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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넘어가 ㅣ 창비아동문고 337
강인송 지음, 오묘 그림 / 창비 / 2024년 8월
평점 :
창비아동문고 337 『너에게 넘어가』
강인송 동화집, 오묘 그림, 창비
☆ 일곱 가지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주변에서나, 언론에서 마주하게 되는 요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지만, 자신의 마음과 감정이 어떠한지 잘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갑작스레 다가온 새로운 감정을 솔직하게 읽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마음을 풀어나가고 있어서 참 예뻤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이 책의 상황과 비슷한 일들이나,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찾아올 때가 있을 텐데 이 책의 내용을 자기의 삶에 내면화하여 마음을 더 풍성하게 가꾸었으면 좋겠다.
☆ 인상 깊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지유들」이었다. 내 이름도 매우 흔해서 어릴 때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와 한 반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성까지도 같아서 ‘큰-, 작은-’을 앞에 붙여 불렸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싫었었다. 지유들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데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생각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별일 아닌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는데, 지유들의 생각을 기꺼이 받아 학급 회의를 여는 선생님의 모습도 좋았다. 지유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름’이란 타인이 불러야 하는 것이므로 학급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 생각해 보도록 해주는 선생님. 그리고 지유들과 그 친구들의 진지한 회의 참여까지 너무 아름다운 학급의 모습이었다.
☆ 서로 다양한 생각을 발표하고 결국 모두 불리고 싶었던 이름을 찾아낸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이 이야기에서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공감하고 함께 협력해서 좋은 방안에 이르는 모습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감정이 가장 중요해서 아무렇게나 표현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 이 동화집이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오지만, 그 가족 형태는 아이들에게 크게 중요한 문제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접했던 여러 아동 문학, 청소년 문학 등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의 모습은 아이에게 결핍으로 작용하거나 극복해야 할 환경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씩씩하게 자란 주인공의 성장이 박수를 받곤 한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도 아이들에게 큰 울림과 교훈을 주지만, 이 동화집에는 조손 가정, 고모 또는 이모와 조카로 이루어진 가정 등이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환경 자체가 아이들에게 끼친 영향이나, 아이들이 이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저 등장인물의 배경 중 하나로 슬쩍 지나감으로써 다양한 가족 구성이 있으나, 이것 또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과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 현실에는 더 다양한 가족 구성이 많지만 우리는 가장 많은 형태가 ‘평범’하고 ‘보통’의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어린이들은 아직 경험이 적기 때문에 더 그렇게 여길 수도 있으나, 이 책을 통해 다양성을 은연중에 느끼고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특별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간 동화집이어서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날, 따뜻하고 설레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