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꺼풀 창비만화도서관 10
데브 JJ 리 지음, 이주혜 옮김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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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만화도서관 10 “외꺼풀”
데브 JJ 리 만화, 이주혜 옮김, 창비

👁️ 나와 완전 다른 세상에 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슬픔을 느끼며 자라온 ‘데브’의 마음이 놀랍도록 섬세하고 아프게 표현된 그래픽 노블이다. 데브의 상황, 경험, 선택은 내가 그 시절 겪었던 혼란과 비슷했고 내가 만났던 여러 여고생들의 혼란과 비슷했다. 그저 처한 환경 때문에 조금 더 극단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발현된 것뿐.

👁️ 흑백의 그림과 등장인물들의 표정, 다양한 구도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느낌이 세밀한 언어 표현과 어우러져 마음을 울린다.

👁️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오케스트라에서 갈등을 하다 미술로 마음을 정한 데브가 ‘바이올린을 놓고 왔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웃는 장면이다. 이 장면부터 진심으로 데브를 응원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부모님과의 작은 갈등 후 미술로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지겠지, 생각했다.
👁️ 하지만 그 후에도 데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체성의 문제에서, 가정에서 많은 일들을 겪고 느끼며 고비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내가 예상했던 것은 발랄한 성장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뻔한 이야기였지, 우리 현실은 그리고 우리의 사춘기는 “외꺼풀”처럼 벗어나고 싶지만 자꾸 머물게 되는 그런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뒷표지에도 인용되어 있는 데브 아버지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데브 못지 않게 안쓰러웠고 아버지에게만큼은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가 아닌, ‘자신의 과거를 견뎌주어 고맙다’고 말하는 딸에게
“자란다는 건 때때로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야. 넌 그냥 너 자신이었을 뿐이야. 그것만도 힘들거든.”
이라고 말해주는 아버지.
👁️ 그래, 우린 내 자신이라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그렇게 자라왔지… 데브의 아버지의 말에, 데브의 눈물에 그렇게 내가 위로 받는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어린 친구들에게, 그리고 곧 자라게 될 우리 아들에게 나도 그렇게 말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 외꺼풀에서 더 넓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데브는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돌아보고 다독이고 내려놓으며 그렇게 성장했고 앞으로 그의 세계는 더 넓고 더 견고해질 거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와 너무 좋다~ 너무 재밌다~”를 반복하게 만드는 책. 다시 처음부터 읽으며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의 감동을 느껴보려고 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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