서 중 공감이 안되는 부분도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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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출구
가와무라 겐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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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단 하나의 이상 현상도 놓치지 말 것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즉시 되돌아갈 것

이상 현상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것

8번 출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갈 것


내가 이해한 바로는 외면하지 말고 직면하는 삶의 태도를 갖기를 바라는 안내문이다.

실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손쉽게 알 수 있게 된 남들의 고통에도, 1인으로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지며 회피하기 쉬워진 나의 모습도... 8번 출구로 나가기 위해선 더 이상 이상 현상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출퇴근을 하며 지나친 수많은 불의와 그동안 마주하지 않고 회피한 갈등에 나는 아직도 0번 출구의 굴레 속에 갇혀 있다. 

여기는 출구 없는 현실일까, 아니면 미래로 향하는 입구일까.
중략
"단 하나의 이상 현상도 놓치지 말 것."
그렇게 중얼거린 후, 못 본 척해 왔던 나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는 터져 나온 기침을 내뱉고서 깊이 숨을 들이켠다.
"8번 출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갈 것."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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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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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공포소설 추천 리스트에 항상 거론될만하다. 앞으로 이 책만 떠올리면 퀘퀘한 냄새가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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