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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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방향에 다시 고민이 생길 시점, 독서모임으로 이 책을 접했다.

책을 다 읽고나서 결국 해답을 얻진 못했지만 오히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위안을 받았다. 


책의 주인공으로 비교해보자면 나는 래리로 태어난 것 같다. 하지만 이사벨로 키워졌다. 

그동안 내가 추구하는 모습과 이루어야 할 모습의 괴리 속에서 괴로웠던 것 같다. 

래리와 이사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갖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별나다는 시선을 받은 적도 있었고 스스로 오만하다고 여기며 혼란스러워한 적도 있었다. (pg 88)

하지만 불행하게 자란 적은 없었다. 오히려 부족한 것이 없었고 풍족했었다. 

그럼에도 몇 년 전 엄마에게 엄마의 양육방식이 그디지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엄마는 딸의 미래를 위해 교육에 열정이셨고 엄마 최선의 양육 방식이었기 때문에 내 고백에 매우 서운해 하셨다. 비록 나는 그 교육 덕에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이 되었지만 엄마와 내가 서로 옳다고 생각한 방향이 안타깝게도 맞지 않았던 것 같다. (pg 133) 

한동안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도전해보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 대상 없는 원망이 가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후회 없고 싶어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벌써 즐거워졌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미래가 기대될 정도랄까. (pg 133, 363)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은 누군가는 의미 없다고 여길 수도 있고, 나이가 중요한 한국 사회 특성상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면도날의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그것이 결국 본인들이 원했던 삶의 방향의 모습이었듯,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간다면 내 인생도 일종의 성공담으로 마무리될 수 있지 않을까. (pg 540)


""말로 표현하기가 참 힘들어. 표현하려고 하면 혼란스럽기만 하고. 어떤 땐 이런 생각이 들어. ‘이런 것 저런 것을 고민하는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내가 거만하고 몹쓸 인간이라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나도 남들 가는 길을 가면서, 그럭저럭 세상사에 순응하면서 사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말이야." - P88

"때로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면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게 되나 봐." - P133

"난 단지 자기 확신이 얼마나 강력한 열정이 될 수 있는지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 확신의 대상은 중요하지 않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 - P363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요. 그러니 무언가에게 영원한 존속을 요구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겠죠. 하지만 그것이 존재할 때 그 안에서 기쁨을 취하지 않는 것은 훨씬 더 어리석은 거에요. - P481

바로 내 의도와는 달리, 이 글이 일종의 성공담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등장시킨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 원하는 바를 얻지 않았는가? - P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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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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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라는 한계로 겪는 좌절과 불행이라 여겨지는 순간들을 냉소와 다정함으로 버텨내며 결국 자기만의 단단한 '축제'를 만들어가는 저자의 태도가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극복‘이라는 말처럼 오만한 단어가 있을까? 장애를 극복하고, 가난을 극복하고, 불합리한 사회를 극복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영원히 내 장애를 극복하지 못할 거라고. 나는 단지 자주 내 장애를 잊고 산다. 잊어야지만 살수가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 P38

장애는 이런 것이다.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등짝을 걷어차버린다. - P39

글에 남기지 않았지만 더 많은 거절과 더 많은 모욕과 조롱이 우리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행복은 바라는 대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 같은 것이라는 걸 나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P52

외조부가 없는 고향은 낯선 언어로 듣는 익숙한 노래처럼 어색하고 괴기스러웠다. 외조부가 지키지 않는 고향은 더는 본향이라 할 수 없었다. 순간 깨달았다. 인간의 귀소본능이란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리움이라는 것을. - P60

진정한 복수는 모욕을 주는 것도 용서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를 동정하는 것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 P77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방식은 내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함께 아파하는 것이었다. - P100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처지가 비관스러워지자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다. 엄마도 그중 하나였다. - P105

가을밤이면 나는 그날 밤을 떠올린다. 창으로 쏟아져드는 가을바람의 냄새를, 엄마와의 늦은 밤 드라이브를. 그것은 오래된 영화처럼 멈춰선 시간의 그리움이다. - P115

부모가 평생 자식을 책임져야 한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나는 엄마한테 미안해서 울었다. - P131

어느 날 수미씨가 내게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불행을 잊고 있을 때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수미씨는 장애가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눈이 먼 게 불행한 게 아니라 이 상태로 영원히 살아가야 한다는 게 진짜 불행이라고 말했다.
곧 바이러스는 진정될 것이다. 세상은 예전의 일상으로차츰 복귀해나갈 거다. 내 기준으로 펜데믹은 진짜 불행이 아니다. 그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층에서 결국 싸움이 났다. 참다못한 아래층 사람이 뛰어올라온 모양이었다. 겨우 몇 달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답답해 미치겠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평생을 그리 살기도 한다고. 방구석에서 자유를 상상하며 자기위로 안에 빠져 평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고. - P159

10분 거리를 3시간에 걸쳐 가야 하는 것, 그것이 앞 못 보는 장애인의 삶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야말로 불행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빠른 길이다. - P185

나는 내가 겪은 고통을, 희생을, 인내를, 모두가 겪길 바라는 졸렬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 P193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릴 때, 나는 장애를 가장 실감한다. - P201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탱고 수업은 내게 첫 도전의 시작이었고 내 가슴에 열정을 심어주었다. - P203

"장애아를 낳으면 죄인이 돼어야 하나요? 그게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사실인가요? 그럼 저는요, 저는 죄의 근원인가요?" - P207

친구들은 원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할 것이다. 흥분과 기대, 아쉬움이 교차하는 현장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새 학기에 나는 장애인학교로 입학하기로 결정되었다. 어제까지 같은 방향을 보고 달렸던 친구들 틈에서 나만 빠져나와 이제까지 상상해본 적 없는 길을 홀로 걸어가야 했다. 소외감과 외로움이 옷깃 안을 파고들어왔다. 뼛속까지 시리게 추웠다. - P229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다. 비극을 양분으로 가장 단단한 뿌리를 뻗고, 비바람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줄기를 하늘로 향해야지.그리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송이가 되어 기뻐하는 이의 품에, 슬퍼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함께 흔들려야지.
그 혹은 그녀가 내 향기를 맡고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내 비극의 끝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남을 것이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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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리커버, 양장)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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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쉽게 읽히는 단편 속에 생각할 사회 문제가 잘 담겨 있었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던 주인공. 그러나 결국 그 문제가 인정이 되고 내면의 죄책감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

도의적으로 문제에 가까운 행동을 한 감독을 좋아하다 감독이 스스로 그 사건을 시인하고 마음이 불편해진 주인공의 허무가 그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학대에 가깝게 맹수의 모습을 잃어버린 호랑이를 신혼여행의 체험 일부로 소비하며 겪는 불편한 모럴까지.


스무드


한국계 미국인 3세 듀이가 광화문 태극기 집회의 노인들(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지지 않는) 속에서 난생처음 강렬한 환대와 소속감을 느끼는 모습이 매우 아이러니하다. 오히려 매끄럽게 가공된 작품 스무드 같은 아파트에서 그는 불편함을 느낀다. 역사적 맥락이 소거된 채로 가공된 이미지로만 서로를 소비하려는 현대사회를 빗대는 듯 하였다. 


혼모노

젊은 시절 누렸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옆집 신애기를 질투하던 신력이 떠나간 박수무당. 진짜를 증명해야하는 사회적 시선에 갇혀있다 결국 놓여나 가벼워지는 이야기. (하지만 난 그 집착이 결국 광기가 된 것처럼 보였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이 떠오르던 이야기. 악이 권력이 된 사회 속에서, 그것에 편승하지 않기란 더 어려운 것이 아닐까.


우호적 감정

타인과 맺는 관계의 취약함을 보여주는 이야기.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행동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잉태기

가족의 아이에 대한 일그러진 욕망도 사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자식의 성공을 위해 교육에 목을 매고 사회적으로 성공이라 일컬어지는 가치에만 매달리는 부모들...분명 자식을 가장 사랑하는 건 그들일텐데. 사랑이지만 잘못된 사랑이다.


메탈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과 우정이 현실의 무게 앞에 퇴색해 가며, 결국 우리는 꿈의 일부를 포기하는 어른이 되어간다. 하지만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관계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그 시절의 추억을 버팀목 삼아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결국 인생아닐까.

그런데 왜 생각할수록 더 ...... 허무해질까. ...중략... 왜 지독히 헛헛한가. - P58

떨쳐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중략... 이미 일어난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없으니까. - P65

구 안쪽에 뭔가 숨겨진 것 같기도 해요. - P71

아버지는 내게 한국 얘기를 한번도 해준 적이 없어요. 나는 아버지에 대해서도 잘 몰라요. 그래서 아버지와 나 사이에 갈등이 없는 거겠죠. 서로를 전혀 모르니까요. 알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 P104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복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가 가짜가 된 듯. - P153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P201

직원들이 진을 화두로 삼을 때마다 나는 말을 아꼈다. 사람을 판단하기에 넉달은 짧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진이 안쓰러워서였다. - P206

알렉스,너무 애쓰지 마요. 애쓰면 더 멀어져. - P240

의지할 것이라곤 희미한 전조등과 친구들의 웃음뿐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달리면 우림은 더 나아질 것도 망할 것도 없는 현실에 가능성이 부여되는 것만 같았다. 녹슬지도 썩지도 않는 꿈을 영원히 꿀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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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우리는 가족이었을까?
프란츠 카프카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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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과 노동이라는 효용가치로 인간의 존엄이 저울질되는 비참한 실존... 바퀴벌레가 되어 외면 받는 그레고르의 비극은, 오늘날 장애인과 은둔형 외톨이 등 소외계층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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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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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날을 맞아 다시 꺼내본 시집. 아무리 세대가 지나도 누구에게나 위로가 될 것이다. 마음의 평안이 필요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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