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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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유명한 소설이고 영화로도 다수 만들어질 만큼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나는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책의 생생한 묘사들이 더 아름답게 다가왔고 개츠비를 보다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개츠비는 과연 위대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사랑을 순수하다며 그런 점에서 개츠비는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서 '위대한'은 사전 그대로의 위대하다는 뜻보다는 다소 반어법적인 표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츠비는 애초에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데이지를 좋아하게 된 것도 아닌 것 같다. 개츠비가 데이지에 빠져들게 된 것은 그가 열망하던 부의 중심에 데이지가 있었고 5년 넘게 꾸준히 그녀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더해 그녀를 사랑한 자신의 모습 역시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데이지라는 목적을 위해 자신을 가꾸어 나가기 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고 자신의 부모가 죽었다고 까지 얘기하며 개츠가 아닌 개츠비를 자신을 감추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습이 '리플리증후군' 환자의 모습을 연상케도 한다. 결국 개츠비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온 자의 좌절과 더불어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했던 사회모습의 최후를 상징처럼 보여주기도 한다고 생각되었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요? 천만에,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어요." -pg172

-> 과거를 바꾸려 했던 개츠비의 미래를 외롭게 바꾸었던 생각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날 오후에도 데이지가 그의 꿈에 미치지 못한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데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환상 때문이었다. 그의 환상은 그녀를 넘어섰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을 가지고 그 환상에 자신을 내던졌고, 그 환상을 끊임없이 키웠고, 자기 앞에 떠도는 화려한 깃털을 모두 모아서 그 환상을 장식했던 것이다. 정열이나 신선함이 아무리 많아도, 한 인간이 그 유령 같은 마음속에 비축할 수 있는 것을 당해낼 수는 없다.' -151

-> 결국 그는 데이지의 사랑보다는 그 넘어 자신의 꿈, 아니 환상을 잡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것으로 보인다.   

~~개츠비가 데이지네 선착장 끝에서 빛나는 초록 불빛을 처음 발견했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을 생각해보았다. 그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이 푸른 잔디밭에 이르렀다. 그의 꿈은 이제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꿈은 이미 그의 등 뒤로 지나갔다는 것을, 그 꿈은 이제 공화국의 어두운 발판이 밤하늘 아래서 굽이치는, 저 도시 너머의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고 있는, 환희에 찬 미래의 존재를 믿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우리한테서 달아났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내일은 우리가 좀 더 빨리 달리고, 좀 더 멀리 팔을 내빧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맑게 갠 아침이......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흐름을 거슬러가는 조각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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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나눈 말들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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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 항상 100% 맞는 것을 아니지만 과학을 전공한 나에게는 문화인류학자가 본인의 사유에 갇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병에 걸린 불안함이 무엇인지 아는 나로써는 미야노 마키코의 편지가 매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으나 이소노 마호의 답신이 그것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둘 다 어느정도 철학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말해야 할 것 같은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달까.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내게는 조금 아쉬운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하게 그렇지만 결국은 필연으로 만난 그들이 열심히 이어나간 선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서 닿아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점점 더 미완결인 것들을 끌어안으며 나아가는 게 바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우연한 병을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또 다른 자신이 되었을 가능성)를 끄집어냅니다.


-'지금과 다를 수 있었다'는 가능성 따위가 아니라 무無속으로 제가 빨려들 것만 같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자신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점임을 인정하기란 괴롭습니다. 아무리 내가 그린 선이 남을 것이라고 해도요.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바랄 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흐르며 사라지는 시간에 대한 초조함이고, 어떻게는 흘러가는 시간을 내 것으로 관리하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우연에 휘말리면서(무력) 그 우연에 대응하는 와중에 자신이란 무엇인지 발견해내고 우연 속을 살아가는 것(초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역학자가 만든 수식에 대입하여 계산한 ‘일어날지도 모를‘확률은 한 개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서 미래의 가능성을 봉쇄해버립니다.

-제가 ‘언제 죽어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이라는 말에서 기만을 느끼는 까닭은 죽음이라는 도착지가 확실하다고 해도 그 도착지만 보고 살아간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인생의 가능성을 놓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미래를 전체적으로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잊게 됩니다.

-그럼에도 의사가 지닌 정보 역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입니다만, 병에 걸리는 건 저 혼자여도 그 영향은 저에게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변화가 다시 저를 혼란스럽게 하지요. 병에 걸린 와중에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그런 변화 속에서 이뤄집니다.

-전문 영역을 신뢰하지 못한 결과 민속 영역에 틀어박힌 환자들은 가족과 대립하며 민간 영역에서도 분단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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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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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AI  벌써 인간 세계에서 핫한 주제이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먼저,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이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세계가 잠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둘째는 최근 기업들이 시도하는 가상인간 광고에서도 어색함을 느끼는 우리가 인간을 닮은 로봇이 현실화 되면 '불쾌한 골짜기 효과'로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그래왔듯이 인간은 인공지능의 개발 속에서 편리함을 느낄 것이고 결국 [작별인사] 속 세상이 우리에게도 도래할 수도 있다. 

 김영하 작가는 앞으로 닥쳐올 그 세상 속에서 우리가 마주할 문제 그리고 도의적 책임을 미리 깊게 고민해 책 속에 녹여낸 듯 했다. 그가 던진 상황 속에서 나 역시 정말 고민했던 부분은 '인간과 가까운 휴머노이드 의식이 갖게 될 인간과 유사한 정신적 고통을 우리는 간과해도 될 것인가'였다.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과 같은 존재를 원해 생겨난 그들을 인격에 가깝게 대우하는 것이 좋은지, 혹은 그렇게 대하는 것 자체가 기계를 더 이상 기계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려웠다. 지금도 기술에 비해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법 때문에 현실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존재한다. 아직 먼 미래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생각보다 빨리 닥쳐올 지 모를 인공지능 세상을 불편하지 않게 마주하기 위해 김영하 작가가 보여준 상황들을 생각해보며 우리도 서서히 준비를 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단지 아쉬었던 점은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느꼈던 작가의 서술방식과는 다르게 뭐랄까... 그동안 작가가 생각해왔던 깊이 있고 좋은 문장들을 어떻게든 다 쓰기 위해 스토리에 우겨 넣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다른 분들의 평을 보면 이건 나만의 개인적인 느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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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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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39 외모 강박에 관한 담론은 성 역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부 남성들은 외모에 대한 걱정으로 고통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초점은 남성이 아니다. 아름다움이 여성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외모 강박은 여성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압도적으로 여성의 문제다.]


 나 역시 여성으로 외모 강박이 있었다. 시기 별로 그 정도와 종류가 달라지긴 했지만 언제나 외모는 내 인생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보다 여성이 미에 집중하도록 혹은 미에 집중해 보이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미용 용품들, 예를 들어 화장품은 오랫동안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고 네일, 헤어 제품도 여성을 겨냥한 제품들이 비교적 많다. 또한 34-24-36과 같은 이상적인 신체 수치를 정해 놓고 마치 그 수치에 도달하는 사람만이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인 것처럼 평가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 역시 외모에 늘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미디어에서는 미남 미녀로 일컬어지는 아이돌의 외모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고등학교 때는 반 남자 아이들의 여자아이들 외모 순위 매기기 놀이로 상처 받는 친구가 한둘이 아니었다. 또한 한창 골반 미인이 붐을 이루면서 스스로 골반이 예쁘다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붙는 바지를 입는 것조차 두려웠었다. 

 이러한 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비율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성은 외모 강박에 시달리지 않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80cm가 되지 않는 남성은 루저 취급을 받기도 했다. 화장품은 여성의 전유물이 된 대신 화장을 하고 싶은 남성은 반대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이처럼 예뻐지라고 강요 당하는 여성과 다르게 남성들은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를 절제 당하는 방향으로 외모에 관해 통제 당하기도 한다. 결국은 어떤 성별이 더 외모 강박에 시달리고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모 강박을 야기하는 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외모 강박은 본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동물 세계에서도 더 나은 암컷 혹은 수컷과 교배하기 위해선 외모는 상당 부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사실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보아도 그 사람이 꼭 외모 강박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본인을 치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인간도 동물의 하나로써 외모는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니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필요 이상으로 외모에 몰두하게 한다. 그 사람의 능력과 성격 그리고 잠재력보다는 외모만으로 그 사람의 많은 것을 평가한다. 이러한 문화는 불필요한 외모 칭찬, 틀에 박힌 이상적인 외모 기준, 인식 하지 않고 침투해오는 미디어 노출 등에 의해 강화된다. 


[pg 104 우리의 생각이 거울 앞에 붙잡혀 있으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아름다움이 아닌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들을 위해 정신적 여유를 다시 확보해야 한다.]

 지금은 알고 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엔 그러지 못했다. 불행히도 나는 학창 시절을 나의 꿈,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알아가기 보단 내가 어떻게 보일 지에 집중하면서 살아왔고 지금에서야 내가 중요시하는 것들에 정신적 여유를 내어주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내가 중요시 여겼던 그리고 여기는 것을 우선적으로 지지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가 하루빨리 도래하길 바란다. 


 나는 아직도 유치원 시절 나와 같이 다니던 친구의 외모만을 칭찬해주었던 어른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항상 결론은 나는 예쁘지 않다고 내리며 자존감을 떨어뜨렸다. 다행히 나는 지금 외모 강박에서 벗어났고 아름다운 나의 내면을 사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외모를 오랫동안 내 삶의 우선순위로 두게 한 그 어른들을 원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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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건너편의 살인자
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이순영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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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사건의뢰의 열렬한 애청자로써 김복준 교수님이 추천사를 달아주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한 때, 학대 당하던 과거 어린 범죄자들을 안쓰러워했던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자기 합리화에 능한 자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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