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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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장편소설, 문학동네

★ 시간과 공간,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그것이 혼재되어 있는 세계가 펼쳐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생각해 본 것은 ‘인간다움’이었다.

★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비인간들이 모인 화성이라는 공간. 지구에 살아 본 경험이 있는 라이카, 데이모스, 키나의 입을 통해 그려진 미래 지구의 공간은 인간적인 모습이 사라진 곳이었다. 역설적이게 인간들을 위해 실험 도구로 만들어진 비인간이 모인 화성의 모습이 지극히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 라이카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인간보다 먼저 우주선에 올랐던 떠돌이 개 ‘라이카’의 영혼이 우주를 떠돌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작가님의 상상력에 기인한 것이다. 라이카는 과거 인간들의 비인간성을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실험에 사용하고 있는 것. 하지만 라이카는 인간을 닮은 비인간인 루와 마야, 그리고 인간들에게 버림받은 인간인 키나를 따뜻하게 돌보는 역할을 한다.

★ 인간 중심적 사고로 다른 생명체를 경시하는 태도나 경제적․문화적인 요인들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매겨지는 풍조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어왔으나, 우리는 끊임없이 윤리적인 잣대로 스스로 검열하거나 함께 비판하고 토론하며 올바른 생각들을 지향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타인 혹은 다른 종들에게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들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 이런 현재의 모습들을 생각하며 진짜 우리의 미래는 『화성의 아이』에서 보여주는 지구와 같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한 계급이 나누어져 있고 비윤리적인 모습이 당연한 상황이 되어 버린, 인간들의 미래를 위해 유전자 조작이 횡행하고 생명이 경시되는 그런 세상.

★ 결국 라이카를 우주로 날려버린 과거도, 동물 실험에 대해 토론을 나누는 현재도, 이 책에 나타난 미래도 모습은 다르지만 인간의 폭력성을 담고 있는 똑같은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생각 끝에 ‘남자’라는 인물을 보게 되었다. 여러 명의 ‘루’를 탄생시킨 인물이 악몽으로 흘러들어와 고통 속에 폭발하는 모습. 남자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폭력성에 대한 경고를 느꼈고, 목적이 있더라도 결국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일들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인물(?)이 라이카라면, 미래와 현재를 이어주는 인물(?)은 콜린스였다. 라이카와 함께 지구로 가려다가 중간에 낙오되어, 기회를 기다리다 어떤 사람에게 붙어 지구로 들어오게 되는 벼룩. 콜린스가 기생하게 된 사람은 작가였고, 이 소설의 마침표는 콜린스의 모습으로 찍게 된다. 과거와 미래, 미지의 세상인 우주와 화성, 그리고 우리의 잠재된 무의식.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벼룩으로 종결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모든 일은 지금 여기에 있는 나의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 이 소설의 형식도 재미있었는데, 루에서부터 시작해 서술자 8명의 눈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같은 사건을 여러 서술자의 눈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뒤로 갈수록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

★ 조금 어려워서 잘 파악하며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생각을 할 수 있는 소설이라서 좋은 느낌이 들었다.


* 출판사에사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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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에도 내가 나오는지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지현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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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너의 꿈에도 내가 나오는지”
김지현 장편소설, 우리학교

💭 청소년 사이의 일들은 ‘말’과 관련되는 경우가 참 많다. 특히 소녀들의 경우는 더 그러하다. 10년 전 읽었던 레이철 시먼스의 “소녀들의 심리학”이 떠올랐다. 소녀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고 어떻게 등을 돌리는지 그들의 의사소통과 심리에 대한 글이었다.
💭 “너의 꿈에도 내가 나오는지”를 읽으며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여학생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그 속에서 맺고 끊어지는 관계였다. ‘사실은’, ‘솔직히’라는 말 뒤에 이어지는 복잡한 심리와 속에 숨겨놓은 진심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결코 솔직하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가 만나는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복잡미묘한 그들의 대화 방식이 너무 잘 그려져 있어 재미있었고 깜짝 놀랐다.

💭 ‘비밀’이라는 말의 무게를 짊어지고 친구들의 대나무숲 역할을 하고 있는 승희는 오랜 친구인 도은에게도 ‘아무 데나 붙을 수 있는 박쥐 같다’는 험담을 들으면서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인물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고 잘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비밀’이란 말로 포장된 이야기들부터 자신이 숨겨주고 싶은 진짜 비밀까지 지켜주는 것을 보고 승희야말로 가장 솔직한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자신과 친구들에 대해 진정 고민하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 하지만 그런 승희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 아이가 가진 답답함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소문의 중심에서 미움을 받는 희수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자신도 상처를 받을까 봐 고민하는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희수에게 쏟아내고 싶은 말들을 곱씹으며 꿈을 꾸는 승희의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울컥해서 잠시 독서를 멈춰야했다.
💭 하지만 승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만들어가고 솔직하게 성장해 나간다.

💭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선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고민이 있거나 무언가를 말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얼마 전에 만난 아이는 너무 바르고 착한 친구였는데 힘든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딘가에 표출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의구심이 들며 나에게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승희의 성장과정을 읽으며 나의 오만을 떠올렸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커갈텐데… 나는 너무 내 방식대로 아이들을 판단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소설의 맨 처음은 ‘H에게’라는 편지로 시작한다. H는 ‘희수’일까 ‘현수완’일까 생각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중반부에서 누구인지 눈치채게 되고, 마지막에 밝혀진다. 😊

💭 매력적인 인물은 수완이었는데, 나는 수완이 승희가 만난 어린왕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수완이가 있었기 때문에 승희의 고3 시절이 더 넓어졌고 더 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 꿈처럼 왔다 꿈처럼 가버린, 그리고 자신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하는 수완이는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다. 승희를 응원하는 누군가가 시간여행을 한 것은 아닌지, 또다른 승희가 아니었을지, 온갖 추측을 하며 읽었다. 😂

💭 책을 다 읽고 수완이를 서술자로 한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완이의 시각과 생각이 너무너무 궁금하다!

💭 나는 벌써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도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고3 시절 바라봤던 밤하늘과 공기이다. 야자가 끝나고 집에 걸어가며 봤던 밤하늘, 내 옆에서 같이 걷던 내친구. 그 공기가 잊히지 않는다.
💭 미성년에서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에서 나의 어렸던 모습과 마음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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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함께한 여름날들 -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봄소풍 보물찾기 4
리처드 펙 지음, 지선유 옮김 / 봄소풍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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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04 할머니와 함께한 여름날들

리처드 펙 지음, 지선유 옮김, 봄소풍

 

할머니와 함께한 여름날들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너무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시골 마을의 푸근하고 다정한 할머니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시골에서 따뜻한 할머니의 정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내 상상 속의 인물이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괴짜였지만, 전형적인 강강약약의 인물이었다. 기득권을 가지고 그것을 마음대로 행사하는 사람들,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는 위선적인 사람들에게는 괴상한 행동이나 불법적인 행동을 하면서까지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모습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떠돌이 노동자와 같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먹을 것을 내어주고, 고인이 된 샷건의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을 막아주고, 푸스 숙모를 보살펴 주는 모습은 너무 따뜻했고 그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파이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패니패커의 늙은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파이와 패니패커의 파이를 바꿔치기해 2등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에피의 집을 찾아주기 위해 기지를 발휘하는 부분도 그렇다. 할머니는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돕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처럼 시치미를 떼었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바라지도 않는 할머니의 모습, 그게 너무 멋있었다!

 

처음에 할머니는 마을 일에 관심이 없고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 외곬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마을에 관심이 많고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손주들의 교육이나 마음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누구보다 손주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손주들의 생각에 대해 너무 잘 알고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해 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여느 할머니와 다름없었다. 다만 그 방식이 너무 재미있고 당당하고, 할머니는 너무 담담해서 웃음이 나왔다.

 

할머니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를 것 같아 서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일곱 번째 여름을 할머니와 보낸 조이와 메리가 할머니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을 느끼고 마을 사람들 모두 할머니의 진가를 알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 할머니를 통해 부쩍 성장한 두 남매의 모습이 참 대견했다.

에필로그에서 아이였던 두 남매에게 손을 흔들어주지 않던 할머니가 조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계속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은 할머니의 사랑을 표현해 주는 뭉클한 장면이었다. 조이와 메리에게 할머니는 아주 큰 행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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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넘어가 창비아동문고 337
강인송 지음, 오묘 그림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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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아동문고 337 『너에게 넘어가』
강인송 동화집, 오묘 그림, 창비

☆ 일곱 가지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주변에서나, 언론에서 마주하게 되는 요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지만, 자신의 마음과 감정이 어떠한지 잘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갑작스레 다가온 새로운 감정을 솔직하게 읽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마음을 풀어나가고 있어서 참 예뻤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이 책의 상황과 비슷한 일들이나,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찾아올 때가 있을 텐데 이 책의 내용을 자기의 삶에 내면화하여 마음을 더 풍성하게 가꾸었으면 좋겠다.

☆ 인상 깊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지유들」이었다. 내 이름도 매우 흔해서 어릴 때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와 한 반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성까지도 같아서 ‘큰-, 작은-’을 앞에 붙여 불렸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싫었었다. 지유들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데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생각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별일 아닌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는데, 지유들의 생각을 기꺼이 받아 학급 회의를 여는 선생님의 모습도 좋았다. 지유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름’이란 타인이 불러야 하는 것이므로 학급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 생각해 보도록 해주는 선생님. 그리고 지유들과 그 친구들의 진지한 회의 참여까지 너무 아름다운 학급의 모습이었다.
☆ 서로 다양한 생각을 발표하고 결국 모두 불리고 싶었던 이름을 찾아낸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이 이야기에서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공감하고 함께 협력해서 좋은 방안에 이르는 모습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감정이 가장 중요해서 아무렇게나 표현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 이 동화집이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오지만, 그 가족 형태는 아이들에게 크게 중요한 문제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접했던 여러 아동 문학, 청소년 문학 등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의 모습은 아이에게 결핍으로 작용하거나 극복해야 할 환경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씩씩하게 자란 주인공의 성장이 박수를 받곤 한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도 아이들에게 큰 울림과 교훈을 주지만, 이 동화집에는 조손 가정, 고모 또는 이모와 조카로 이루어진 가정 등이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환경 자체가 아이들에게 끼친 영향이나, 아이들이 이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저 등장인물의 배경 중 하나로 슬쩍 지나감으로써 다양한 가족 구성이 있으나, 이것 또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과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 현실에는 더 다양한 가족 구성이 많지만 우리는 가장 많은 형태가 ‘평범’하고 ‘보통’의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어린이들은 아직 경험이 적기 때문에 더 그렇게 여길 수도 있으나, 이 책을 통해 다양성을 은연중에 느끼고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특별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간 동화집이어서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날, 따뜻하고 설레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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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꺼풀 창비만화도서관 10
데브 JJ 리 지음, 이주혜 옮김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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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만화도서관 10 “외꺼풀”
데브 JJ 리 만화, 이주혜 옮김, 창비

👁️ 나와 완전 다른 세상에 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슬픔을 느끼며 자라온 ‘데브’의 마음이 놀랍도록 섬세하고 아프게 표현된 그래픽 노블이다. 데브의 상황, 경험, 선택은 내가 그 시절 겪었던 혼란과 비슷했고 내가 만났던 여러 여고생들의 혼란과 비슷했다. 그저 처한 환경 때문에 조금 더 극단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발현된 것뿐.

👁️ 흑백의 그림과 등장인물들의 표정, 다양한 구도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느낌이 세밀한 언어 표현과 어우러져 마음을 울린다.

👁️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오케스트라에서 갈등을 하다 미술로 마음을 정한 데브가 ‘바이올린을 놓고 왔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웃는 장면이다. 이 장면부터 진심으로 데브를 응원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부모님과의 작은 갈등 후 미술로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지겠지, 생각했다.
👁️ 하지만 그 후에도 데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체성의 문제에서, 가정에서 많은 일들을 겪고 느끼며 고비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내가 예상했던 것은 발랄한 성장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뻔한 이야기였지, 우리 현실은 그리고 우리의 사춘기는 “외꺼풀”처럼 벗어나고 싶지만 자꾸 머물게 되는 그런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뒷표지에도 인용되어 있는 데브 아버지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데브 못지 않게 안쓰러웠고 아버지에게만큼은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가 아닌, ‘자신의 과거를 견뎌주어 고맙다’고 말하는 딸에게
“자란다는 건 때때로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야. 넌 그냥 너 자신이었을 뿐이야. 그것만도 힘들거든.”
이라고 말해주는 아버지.
👁️ 그래, 우린 내 자신이라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그렇게 자라왔지… 데브의 아버지의 말에, 데브의 눈물에 그렇게 내가 위로 받는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어린 친구들에게, 그리고 곧 자라게 될 우리 아들에게 나도 그렇게 말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 외꺼풀에서 더 넓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데브는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돌아보고 다독이고 내려놓으며 그렇게 성장했고 앞으로 그의 세계는 더 넓고 더 견고해질 거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와 너무 좋다~ 너무 재밌다~”를 반복하게 만드는 책. 다시 처음부터 읽으며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의 감동을 느껴보려고 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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