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g 39 외모 강박에 관한 담론은 성 역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부 남성들은 외모에 대한 걱정으로 고통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초점은 남성이 아니다. 아름다움이 여성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외모 강박은 여성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압도적으로 여성의 문제다.]


 나 역시 여성으로 외모 강박이 있었다. 시기 별로 그 정도와 종류가 달라지긴 했지만 언제나 외모는 내 인생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보다 여성이 미에 집중하도록 혹은 미에 집중해 보이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미용 용품들, 예를 들어 화장품은 오랫동안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고 네일, 헤어 제품도 여성을 겨냥한 제품들이 비교적 많다. 또한 34-24-36과 같은 이상적인 신체 수치를 정해 놓고 마치 그 수치에 도달하는 사람만이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인 것처럼 평가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 역시 외모에 늘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미디어에서는 미남 미녀로 일컬어지는 아이돌의 외모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고등학교 때는 반 남자 아이들의 여자아이들 외모 순위 매기기 놀이로 상처 받는 친구가 한둘이 아니었다. 또한 한창 골반 미인이 붐을 이루면서 스스로 골반이 예쁘다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붙는 바지를 입는 것조차 두려웠었다. 

 이러한 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비율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성은 외모 강박에 시달리지 않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80cm가 되지 않는 남성은 루저 취급을 받기도 했다. 화장품은 여성의 전유물이 된 대신 화장을 하고 싶은 남성은 반대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이처럼 예뻐지라고 강요 당하는 여성과 다르게 남성들은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를 절제 당하는 방향으로 외모에 관해 통제 당하기도 한다. 결국은 어떤 성별이 더 외모 강박에 시달리고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모 강박을 야기하는 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외모 강박은 본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동물 세계에서도 더 나은 암컷 혹은 수컷과 교배하기 위해선 외모는 상당 부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사실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보아도 그 사람이 꼭 외모 강박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본인을 치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인간도 동물의 하나로써 외모는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니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필요 이상으로 외모에 몰두하게 한다. 그 사람의 능력과 성격 그리고 잠재력보다는 외모만으로 그 사람의 많은 것을 평가한다. 이러한 문화는 불필요한 외모 칭찬, 틀에 박힌 이상적인 외모 기준, 인식 하지 않고 침투해오는 미디어 노출 등에 의해 강화된다. 


[pg 104 우리의 생각이 거울 앞에 붙잡혀 있으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아름다움이 아닌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들을 위해 정신적 여유를 다시 확보해야 한다.]

 지금은 알고 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엔 그러지 못했다. 불행히도 나는 학창 시절을 나의 꿈,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알아가기 보단 내가 어떻게 보일 지에 집중하면서 살아왔고 지금에서야 내가 중요시하는 것들에 정신적 여유를 내어주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내가 중요시 여겼던 그리고 여기는 것을 우선적으로 지지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가 하루빨리 도래하길 바란다. 


 나는 아직도 유치원 시절 나와 같이 다니던 친구의 외모만을 칭찬해주었던 어른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항상 결론은 나는 예쁘지 않다고 내리며 자존감을 떨어뜨렸다. 다행히 나는 지금 외모 강박에서 벗어났고 아름다운 나의 내면을 사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외모를 오랫동안 내 삶의 우선순위로 두게 한 그 어른들을 원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