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에 보았던 일본드라마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는 질문에 주인공인 '신념'이라고 대답했던 씬이 떠오른다. 거창하게 들리는 이 단어는 거창하기보다는 정직하고 진심이 담긴 단어였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가 아닌 사는 삶. 다들 그렇게 살고자 하는데 왜 잘 안될까? 너무 욕심을 부려서 그런 걸까, 고집이 약해서 그런걸까? 가족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낸 이야기를 읽으며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보았다. 옳다 그르다의 관점이나 백점 만점을 기준으로의 판단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행복. 지지고 볶고 싸우지만 그 속에 사랑이 있고 사랑과 행복을 위한 고집이 있고 노력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 참 아름답다. 좋아보인다는 말이 절로 나올 듯. 그렇다고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진 않다. 참고만 할뿐.

 

내가 제일 많이 참고해야할 부분의 자본과 경쟁의 논리에 가려 잊고 있던 협동과 배려심이다. 사실 나에게 배려란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로 행동하는 것이다. 경쟁이란 당연한 것이고 거기서 이겨서 winner가 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 배려가 가져오는 상생효과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경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피해가 아니라 도움을 준다며 그러면서 배우는 점도 있고 얻어가는 점도 많은데 그런 면은 참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저자가 엄마라서 그런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교육에 관해서 자식을 먼저 키워본 어머니가 들려주는 경험담/실수담/성공담 등이 녹아 있어서 부모님들이 읽으면 아이의 교육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계기가 될 듯하다. 나중에 나도 부모가 되면 만나게 될 문제에 대한 약간의 다른 시선의 해결책을 하나 keep해 둔 거 같은 기분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적용될 것인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휩쓸리지 않을 작은 신념을 가진다면 도움이 될만한 부분들도 꽤 보인다. 내가 자식이 없어서 현실감이 떨어진 판단을 했을 수도 있고.

 

편하게 쓴 글이라 문장의 아름다움을 별로 없고 중간에 부사 등등이 살짝 거슬리고, 삽입된 사진들이 페이지를 채우려고 넣은 듯하게 큰 고려없이 배치된 것이 좀 맘에 안든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책이었지만, 1독 이상은 별로 안땡기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톰과 헉은 어릴 때 만화로 봤던 기억이 난다. 너무 정신없이 모험이랍시고 돌아다니는지라, 공감이 가진 않았다. 사내 아이들의 이야기라 더욱 그랬을 듯. 심심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는 아닐 듯 싶어 골라 들었는데, 대신 정신은 없더라. 얘들이 왜 이렇게 성격이 다중적이며 바보같고 또는 교활하며 보통의 세상사와 다른 면에서 반응하는 것일까? 그들의 악마적 면이나 개똥만도 못한 모험 정신은 재밌다기 보다는 짜증스럽고 불쾌했다. 내가 알고 있는 '천사와 같은' 아이들은 없고 사기꾼같고 교활하고 거짓말을 밥먹듯이하는 그런 정말 속까지 못된 녀석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좋은 일을 하고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다양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비일상적이고 '모험'이라 부를만한 것이어서 재밌긴 했지만 톰이고 헉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려니 좀 힘들기도 했다. 게다가 옛날 소설답게 문장도 길고 수식구도 치렁치렁 이어져서, 그들의 기나긴 수다에 약간 지쳐버린 느낌. 만화로 봤던 톰과 헉은 그래도 착한 면이 훨씬 많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거 같다. 그보다는 못된 성격에다가 도덕이나 예의를 배우려는 마음은 별로 없는, 그러나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은 가지고 있는 복합적 성격의 아이들이었다. 재미가 있긴 있었는데, 생각보다 유쾌하지 않았던 이야기에 당황했다. 아이들은 천사가 아닌가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스럽게 문장이 길긴 했지만, 내용이 재미나서 ㅋㅋㅋ. 삶의 철학이란 역시 책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삶에 얻어지는 거였다. 아는 것과 진짜로 아는 것이 다른다는 것은 20대 중반이 넘어서 겨우 깨달은... '깨달은'은 적정한 표현이 아닌 것 같고, 어설프게나마 살짝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조르바의 철학이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고 그것에 흔들림없이 나가는 그의 자세는 맘에 든다. 진정한 자유인이란 진정한 자기 철학에서 얻어지는 것이겠지. 그냥 사니까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살고자 하는대로 사는 그런 삶. 원래는 그렇게 살려고 했는데, 지금은.. 나름 자유롭긴 하지만 역시 완전 자유인은 쉽게 되는 게 아니야. 그리스인들이 다 이런 지는 모르겠지만 조르바스러운 경향이 그들 속에 녹아 있다면 그런 사람은 만나고 느껴보고 싶다. 그리스나 한번 가볼까? 말은 쉽다만.... 삶에 확신이 떨어졌을 때, 내가 사는 삶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때 한번씩 읽고 싶은, 멋진 친구 조르바. 자주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앞집에 살던 친구 베렐레 -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준 한 친구 이야기
에프라임 세벨라 지음, 이상원 옮김 / 거름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그저께부터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다. 오늘 읽다가 울 것 같아서 참는라 혼났다. 어제, 그저께도 좀 그렇긴 했는데 오늘 절정에 달해서, 감성이 한 1%만 더 했어도 울었을 것이다.

"이 세상이 천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베렐레 마츠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구절의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의 하나로 꼽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처음부터 이 구절을 던지며 베렐레의 이야기를 한다. 전쟁 전 러시아 짐마차꾼들이 모여 살던 장애인 거리의 두 소년의 우정 이야기이다. 뻔할 것 같다구? 글쎄..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뻔하다면 뻔할 수도 있지만, 베렐레는 그렇게 뻔한 친구가 아니다. 다들 행복해지려하는 세상에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어려운 말이나 멋진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잘난 척도 하지 않고,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알도 못하는 진리를 우기지도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철도가 갖고 싶은 아이에게 철도를 주었고, 친구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접는다. 옳다고 생각되면 사자 우리에도 들어가고, 어른도 살아날 것 같지 않은 깊은 강물로 몸을 던진다. 그 댓가로 베렐레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버지의 끔직한 매질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행복을 찾아 헤매인다. 미래의 행복 따위가 아닌, 현재의 엄청난 행복. 책 속의 "나"가 베렐레를 만난 것이 억세게 운좋은 일이라면 현재의 내가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것도 운좋은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두 소년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실수도 하고, 어른들에게 혼나기도 한다. 물론 어른들이 옳을 때도 있고, 소년들이 옳을 때도 있다. 이 소설이 매력적인 건, 정말 있을 것 같은 사람들, 그러나 멸종해버린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젠가 책 속에 넣어둔 꽃잎에 남아있는 향기처럼 아련하게, 향수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난 그 시절을 모르니까- 옛 영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정말 베렐레가 있다면 천국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게 하는 그것. 뭐, 그런 게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먼자들의 도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표지가 예뻐서 산 책. 이녀석은 이번달 도서. 눈먼자들... 을 읽고, 이번달에는 던져두지 말고 잘 읽어보자고, 읽기 시작. 금방 읽힌다. 두껍지도 않고 내용도 재미있고. 극본으로 잘 고치면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 물론 앞부분하고 뒷부분은 상당히 정리를 해야겠지만, 숲의 이야기는 공간도 한정되어있고, 등장인물만 추가되는 거니까, 공연으로 보면 상당히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공연있는지도 모르겠고.


정상적인 기준으로 보면 전혀 좋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처럼 느껴지고, 그들의 양심없는 태도와 정감있는 태도의 적절한 공존이 공감이 된다. 한적한 목매달린여우의숲과 럭셔리한 산채(?)의 부조화처럼. 혼자서 계속 낄낄대면서 봤다. 책표지에 블랙코메디 어쩌구 써있어서 쳇 하고 넘겨버렸는데, 재밌다. 때론 속는 것도 속아주는 것도 괜찮을 수 있겠지. 스스로 튼튼한 감옥을 만들어 갇히는 것이 평화를 가져오는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