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에 살던 친구 베렐레 -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준 한 친구 이야기
에프라임 세벨라 지음, 이상원 옮김 / 거름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그저께부터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다. 오늘 읽다가 울 것 같아서 참는라 혼났다. 어제, 그저께도 좀 그렇긴 했는데 오늘 절정에 달해서, 감성이 한 1%만 더 했어도 울었을 것이다.

"이 세상이 천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베렐레 마츠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구절의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의 하나로 꼽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처음부터 이 구절을 던지며 베렐레의 이야기를 한다. 전쟁 전 러시아 짐마차꾼들이 모여 살던 장애인 거리의 두 소년의 우정 이야기이다. 뻔할 것 같다구? 글쎄..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뻔하다면 뻔할 수도 있지만, 베렐레는 그렇게 뻔한 친구가 아니다. 다들 행복해지려하는 세상에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어려운 말이나 멋진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잘난 척도 하지 않고,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알도 못하는 진리를 우기지도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철도가 갖고 싶은 아이에게 철도를 주었고, 친구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접는다. 옳다고 생각되면 사자 우리에도 들어가고, 어른도 살아날 것 같지 않은 깊은 강물로 몸을 던진다. 그 댓가로 베렐레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버지의 끔직한 매질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행복을 찾아 헤매인다. 미래의 행복 따위가 아닌, 현재의 엄청난 행복. 책 속의 "나"가 베렐레를 만난 것이 억세게 운좋은 일이라면 현재의 내가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것도 운좋은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두 소년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실수도 하고, 어른들에게 혼나기도 한다. 물론 어른들이 옳을 때도 있고, 소년들이 옳을 때도 있다. 이 소설이 매력적인 건, 정말 있을 것 같은 사람들, 그러나 멸종해버린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젠가 책 속에 넣어둔 꽃잎에 남아있는 향기처럼 아련하게, 향수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난 그 시절을 모르니까- 옛 영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정말 베렐레가 있다면 천국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게 하는 그것. 뭐, 그런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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