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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에도 내가 나오는지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지현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9월
평점 :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너의 꿈에도 내가 나오는지”
김지현 장편소설, 우리학교
💭 청소년 사이의 일들은 ‘말’과 관련되는 경우가 참 많다. 특히 소녀들의 경우는 더 그러하다. 10년 전 읽었던 레이철 시먼스의 “소녀들의 심리학”이 떠올랐다. 소녀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고 어떻게 등을 돌리는지 그들의 의사소통과 심리에 대한 글이었다.
💭 “너의 꿈에도 내가 나오는지”를 읽으며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여학생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그 속에서 맺고 끊어지는 관계였다. ‘사실은’, ‘솔직히’라는 말 뒤에 이어지는 복잡한 심리와 속에 숨겨놓은 진심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결코 솔직하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가 만나는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복잡미묘한 그들의 대화 방식이 너무 잘 그려져 있어 재미있었고 깜짝 놀랐다.
💭 ‘비밀’이라는 말의 무게를 짊어지고 친구들의 대나무숲 역할을 하고 있는 승희는 오랜 친구인 도은에게도 ‘아무 데나 붙을 수 있는 박쥐 같다’는 험담을 들으면서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인물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고 잘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비밀’이란 말로 포장된 이야기들부터 자신이 숨겨주고 싶은 진짜 비밀까지 지켜주는 것을 보고 승희야말로 가장 솔직한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자신과 친구들에 대해 진정 고민하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 하지만 그런 승희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 아이가 가진 답답함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소문의 중심에서 미움을 받는 희수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자신도 상처를 받을까 봐 고민하는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희수에게 쏟아내고 싶은 말들을 곱씹으며 꿈을 꾸는 승희의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울컥해서 잠시 독서를 멈춰야했다.
💭 하지만 승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만들어가고 솔직하게 성장해 나간다.
💭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선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고민이 있거나 무언가를 말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얼마 전에 만난 아이는 너무 바르고 착한 친구였는데 힘든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딘가에 표출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의구심이 들며 나에게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승희의 성장과정을 읽으며 나의 오만을 떠올렸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커갈텐데… 나는 너무 내 방식대로 아이들을 판단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소설의 맨 처음은 ‘H에게’라는 편지로 시작한다. H는 ‘희수’일까 ‘현수완’일까 생각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중반부에서 누구인지 눈치채게 되고, 마지막에 밝혀진다. 😊
💭 매력적인 인물은 수완이었는데, 나는 수완이 승희가 만난 어린왕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수완이가 있었기 때문에 승희의 고3 시절이 더 넓어졌고 더 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 꿈처럼 왔다 꿈처럼 가버린, 그리고 자신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하는 수완이는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다. 승희를 응원하는 누군가가 시간여행을 한 것은 아닌지, 또다른 승희가 아니었을지, 온갖 추측을 하며 읽었다. 😂
💭 책을 다 읽고 수완이를 서술자로 한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완이의 시각과 생각이 너무너무 궁금하다!
💭 나는 벌써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도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고3 시절 바라봤던 밤하늘과 공기이다. 야자가 끝나고 집에 걸어가며 봤던 밤하늘, 내 옆에서 같이 걷던 내친구. 그 공기가 잊히지 않는다.
💭 미성년에서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에서 나의 어렸던 모습과 마음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