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가위 안전가옥 쇼-트 10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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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책이었다.

출퇴근하면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가벼움 속에 대두되는 사회적 문제들이 들어가 있어 내용적으로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아서 더 즐겁게 읽었다.


1호선에서 지하철 빌런을 만났습니다


k장녀로써 k장녀가 가진 부담과 무게감을 알고 있다. (누구도 그러라고 하지 않았지만 단순히 출생 순서로 비슷한 마음이 생긴다니 신기하다.)

판타지를 빌려서라도 담아두었던 마음속 말을 꺼낼 수 있다면....


이야기가 고조되려다 끊긴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다.


아주 작은 날갯짓을 너에게 줄게


'악의는 없어. 너희가 그랬잖아. 나쁜 의도는 없는데 뭐 어쩌냐고.'-pg65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하는 변명, 나쁜 의도는 없었어.

비록 날개의 힘은 복수를 위해 쓰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하지만 사회가 대신 처벌해주지 못하고 그들도 반성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나도 악의는 없어. 내가 가진 날개를 퍼덕일뿐.


날개 가진 초능력자라는 소재에 비해 조금 아쉬운 스토리였다.


아홉수 가위


귀신이 이렇게 따뜻하다니. 

할머니가 베푼 친절이 귀신을 통해 다시 손녀에게로 온 이야기.

역시 내가 믿는 신념이 맞는 거 같다. 친절은 결국 친절을 낳지. 


뭔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은 데 귀신, 폐가, 우물 같은 단어로 따뜻한 드라마 한 편을 본 기분이었다.


어둑시니 이끄는 밤 (가장 좋았던 단편)


'희재야. 너도 알게 될거야. 너를 해치는 어둠도 있지만 보호해 주는 어둠도 있다는 걸. 그걸 구분할 수 있어야 해. 무서워서 도망만 치면 구분할 수 없게 되어 버려. 어둠과 마주 볼 수 있는 어름이 되어야 해.'

'그래. 어둠은 소년을 사랑해.

형은 너를 사랑해.

잊어버리면 안 돼 절대로.'

드라마 시그널의 이제훈이 맡았던 극 중 박해영이 생각나는 단편이었다.

형을 잃은 공허함과 형의 사랑이 느껴지는.

살인자의 변명도 뻔하지 않고 반전과 서늘함이 느껴져 긴장감 있게 읽었다. 


‘만약‘이란 단어에는 과거에 포기했던 것의 가치를 고평가하게 만드는 습성이 있어서, 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도 엄마의 옆에서 어른이 되는 것보다는 나았으리라 하는 결론에 이르곤 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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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어린 왕자 (무선) - 19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미정 옮김 / 더스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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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와 같은 순수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나 이상한 것 투성이일까!

세상에는 명령하고 잘난체하고 중독자에 일만 몰두하며 규율에 얽매이고 남의 공을 가로채는 어른들 투성이다.


엄마가 자기 전 머리맡에서 읽어주시던 동화책 만으로도 하루가 충만했던 그 때.

지금은 뭐가 그리 중요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것에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를 알아가는(길들이는) 것조차 버겁고 귀찮게 느껴져버린 지금. 

이미 길들여진 관계는 얼마나 더 소중한지.

길들임은 사랑으로 확장되는 것일 것이다.

사랑은 비단 가족과 연인에 국한되자 않고 인류애 등 모든 형태의 사랑을 포함하는 것이겠지. 

모든 사람들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았던 순수함을 되찾았으면..!


오랜만에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리운 것을 보니 나도 어른이 되긴 했나보다. 이 책에서 어린왕자의 자살로 묘사되는 어린왕자와의 이별은 결국 어른들 깊숙이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지나가 버린 어린시절의 내가 아닐까. 어른이 되어야만 보이는 어린왕자, 아이러니하다. 

"꽃들이 가시를 만들어온 지 수백만 년이 되었어. 양들이 꽃을 먹은 것도 수백만 년이 되었고. 아무 소용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내려고 꽃들이 그렇게나 고생하는데,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하려고 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양과 꽃의 전쟁이 중요하지 않아? 얼굴이 빵간 뚱보 아저씨의 덧셈보다 더 중대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야? 우리 별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하나뿐인 꽃이 있어. 어느 아침, 작은 양 한 마리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르고 단번에 그 꽃을 먹어버려도 그게 중요한 않다는 말이야?"
"만일 누군가 수백만 개의 별 가운데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한다고 해봐. 그는 별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이렇게 생각하겠지. ‘내 꽃이 저기 어딘가 있어.‘ 양이 꽃을 먹어버리면 그는 모든 별들이 일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느낌을 받겠지.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야?"
어린 왕자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계속 말했다. - P43

"사람들은 어디 있어?" 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사막은 좀 외로워......"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워." 뱀이 대답했다. - P93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를 가져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그냥 평범한 장미였구나. 그냥 평범한 장미와 내 무릎만큼 오는 화산 세 개, 그 중 하나는 아마 영원히 활동을 못하는 휴화산이고, 그런 걸로는 훌륭한 왕자가 될 수 없어."
풀숲에 누운 채로 어란 왕자는 잠시 울었다. - P101

"내 삶은 너무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아.닭은 전부 똑같이 생겼고, 사람들도 그래. 지루하단 말이지. 그런데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삶은 햇살을 받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나는 네 발소리가 다른 사람의 발소리와 다른 걸 알아차리겠지. 다른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면 땅굴 속으로 숨을 거야. 하지만 네 발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나를 땅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밀이 전혀 필요하지 않지. 그러니 밀밭을 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슬프게도 말이야. 그런데 네 머리칼이 황금빛이잖아. 네가 날 길들인다면 두근거리는 일이 생길 거야. 이제 황금빛 밀밭을 볼때마다 네가 떠오를 테니까!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거고......" - P106

"너희는 아름답지만 텅 비어있어."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너희를 위해 생명을 바칠 사람이 없으니까. 물론 지나가는 행인에겐 내 장미가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그렇지만 나에겐 내 장미 한 송이가 너희 전부보다 훨씬 소중해. 왜냐하면 내가 매일같이 물을 주었거든. 유리덮개를 씌워주고 바람막이로 지켜주고, 그 꽃을 위해서 송충이들을 잡아주었거든. 불평을 들어주고 허영을 부려도 참아주고, 가끔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걸 참아준 것도 그 꽃을 위해서였어. 왜냐햐면 내 장미니까." - P111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봐야 보인단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되뇌었다.
"네 장미가 중요한 존재가 된 건,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내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어린 왕자는 다시 되뇌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잃어버렸지만." 여우가 말했다. "그래도 너는 잊지마. 내가 길들인 대상에 대해 넌 영원이 책임져야 한다는 걸. 넌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 - P111

"자기가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해서 바꾸는 건가요?"
"사람은 자신이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하는 법이란다." - P114

"그래.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걸 아름답게 만드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 P119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허겁지겁 급행열차에 올라타. 정작 자기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냥 물안에 떨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럴 필요 없는데." - P121

"아저씨 별에서 사람들은 하나의 정원에 장미 5천 송이를 갖고 있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이 뭘 원하는지 결코 찾지 못해......"
"찾지 못하지." 나는 대답했다.
"한 송이 장미나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정말 그래." 나는 대답했다.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눈으로는 볼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만 해." - P122

"사람들은 누구나 별을 보지만, 별이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는 아니야. 여행자에게 별은 안내자야. 다른 누군가에게 별은 그저 작은 빛에 지나지 않고, 학자들에게 별은 풀어야 할 숙제야. 내가 만난 사업가 아저씨에게 별은 금이겠지. 별들은 아무 말도 않는데 말이야. 아저씨는, 아저씨 혼자만, 아무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야." - P132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내가 그랬듯이, 어딘가에서 낯선 양 한 마리가 장이 한 송이를 먹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주가 완전히 달라진다니 말이다.
하늘을 바라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양이 꽃을 먹었을까, 아닐까?‘ 대답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어른들은 이 일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걸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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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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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나서 작가님한테 내 생각과 인생을 염탐 당한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작은 신념이라도 고수하고 지켜나가는 사람을 존경하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 불의를 보면 같이 분노하고 옳은 편에 서있으려 하나 비교적 소극적이다. 영아가 은주와의 관계가 불편하기보다 그녀의 말에 동조하기로 한 것처럼. 아픈 사람들의 삶을 동정하고 도움을 주려 하지만 한편으론 나보다 큰 불행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아닐까 여길 만큼 바르게 살려 노력하지만 착하게 살아도 꼭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영아가 받은 실험인 뇌에 글루타메이트 수용을 제한해 통제 능력을 잃으면 책에서 말한 것처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 같은 경우에는 잠시 자유를 느끼고 해방감을 느낄진 몰라도 내가 추구하는 모습의 틀을 벗어나 버린 나의 모습에 다시 괴로워할 것 같다. 사실 이런 마음 자체가 작가님이 보여준 영아가 갇혀있는 굴레일지도. 


 그런 의미에서 책 초반에 골칫거리처럼 보이던 은우가 어쩌면 영아가 도달하고 싶었던 이상적 존재였을 수도 있겠다. 나 자신이 무엇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지 알고 당당히 요구하며 원치 않는 대우를 받았을 때는 바로 들이받을 수 있는 마일로. 

 오렌지 빵칼로 영아에게 늘 좋은 사람이었던 수원의 목을 그은 것은 영아를 그동안 힘들게 했던 '내가 되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기'를 내려놓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P.S. 단순히 분량이 작아 읽기 시작해본 책인데 작가님의 독특한 문체와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 속 철학적 사유에 감탄하며 순식간에 읽었다. 청예 작가님의 다른 책이 궁금해졌다. 


스포일러 주의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버릴 장면과 내용이 없었고 모든 떡밥이 회수되는 것에 희열이 있었다. 특히 수원이 서향의학연구센터로 소개해 준거랑 실제 은우의 아빠라는 것을 넘나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책 마지막에 옥돔해장국 영상 깨알 재미었다 크크

정작 그때도 지금만큼의 스트레스가 있었겠지만, 시간이 추억으로 이름을 바꾸면 제법 찬란한 것으로 포장된다. - P9

더 나은 선택을, 더 많은 고민을 품는 것이 진정한 시민 의식이라고 생각하기에 - P22

"혼자서 입안에 저질 재료를 넣는 희생은 감수해도, 남들에게 도둑질로 비난받는 일은 절대로 감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산다는 거에요. 똑똑한 사람들은 겁이 많거든요."
"그건 그냥 도덕적이라는 뜻 아닌가요?"
"겁이 있어야 도덕을 지키죠." - P22

고맙다는 말만큼 무고한 거짓이 또 있을까. - P25

얕은 안쓰러움 속에는 영약한 흥미가 숨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잘 살피면 안도감도 보였다. 이것이 내가 굳이 과오를 숨기지 않고 무시받길 자처하는 이유였다. 은주는 나의 반성하는 얼굴을 예뻐했다. 저질러 버린 잘못에 변명할 여지조차 구하지 못하여 굴종하는 일. - P28

일차원적인 존재가 되는 일은 나의 안전이 아니라 그녀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었다. 이것이 내가 다면체가 되기를 거부하며 평면적으로 잘못하고 사과하기를 반복하는 이유였다. - P30

삶은 이런식으로 노력을 자주 비껴갔다. 단일 선택지가 선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병렬적으로 쌓이면 악행으로 치닫기 쉬웠다. - P34

사람들은 자신이 품은 우주를 설명하는 일을 좋아했다. - P44

"신은 우리를 버려도, 우리는 우리를 버리지 못하니까요." - P56

타인의 괴로운 삶을 관음하는 건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타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순간을 목도하는 쾌감이 일었다. - P58

고역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삶은 그것들과 완전히 동떨어져 안전하다는 기쁨이, 내 삶은 구질구질한 자들보다 곱절은 더 찬란하다는 안도가, 더러운 것들을 발로 짓뭉갤 때 느껴지는 짜릿함이 폭죽처럼 터졌다. 이따위 인생들에 비하면 수원을 싫어하고, 아이를 싫어하고, 고양이를 싫어한 나의 과오는 과오 축에도 끼지 못하리라. - P59

샤덴 프로이데 (Schadenfreude: 남의 불행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는 새로운 기쁨이었다. 그들의 불행에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으니 일말의 책임 또한 없었다. - P59

살아 있는 불행이 아니었다. - P62

세계를 위한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의 지조는 공공의 것이었다. 반면 내 팔뚝을 스치며 지나가는 저 무수한 개미 떼의 행복은 지극히 사적이었다. 자본주의 사회가 독려하는 능동적 소비의 정점은 저들의 삶 자체였다.
25마트에 들어찬 소비사회의 먼지들을 보라.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소비란 높은 확률로 죄악이 됨에도 저들이야말로 먼 미래의 승자고, 나보다 잘살 인간들이었다. 정신적 쾌락이 우월하다는 믿음에 따라 움직인 나의 미래란 수원과 결혼하여 구질구질한 삶은 사는 것이고.
공공을 위하는 만족, 그것이 희생시키는 사적인 행복이야말로 도덕이라는 쾌락이 가진 양면이었다. - P64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보다 일상에 모순을 더하는 일이 쉬웠다. - P67

나는 너를 존중할 수 있다.
단 네가 나를 존중할 때만. - P67

도덕적으로 산다는 건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회피였다. - P74

만약 내가 주변인을 해치고 상처 주는 일마저 감당하게 된다면 나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 모습을 상상했다. 도파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고,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 반드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선명했다.
허망하기도 했다. 그토록 소중히 지켜왔던 ‘통제‘란 내게 무엇이었나. 그것이 내 세계의 종교였다면 자유는 내 세계의 구세주였다. - P84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했지 좋은 사람이 된다고 한 적은 없어요. - P87

"뭐든지 균형이 존재해야만 극단으로도 치달아 볼 수도 있지요." - P87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전시하여 어느 쪽으로도 인생을 내던지지 않았다. 배덕과 도덕의 중앙에서 줄타기하는 인간은 흔치 않은데, 스스로를 통제하고 동시에 해방을 누린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태를 완성했다. - P87

하얗다면 올곧이 하얗고, 검다면 올곧이 검은 내가 될 수는 없는 걸까. - P92

그래서 대자는 ‘결여태‘이기도 하다.
우리는 결여된 존재로 남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결여를 채우는 게 가끔은 버겁다. 있는 그대로 수용되길 원한다. 비록 내 도덕성이 상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내가 이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지 못해도, 심지어 그 정의에 균열을 만드는 존재라 할지라도. 그냥 살아 있고 싶다.. 있는 그대로.
나는 그런 우리에게 공감을 던지고 싶었다. 공감과는 가장 거리가 먼 말들로. - P98

끝으로, 당신이 조금 덜 도덕적이어도 나는 당신을 좋아할 수 있다. 이해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인간이니까. 그러니 타인을 마주하는 일에 괴로룸이 없기를.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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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홍학의 자리
정해연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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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대로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하는 내용일 뿐 소름 돋는다거나 감탄이 나오는 내용은 아니었다. 평소 범죄 관련 프로를 많이 봐서 인지 내용상 허술한 느낌을 받는 부분도 꽤나 있었다. 그래도 킬링 타임용으로 드라마 한편 보듯이 보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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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개정 3판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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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전, 남동생이 가족의 동의 없이 데려온 고양이 한 마리를 갑작스럽게 키우게 되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와 다른 종이 한 집 안에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 못 올라다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떨어뜨리면 깨질 수 있는 물건의 위치는 알아서 바꿔 놓아야 했고 털은 얼마나 많이 빠지는 지 돌돌이는 필수템이 되었다. 


 오랫동안 그 아이와 같이 살면서 이제 점점 고양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분명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도도하고 개인주의가 강하다 했는데 집에 돌아오면 마중을 나오고 반갑다고 꼬리를 감고 애교가 넘친다. 따뜻한 곳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제 겨울이 오면 길고양이들도 자연스레 눈에 밟힌다. 내가 화난 것 같으면 눈치도 보고 눈물을 흘리면 옆에 조용히 와 위로해준다. 똑똑해 보이면서도 가끔 보이는 멍청한 모습은 가족 모두를 웃게 한다. 


 알고 나니 사랑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편가르기가 넘친다. 상대를 알려는 노력보다는 나와 다르면 무조건 비난부터 한다.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상대의 삶,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주는 크게 달라진다. 


 추가로 나와 다른 인종, 나와 다른 종에 대해 유독 배타적인 분들이 있다. 심하신 분들은 본인의 영역과 이익이 침해 당했다고 생각하면 해를 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고양이들이 내가 사는 곳에 와서 돌아다니는 것이 싫고 울음소리도 싫다며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 분들께 우리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닌 지구에 사는 수많은 종들 중 하나일 뿐이고 여러 인종 및 종들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주민이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실제로 우리 인간이 침해 당했다고 생각하는 상당 부분은 본래 다른 종의 영역이 아니었을까.



cf)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칼럼을 엮은 것이다 보니 동물보다는 교수님의 의견을 담은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은 충분히 와 닿았다.

제게는 소박한 신념이 하나 있습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입니다. - P13

토종이 제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곳에 쉽사리 뿌리내릴 수 있는 외래종은 거의 없다. - P57

외국에 비해 장애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장애인이 적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길에 나서기 너무도 불편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그날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 P65

하지만 진화란 언제나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 P95

이처럼 동물들이 주로 먹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우리가 그들을 구분하는 것이지 그들이 항상 우리의 분류 체계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 P99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더욱 사랑하게 된다. - P208

우리가 도덕적이길 원하면 스스로 얼마나 비도덕적인지를 우선 가늠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를 증오로부터 구원해 사랑의 길로 인도하리라. - P282

우리의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 즉 이른바 도덕성도 진화의 산물이다. 도덕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감정은 스스로에게 유리하게끔 자연선택된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늘 옳고 적은 언제나 그르다. 내가 차를 빨리 몰면 운전 실력이 좋아서지만 남이 빨리 몰면 경솔한 짓이다. - P283

제가 감히 인류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함께 무릎을 꿇게 해 드렸다면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그저 일부라는 엄연한 사실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길 바랍니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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