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짜증이 날 정도다. 블랙 쇼맨시리즈 세 권의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다 연결되어 있는 사실이 말이다. 주인공이 연결되어 있으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트랩 핸드의 가미오 다케시를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놀라우리만큼 정교하다. 샘이 난다. 코로나19 시대를 담으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에 찬사를 넘어 존경심을 보낸다. 어느 정도 필력이 되어야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은 본격적인 사건해설의 추리소설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보고 싶은 마음을 꽉 누르면서 끝까지 참고 완독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결말이 너무 기가 막히다. 끝까지 범인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드는 기술은 주인공이 마술사라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은 블랙 쇼맨시리즈 운명의 바퀴환상의 여자의 프리퀼 성격의 책이다. 가미오 마요와 가미오 다케시가 만나는 내용이 담겼으니 당연하다. 존재를 몰랐던 의문의 남자가 점점 친근한 삼촌으로 바뀌어 가는 이야기, 조카와 삼촌의 희한한 케미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코로나19 시대의 실상을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가 직접 겪었던 코로나19를 생각하다 보니 더욱 친근하고 현장감이 있었다. 우리가 경험했던 동병상련의 사연들이 감정이입을 도와준다. 가미오 다케시를 마술사 출신으로 각색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본다. 그래야만 이야기들의 전개가 이어질 수 있어서 영특한 저자의 한 수를 느끼게 된다. 가미오 마요와 다케시는 흔한 부녀지간과는 결이 다르다.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에 데면데면했던 그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삼촌과 가까워지는 모습, 티격태격하면서 삼촌에 매료되는 마요의 모습은 잘 어울리는 한 쌍 셜록 홈스와 와튼 박사처럼 의외로 호흡을 자랑한다.

 

이 작품은 블랙 쇼맨 시리즈의 첫 번째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시간의 흐름 순으로 볼때 운명의 바퀴환상의 여자에선 이미 다케시와 마요가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까 그렇게 판단하면 될 듯하다. 동창 중에 제일로 성공한 친구의 히트작 환뇌 라비란스가 백혈병으로 먼저 죽은 친구의 유작이라니 깜짝 놀랄 만한 얘기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범인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여정에서 밝혀지는 동창들의 숨겨진 얼굴들, 끝내 범인을 밝혀내는 스토리가 말 그대로 추리소설의 정석이다. ‘가미오 선생님이라면, 사실대로 얘기했더라면 충분히 이해하셨을 텐데...’라는 마요의 독백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인간의 욕심은 최고의 명성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에 이른다.는 성경 말씀의 구절이 뇌리를 스친다. 최고의 유명 작가는 그렇게 무너져 버렸다.

 

진실을 적당히 덮어야 세상이 쉬이 굴러가나? 적어도 구기미야는 그러길 원했던 것 같다.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파도 한 번에 쉽게 무너져 버릴 명성이었는데 실체가 밝혀져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사필귀정.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고 블랙 쇼맨 탐정단이 전면에 등장한다. 다케시와 마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이 책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중편 세 작품이 실려있다. 블랙 쇼맨 시리즈가 별거냐? 그다지 기대를 안 했다가 이 책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 「운명의 바퀴환상의 여자는 이란성 쌍둥이다. 에피소드들이 연결되어 있다. 세 권의 책을 두 개로 나눠 다시 두 권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심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하고자 한다. 블랙 쇼맨 시리즈 두 번째 책을 보면서 어찌 이렇게 발칙한 발상을 하는지, 그렇게 연결시킬 수 있는 건지, 작가의 역량에 다시 한번 고개 숙이게 된다. 블랙 쇼맨 시리즈는 모든 시리즈를 다 읽어 봐야 감이 올 것 같다.

 

맨션의 여자 : 운명의 바퀴피지 않는 나팔꽃과 연관된 에피소드다. 신분을 세탁하여(뒤바꿔 사는 여자) 남의 인생을 사는 여자. 그녀의 재산을 노린 친오빠와 관련된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그려져 있다.

 

위기의 여자 : 남자의 스펙만 쫓는 속물인 나미의운명의 바퀴이전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환상의 여자 : 유부남을 사랑한 순정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번아웃에 빠지자, 그를 아끼는 친구가 그녀를 제자리에 돌리려고 꾸미는 한 편의 연극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블랙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쇼맨이라는 새로운 타입의 결이 다른 해결사의 등장이 흥미롭다. 관계 속에 교묘하게 스며들며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들이 히가시노식의 새로운 추리소설 장르를 만들어 냈다. 이 책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중편 세 작품이 실려 있다.

 

■「천사의 선물-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은 아들의 이혼한 아내가 임신을 주장하여 아들의 재산을 빼앗기게 된 노부부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이야기. 하지만, 반전은 끝나지 않았다. 결말을 보고 나서야 에피소드의 제목을 이해하게 된다. 천사의 선물이 무엇인지 말이다.

 

■「피지 않는 나팔꽃- 딸을 구속하는 엄마에게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딸의 신분 교환. 이어진 딸의 자살, 아버지의 충격적 죽음, 노인 거주시설에 들어간 엄마. 딸의 죽음을 부정하는 치매에 걸린 엄마. 쫓겨날 판인데도 딸의 재산을 받기 싫어하는 그녀의 속내는 무엇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직접 읽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 행운- 배우로서의 꿈을 찾아갈 것인가?, 신데렐라의 꿈을 쫓을 것인가? 프리티우먼의 환상에 빠져 있는 속물 여자 미나. 그녀에게 두 개의 연극이 실현된다. 갈래 길에 서있는 그녀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결말도 예측 불가이지만 모든 과정에 개입한 수수께끼 같은 남자 다케시. 모든 게 그의 손바닥 안이다. 그가 블랙 쇼맨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80의 노장 시인이 슬럼프에 빠진 2023년 한 해 동안 쓴 시들. 다작의 노시인은 교사로 오랫동안 몸담았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제자이기도 하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시인은 대기만성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광화문 글판에 시(풀꽃)가 올라가면서 대중적인 시인으로 등극했다. 그때가 67세였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삶과 죽음, 인생을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등 생의 마무리 단계에 관한 내용이 많다. 시는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 그때그때 감동을 주는 부분이 다르다. 한번 읽는다고 완독했다고 생각지 말아야 한다. 찻잎 우려내듯이 반복해서 읽어야 내 시가 되는 것이다.

 

노시인의 인생을 달관한 교훈들이 시에 빼곡하게 녹아있다. 생활밀착형 시다. 읽으면서 연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정작 젊었을 때 깨달았으면 좋은 일들을 시인도 우리도 시인은 시를 쓰면서 우리는 시를 감상하며 느끼는 것이다. 로또 번호를 미리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때는 복덩이였는데 모르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교훈, 후세들아!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마라! 시인은 외친다.

 

시인의 삶을 보면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잘 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렇게 하다 보면 세상이 알아주는 타이밍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시인의 최고 히트작 풀꽃과 이 시집 첫 완독에서 나를 흔든 시를 몇 수 옮겨 적는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화분 식물

잘 자라지 않는다.

쉽게 시든다.

거름 부족이거나

햇빛 부족이 아니라

물 과잉이 원인이다.

오늘날 우리들 삶이 그렇다. (31p)

 

■ 「흐느낌후반부

가늘게 떨면서

흐느끼는 벼들이 익어가는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한 번인들 흐느껴 보았는지

올가을엔 정말로

흐느껴 볼 일이다. (107p)

 

그냥

나는 네가 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냥 보고 싶어.

나는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그냥 듣고 싶어

뭐하니?

지금, 뭐 하고 있니?

누구랑 있니?

묻고 싶어

그냥 묻고 싶어

나도 잘 있다고

숨 잘 쉬면서

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냥 말해주고 싶어 (143p)

 

연말 인사

인생에서 마침표는 곤란해

느낌표나 물음표도 불편해

쉼표나 말줄임표 정도가 좋아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마침표가

찍히는 게 인생이니까. (155p)

 

■ 「일보다 사람이후반부

일보다 사람이 어렵다.

어제 누군가한테 들은 말 (170p)

 

정신 좀 차려라

가령 둘이 만나

5만 원 내고

식사를 했다고 할 때

그 사람 위에 5만 원

모두 썼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 망발이다

왜 그 사람 위에

5만 원 썼다, 그러는가

우선 5만 원 가운데

25천 원은 내 밥값으로 나간 돈이고

다만 25천 원만 그 사람 위에 쓴 것이다.

더구나 나 혼자 밥을 먹었다면 어쩔 뻔했나

그 사람 위에 쓴 25천 원은

내가 자칫 혼자 밥을 먹을 뻔했는데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덜어준 값이다

그렇다면 나는 한푼도 그 사람 위해

돈을 쓴 게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 돈을 쓴 것일 뿐이다.

정신 좀 차려라. (173p)

 

문득

밖에 누구 왔소?

창문 열면 아무도 없고

다만 바람 소리

나뭇잎 소리

가을이 문득

나 보고 싶어

잠시 와서

서성이다 갔나 보다. (220p)

 

 

그래

안 돼

안 돼요

안 된다니까

안 된다는 말을 하도

많이 하고 살아서

안 된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듣고 살아서

나이 들어 이제는

무엇이든지

그래 그래 그래

안 되는 일도

그래 그래 그래

그러다 보니

안 되는 일도

되는 일이 되는 때가 있다. (22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빛이 이끄는 곳으로-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문제를 풀어 범인을 잡아내는 그러한 추리가 아니라, 문제를 풀어낼 때마다 감동과 먹먹함이 몰려온다. 결말이 궁금해서 쉽게 덮을 수 없는 책이면서도, 한 장 한 장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든다.

 

이 책은 건축가로서 작가가 모은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정말 낭만적인 사람인 것 같다. 집에 담겨있는 아름답고 신비한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일일이 건물 편지함에 편지를 써놓았다니 말이다. 그렇게, 건물에 대한 비하인드 이야기들을 모았다는 작가의 스토리는 정말 로맨틱하다. (작가소개 참조하여 인용)

 

집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존경스럽다. 한국인이면서 주인공을 프랑스 인으로 기술했다. 그만큼 작가의 파리지엔으로써의 내공이 느껴진다. 부러운 점이 한 가지 또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이러한 이야기가 깃들여 질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다. 오래된 집이 모여 있기만 하면 아파트로 재건축만을 꿈꾸는 대한민국과는 크게 대조되는 일이다. 그나마, 작가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유사한 스토리를 구상한다는 말이 다소나마 기대와 위로가 된다.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다고 했는데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완벽에 가까운 내용들이 전개되어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고 파리에 그 집이 꼭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건축가가 직업이니까?

 

이 작품은 건축과 집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집에 대한 소프트한 이야기, 집에 살았던 가족의 이야기, 그 가족들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리는 과정이 주된 멜로디인 이야기다. 정말 경이롭다. 건축가적인 식견이 있어야만 가능한 내용이라 부럽기만 하다. 또한, 자신감도 생긴다. 나도 나의 전문 분야에 관해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내 머릿속에 꽉차있는 많은 에피소드 들을 말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그녀는 세상에는 말로 전하기보다는 직접 보아야 하는 것이 더 많고, 직접 보는 것보다는 눈을 감고 느껴야 하는 것들이 더 많다고 했다. (89p)

 

그때 처음으로 세상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24p)

 

기억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습니다. 그 기억이 비록 원망이나 미움일지라도......, 제 어린 시절이 담겨 있는 그 집을 부탁합니다. (205p)

 

집은 그렇다. 잠시 자신의 생을 사는 동안 빌려 쓰는 공간이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그 공간의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은 차곡차곡 쌓여 그 집의 역사가 된다. (219p)

 

그에게 415일은 가족이라는 의미의 또 다른 단어였다. (320p)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비로소 건축이 완성됩니다. (330p)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 (35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