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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28 : 신곡 1 ㅣ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28
이정민 글, 주경훈 그림, 손영운 기획, 강서정 감수, 단테 알리기에리 원작 / 채우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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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비록 호메로스를 지옥의 림보에 두었지만 그를 시인들의 왕이라며 최고의 존경을 표시했다. 그 이유는 호메로스가 [일리아드]라는
대서사시를 썼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 최초의 문학 작품이 된 [일리아드]의 주된 내용은 트로이 전쟁 이야기이다. 이처럼 트로이 전쟁은
[일리아드]의 핵심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일리아드]에는 트로이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단테는 로마 글자(라틴어)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속어(현재 이탈리아어에 가깝다)로 [신곡]을 썼다. 단테는 속어를 사용하는 서민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문학적 소재로 그리스 신화를 택했다. 당시 그리스 신화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곡]에는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단테는 [신곡] 이외도 다양한 작품을 썼다. 창작 순서로 [새로운 인생] [향연] [속어론] [제정론] 등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인생]은 당시 유행하던 여성과 연애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것으로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그린 첫 시집이다.
[신곡]을 쓴 단테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서양의 4대 시성으로 손꼽힌다. [신곡]이 이토록 주목받은 이유는 당시 중세의
모든 저작이 라틴어로 쓰였을 때 [신곡]은 속어로 쓰였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중세 유럽을 지배하던 사람들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작가의
모국어이며 서민들의 언어인 이탈리아어로 씌어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곡]이 종교 개혁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신곡]은 중세의 모든 분야를 총제적으로 다룬 백과사전적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단테가 로마의 대시인인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지옥과 연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그는 인간들의 다양한 죄와 벌을 목격한 후에 구원의 여인인 베아트리체를 만나 천국을
경험한다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플롯으로 되어 있지만 이 속에는 중세의 모든 학문을 총괄할 정도로 다양한 교양적 지식이 들어 있다.
단테는 [신곡]에서 중세 종교, 고대와 중세의 철학들, 중세 유일 문학인 '그리스 비극'들과 중세 회화 예술, 중세 우주관과 과학관까지,
또한 거기에 관련된 역사적 실존 인물들을 빠짐없이 언급하여 당시 중세 사람들의 세계관을 총체적으로 보여 주었다. 또한 [신곡]은 후대 학자들에게
중세의 정밀하고도 자세한 정보집과 같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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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은 이탈리아 최고의 작품일 뿐만이 아니라, 중세의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고전 중의 고전으로 평가된다. 단테는 이 작품에서 인간이
자신의 자신의 욕망으로 인한 죄와 이 때문에 받는 벌을 묘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절대자에 의한 영혼의 구원이 진정한 구원이라고 노래한다. 괴테는
[신곡]이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라고 극찬하였다.
[신곡]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살아 있는 한 시인의 '지하 세계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시인은 바로 단테 자신이다.
단테는 부활절 전의 성 금요일에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그가 가장 존경하는 로마의 대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나고, 그의 안내를 받으면서
지옥으로 떠나는 지하 세계 여행을 시작한다.
살아 있는 사람은 그가 아무리 위대한 시인이라고 할지라도 죽은 자만이 갈 수 있는 세계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는 없기 때문에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을 받아 지옥 여행을 떠난다. 단테는 먼저 9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진 지옥을 여행하면서, 이교도와 무신론자에서부터 반역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죄와 벌을 통해서 인간의 한계와 이로 인한 고통을 자신이 마치 직접 보고 겪은 것처럼 이야기한다.
지하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에 시인 단테는 벌을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과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때로는 동정 어린 시선으로
다가가서 벌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기도 한다. 이러한 단테의 모습에서 독자는 시인이 단순히 벌 받는 사람들의 모습과 죄인의 불행한 모습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인간성에 대한 깊은 이해심을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