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푸드 민주주의의 비전
반다나 시바 지음, 우석영 옮김 / 책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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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의 제1목적은 영양과 건강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날 식량은 세계에서 가장 큰 건강 문제가 되고 말았다.

 

 오늘날 식량은 더 이상 영양원이 아니다. 식량은 일개 상품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투자 대상이자 이익 창출의 대상인 무언가로 말이다. 이러한 현실은 세계 곳곳에서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산업 패러다임은 생태 패러다임과 깊은 갈등 관계에 있고, 착취의 법칙은 반환의 법칙과 대립하고 있다. 이는 경제 · 문화 · 지식을 아우르는 패러다임 전쟁이며, 이 전쟁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식량 위기의 근원이다.

 

 

 식량을 생산하는 주체는 토양, 종자, 태양, 물, 농민이며 이 요소들은 모두 상호 작용을 한다. 식량의 몸을 채우는 것은 생태적 관계들이며, 식량을 생산해내는 이러한 생태적 상호 작용과 상호 연결성에 관한 과학과 지식을 우리는 농생태학이라고 부른다. 지금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농생태학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패러다임 전환, 권력 전환이다. 기업의 탐욕이 만들어낸 산업농은 우리에게 지속 가능성과 건강을 보장하지 않으며, 보장할 수도 없다. 반면 우리는 농생태학으로 전환할 수는 있다. 종자를 보존하고 토양의 생명을 되돌려주고 생물 다양성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고 소농과 여성들을 보호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차릴 수 있다.

 

 생명을 지탱시키는 하나의 농생태계 안에는 세 가지 경제가 공존한다. 자연의 경제, 인간의 경제, 시장의 경제가 그것이다. 이 경제들은 함께 지속 가능성의 경제를 구성한다.

 

 자연의 경제는 다양한 생물, 비옥한 토양, 보존된 물을 포함하는데, 이것들은 모두 농업의 생태적 토대가 되어준다. 인간의 경제는 살림 유지의 경제로서, 여기서는 사회 공동체들이 필요 물자를 생산하고 서로를 돌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장의 경제에서는 법인 기업이 아니라 진짜 인간들 사이에서 교환과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벌, 나비, 곤충, 새는 꽃에서 꽃으로 꽃가루를 옮겨 식물을 수정시키고, 그럼으로써 식물의 재생산을 가능케 한다. 이 꽃가루 매개자들이 없으면 대부분의 식물은 재생산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식물이 재생산을 못하면 우리의 식량 공급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씨앗의 싸이클은, 숲속 나무의 경우든 우리의 식량을 만들어내는 작물의 경우든, 수분의 사이클에 의존한다.

 

 농업과 식량에 사용되는 농약은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소비자들, 어린이들, 나비들과 벌들 역시 죽인다. 나브다니야 보고서 [우리 음식 안의 독]은, 암과 같은 질병의 유행과 농업에 쓰이는 농약 사이에는 분명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소위 녹색 혁명의 땅이자 농약이 매일 대량 사용되는 곳인 펀자브 지역은 암 발생률이 터무니없이 높다.

 

 

 이제까지 7,000종이 넘는 생물들이 인류를 먹여 살려왔다. 이는 지구 내 생물 다양성의 정도를 알려주는 놀랄만한 지표다. 다양한 생물이 참여하는 농업 생태계에서는 수없이 많은 곤충들이 우리가 키우는 작물의 수분을 담당하고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준다.

 

 익충들은 자연의 해충 / 포식자 균형을 유지시키며 해충을 억제한다. 곤충보다도 수가 더 많은 토양 내 유기체들은 토양의 생명과 비옥함을 만들어낸다. 풍부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비옥하고 건강한 토양이다. 여러 생물이 참여하는 농장이나 생태계나 지구에서 먹이 그물인 곧 생명의 그물이다.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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